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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위한 규제완화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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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프리존법 및 지역특구법의 문제점

박근혜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밀어부쳤던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규제프리존법’)은 기업 돈벌이를 위해 의료, 환경, 교육, 개인정보, 경제적 약자보호를 위한 공공 규제를 완화하는 법이다. 현행법 체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포괄적 규제완화법으로 노동·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 그리고 환경을 파괴하는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오랜 기간 싸워왔다.

규제프리존법은 박근혜-최순실-대기업 간 뇌물거래의 상징인 핵심 청부법안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을 입금, 박근혜가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직접 나서서 대국민 서명운동까지 벌인 법이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가 드러났던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뇌물거래로 포괄적 규제완화법을 주고받은 박근혜-최순실-안종범 등과 재벌총수들을 특검에 고발한 바 있다.

이런 규제프리존 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병합 통과 합의로 지난 17일 국회에서 부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지역특화발전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지역특구법’)을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의원의 지역특구법이 규제프리존법과 다르게 ‘생명, 안전, 환경을 지키는 법이고, 규제프리존의 독소조항을 제거한 법’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시민사회는 모든 생명·안전 규제를 무력화하는 규제프리존법의 목적과 원칙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이 점에서 아래 다루는 바와 같이 지역특구법은 규제프리존법과 다를 바가 없다.

 

원칙허용‧ 예외금지, 우선허용‧사후규제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은 모두 특별법으로 다른 관련 규제 법령보다 우선하고, 기존 법령에 명시된 제한조치 외에는 모두 허용하며(네거티브 규제완화) 심지어 ‘규정이 없거나 불명확한 경우’에도 ‘우선허용 · 사후규제’로 허용하겠다는 규제완화로, 국민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크고 심각한 사회공공성 침해를 불러일으킬 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 생명·안전·환경을 저해하는 신사업은 제한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켰으나 실효성이 전혀 없다. 구체적 제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선언적 조항에 불과하며, 생명, 안전, 환경과 관련 없는 규제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 선언은 법이 허용하고 있는 기업특혜와 모순된다. 기업 제품의 안전성을 스스로 검증하게 하고, 신기술의 경우 국민 안전을 담보로 시장검증까지 허용하면서 어떻게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킬 수 있는가?

 

기업 제품의 안전성 허가절차 무력화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 모두 제품의 안전성 허가 절차를 무력화하는 조항이 있다. ‘기업실증특례’(규제프리존법과 자유한국당의 지역특구법)와 ‘임시허가’(더불어민주당 지역특구법)는 이름만 다를 뿐 그 의미는 동일하다. 기업에게 제품 안전성 평가를 온전히 맡기겠다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공적으로 평가해야 할 안전성 검사를 생략하게 하는 것은 기업 돈벌이를 위해 국민을 유해물질에 노출시키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과 다름 없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사망자가 1300여명, 피해자 수백만 명에 달한 사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기업은 이것이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되어서는 안 될 물질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보고하지 않았다. 라돈침대 기업은 방사능 수치를 낮추어 보고했다. 석면 생산기업들은 석면이 폐암을 유발하고 심각한 유해성이 있음을 알았지만 이를 은폐했다. 그런데도 기업에게 안전성을 평가를 맡기고 사용 후 평가하겠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며, 기업 돈벌이에 국민 생명을 내다 바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기업실증특례(‘임시허가’) 제도는 이 법의 원칙조항으로, 이 조항 하나만으로도 규제프리존과 지역혁신특구에 모든 안전성 규제완화가 가능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제도를 최대 4년만 허용하고,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하는 규정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보호조치도 아니고 제한조치조차 될 수 없다. 4년이면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광범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기간이다. 또한 유해물질·발암물질을 사용하다 피해가 발생하면, 사후 보상이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가습기살균제로 죽은 아이들의 목숨을 얼마로 보상할 수 있는가?

 

신기술 제품 국민 대상 임상시험

‘신기술’ 제품의 허가절차를 무력화하는 조항도 포함된다. ‘신기술 기반사업’(규제프리존법과 자유한국당의 지역특구법) 혹은 ‘실증을 위한 특례’(더불어민주당의 지역특구법)제도다. 역시 표현만 다르고 내용은 같다. 제품을 안전성 검증 없이 우선 일상에서 사용해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대상으로 기업에 임상시험‧생체시험을 허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기술 기반 제품’이라면 오히려 안전성에 대한 사전 검증을 더 엄격하게 강화해야 한다. ‘임시허가’ 제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하는 유효기간 설정과 보상 강화로는 이 제도의 문제점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법 제도는 애초에 막아야 하며, 그것이 국회의 역할이다.

 

개인정보 영리목적 제공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 모두 개인정보를 개인의 동의 없이 영리기업이나 제 3자에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비식별’조치를 한다고 하지만, 다른 정보와의 결합, 기술의 발전으로 얼마든지 개인을 재식별 할 수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놓았던 ‘비식별 개인정보를 기업이 마음대로 사용하라’는 가이드라인의 합법화다.

더불어민주당 법안은 규제프리존법이나 자유한국당의 지역특구법보다 개인정보 활용 범위가 더 포괄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다른 정보와 결합하여도 더 이상 특정 개인 또는 개인의 위치를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한 경우에 국한해 정보 활용을 허용한다고 하지만, 개인정보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음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이 말하는 가명정보 활용 역시 개인정보와 동일한 적용을 받아야 한다. 공공기관에 수집된 정보이건 병원에 수집된 정보이건 그것은 모두 국민 개개인의 개인정보다. 기업에게나 제 3자에게나 국민의 개인정보를 넘겨줄 권하는 정부에게 없다. 개인의 정보이용권에 대한 동의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정보인권 포기다.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조항 명칭을 ‘개인정보의 보호’ 라고 표현해 놓은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오늘 발표된 카카오와 서울아산병원의 의료 빅데이터 산업체 출범 소식은 환자들의 의료정보가 무방비로 기업들의 돈벌이로 이용되는 단적인 예다. 서울아산병원에 기록되고 수집된 환자 이용정보를 환자 동의 절차도 없이 비식별화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개인정보 규제완화가 아니라 이러한 불법적 의료데이타 산업체 출범을 규제해 국민의 개인질병정보와 건강정보를 보호하는 일이다.

 

국유재산법 특례 · 의료법 특례 · 식품위생법 특례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에는 기업에게 특례를 주는 내용이 열거돼 있다. 대표적인 내용은‘국유재산법’ 특례와 ‘의료법’ 특례, 그리고 지역특구법에만 포함된 식품위생법 특례 등이다.

지역특구법에는 시민의 먹거리와 식품 안전에 대한 규제완화가 포함돼 있다. 지역특구법 69조는 식품위생법 예외조항을 두고, 건강과 안전을 위한 식품표시제에 대한 예외를 부여한다. 소비자 알권리의 기본권을 무시하고 식품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법령인 셈이다. 식품표시제 규제완화는 특혜를 받은 지역특구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전국에서 판매되는 식품에 포함된 원료 및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 식품위생법 10조 특례는 GM 작물에 대한 표시제 완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유재산법 특례는 공공자산을 기업에 매각하거나 임대하는 것을 허용하는 특례 조항이다. 국유재산에는 국유지와 산림, 국립공원 등을 포함 소방청 등의 국가기관도 포함된다. 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공재로 사용하는 국가 소유 지적재산권과 특허마저도 기업에게 매각될 수 있다.

또 병원 부대사업의 범위를 무한정 확장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병원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및 의료기기 판매를 해도 된다고 허용한 것이다. 병원 부대사업 범위 확대는 시민들의 의료비 급증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과잉처방과 투약 등으로 인한 안전사고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

 

이 외에도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안들에는 기업을 위한 여러 특례 조항들이 열거 돼 있다. 산지관리법 특례, 학교 규제완화, 기업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 등 하나 하나 언급하기 어려울 만큼 포괄적 범위로 말이다.

다시한번 강조하건데 규제프리존법과 지역특구법안들은 기업의 이윤을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 환경을 파괴하는 악법이다. 몇몇 조항의 삭제나 수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 원칙부터 특례조항까지 모두 폐기되어야 할 법안인 것이다. 우리는 민생을 파괴하는 관련법안 모두의 폐기를 요구한다.

 

※ 별첨 : 표 「규제완화 3법 비교 및 문제점」 부록_규제완화_3법_비교_및_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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