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담배회사와 FTA①]“담배 유해성 입증 안됐다”는 괴담, 그 배후엔…

“담배 유해성 입증 안됐다”는 괴담, 그 배후엔…
[담배회사와 FTA·①] 삼성과 몬산토는 왜 ‘청부과학’에 빠졌나?

박상표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수의사     

오는 11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제 5차 당사국 총회가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다.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보건분야 최초의 국제협약으로, UN 출범 이후 가장 많은 국가가 당사국(현재 175개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2년마다 열리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총회는 당사국의 협약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협약 이행에 필요한 의정서 가이드라인 등을 논의해 채택한다.

이번 서울총회에서는 역대 최다인 170여 개국의 정부대표·비정부기구·금연단체·전문가 등 1000여 명이 참여해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에 관한 의정서’를 채택하고 WHO FCTC의 이행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과 재정분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에 관한 의정서’가 채택돼 ‘서울 의정서’로 명명될 경우 WHO FCTC의 최초의 의정서로서 그 의미가 크다.

건강과대안은 이와 관련해 현재 각국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WHO FCTC와 충돌해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한다는 현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자 한다. 특히 한국 정부는 FTA의 핵심 추진 세력이면서 한편으로는 국민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담배규제협정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는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각국 정부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건강과대안은 WHO FCTC 행사 기간 중에 시민사회단체 중심의 카운터 포럼을 별도록 준비하면서 △청부과학자들은 어떻게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했는가 △자유무역협정은 어떻게 민중의 건강을 해치는가 △자유무역협정과 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왜 충돌하는가 등을 주제로 <프레시안>에 연속 기고를 게재한다. <기고자>

담배회사를 위해 일하던 인바이런, 삼성을 위해 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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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은 올 3월 22일 “국제학술대회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이 이상 없다는 인바이론 사의 재조사 내용을 검증(verifies)받았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홍보하였다. 그러나 왜곡 논란이 일어나자 슬그머니 “발표(publishes)했다”고 내용을 바꿨다. 뿐만 아니라 삼성은 자신이 홍보에 활용한 국제 학술단체로부터 “ICOH는 어느 기업에 대해서도 작업장 안전평가에 직접 개입한 적 없으며 검증이나 인증은 우리의 활동 영역이 아니”라며, “삼성의 웹사이트를 비롯한 모든 저작물과 문서에서 ICOH의 이름이나 ICOH에 대한 모든 언급을 즉시 삭제해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까지 받았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인바이런(ENVIRON) 사(社)는 2011년 7월 1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라인 근무자의 발암물질 노출 수준은 국제 기준보다 낮은 것으로 평가됐고, 근무자의 발암물질 노출과 백혈병 발병 사이의 상관관계는 찾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물론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과학적 데이터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2년 3월 21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 학술대회에서 인바이런의 연구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산업보건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근무환경이 이상이 없다는 인바이론 사의 재조사 내용을 검증받은 것이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학회에 참석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삼성의 보도 자료가 사실을 왜곡하였음을 폭로하였다. 국제산업보건위원회도 “어느 기업에 대해서도 작업장 안전평가에 직접 개입한 적 없으며 검증이나 인증은 우리의 활동 영역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련 기사: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 ‘글로벌 삼성’의 진면목”)

삼성은 인바이런 사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보건 컨설턴트”라고 소개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유명한지 제대로 된 진실을 얘기하진 않았다. 사실 인바이런은 기업의 편에 서서 위험물질을 안전한 것처럼 데이터를 조작한 것으로 전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청부과학>, 윤충식 교수 <프레시안> 기고문, 송윤희 건강과대안 연구원 이슈페이퍼 참조)
(☞해당 기고 바로 가기: “반도체와 백혁병 상관없다”던 인바이런사의 비밀” , ‘이너서클의 위험’에 빠진 삼성, 그게 파열되면…)

논쟁의 생명력을 유지해라, 그러면 소송과 규제를 피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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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 히라야마 박사의 간접흡연 연구를 흠집 내기 위한 담배업계가 설립한 실내공기연구소와 인바이론의 용역계약 / 그림 오른쪽 : 필립모리스 사(社)와 영국 담배산업의 특별 면담을 기록한 담배업계 내부 문서(1988. 2. 17). “논쟁을 살려두라(keep the controversy alive)/;고 강조하고 있다. ⓒ담배업계 내부문서

그중에서 간접흡연에 관한 일부 내용만 짚어보자. 때는 198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국립암연구소의 히라야마 다케시(平山雄) 박사는 흡연자 남편을 둔 일본 여성이 비흡연자 남편을 둔 여성에 비해 폐암 사망률이 훨씬 높다는 기념비적인 연구결과를 <영국의학저널(BMJ)>에 발표한다. 이 논문을 계기로 간접흡연의 위험성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었다. 1986년엔 미국 정부가 간접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고 공식 인정했고, 1987년엔 국제암연구기관(IARC)이 담배 연기를 암 발병이 확실시되는 1그룹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1988년엔 영국정부 자문위원회가 “간접흡연은 비흡연자의 폐암을 10~30%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커다란 위기에 빠진 담배업계는 그 대응책으로 1988년 ‘실내공기연구소(The Center for Indoor Air Research)’를 만들었다. “고객에게 최고의, (고객의 요구에) 가장 조응하는 팀을 제공”하는 인바이런으로선 기업의 위기가 곧 기회로 다가왔다. 인바이런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반박하기 위한 담배업계의 용역을 받았다. 1988년 7월 14일 자 담배업계의 내무문서를 보면, 히라야마 박사의 실험 데이터를 재분석하는 용역을 인바이런에 맡기면서 6만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용역비용을 책정하겠다고 밝힌다.

담배업계는 오직 인바이런만 용병 과학자로 고용한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음모를 준비했다. 히라야마 박사의 연구를 흠집 내기 위해서 담배업계는 1991년 일본 데이쿄대학(帝京大學)의 야노 에이지(矢野栄二) 교수와 도쿄여자의과대학의 카가와 준(香川順) 교수와 20만 달러짜리 비밀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엔 용병 과학자 피터 N. 리(Peter N. Lee)와 카스가 히토시(春日斉) 토카이대학(東海大学) 명예교수도 참여했다. 이들은 1991년부터 1995년 히라야마 박사가 암으로 작고할 때까지 중상모략을 그치지 않았다. 이들 용병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는 일본 내 담배 소송에서 간접흡연의 위해를 부정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다.

카스가는 1996년 “히라야마의 논문은 신뢰할 수 없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담배업계의 또 다른 컨설턴트였던 유명한 생물통계학자인 네이선 맨틀(Nathan Mantel)은 히라야마가 심각한 통계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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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업계 내부 문서에서 업계의 과학 고문들은 “히라야마가 옳고 맨틀과 담배산업협회가 틀렸다”고 인정했으며, “히라야마가 훌륭한 과학자이고 간접흡연에 관한 그의 논문이 정확하다고 믿는다”고 결론지었다. ⓒhttp://legacy.library.ucsf.edu/tid/mic72d00/pdf)
그러나 WHO와 <랜싯(Lancet)> 등은 “간접흡연은 폐암의 원인이다”, “담배업계는 간접흡연의 과학적 연구를 중상모략하고 있다”, “담배업계는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WHO 등 다양한 UN 기관의 흡연 규제에 대해 조직적인 방해공작을 벌이고 있다”며 담배업계와 용병 과학자들의 거짓말을 비판했다.

담배업계와 용병 과학자들에게 결정타를 날린 것은 <영국의학저널(BMJ)> 2002년 12월호에 실린 담배업계 내부 문서를 분석한 “간접흡연의 건강 영향에 관한 영향력 있는 연구에 대해 담배업계가 어떻게 대응했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이었다.

사실 담배업계 내부 문서에서 업계의 과학 고문들은 “히라야마가 옳고 맨틀과 담배산업협회가 들렸다”고 인정했으며, “히라야마가 훌륭한 과학자이고 간접흡연에 관한 그의 논문이 정확하다고 믿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업계와 용병 과학자들은 비방을 멈추지 않았으며,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했다. 필립모리스 사와 영국 담배산업의 특별 면담을 기록한 1988년 2월 17일 자 담배업계 내부문서에 따르면 “논쟁을 살려두라(keep the controversy alive)”면서 의혹 제기를 강조하고 있다. 왜냐하면 담배와 암의 인과관계에 관한 의혹이 존재하는 한, 담배 산업은 소송과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제초제, 충격적인 독성 실험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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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라리니 박사팀의 2년 장기 독성 실험 결과,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라운드업 제초제를 투여한 쥐는 더 빨리 죽고, 더 크고 많은 종양이 발생했다. ⓒ세라리니 박사팀
지난 9월 프랑스 칸대학의 세라리니(Gilles-Eric Séralini) 박사팀은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옥수수(NK603)와 라운드업 제초제의 독성에 관한 충격적인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쥐에게 2년 동안 장기실험을 했더니 유전자조작 옥수수나 라운드업을 투여한 암컷 쥐들은 대조군에 비해 2~3배나 더 많이, 그것도 더 빨리 죽었다.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라운드업 제초제를 사료로 먹은 암컷 쥐들은 몸무게의 1/4에 달하는 거대한 유선종양이 더 어린 나이에 더 많이 발생했으며, 뇌하수체에도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 수컷 쥐들도 간이 크게 붓거나 괴사된 비율이 일반 옥수수를 먹은 수컷 쥐보다 2.5~5.5배 더 높게 나타났으며, 콩팥에 병이 생기는 비율도 1.3~2.3배 더 높았다.

세라리니 박사팀이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 다른 연구자들은 기껏해야 90일 동안만 독성실험을 했으며, 그것도 몬산토가 제출한 실험 자료만으로 안전성을 평가했다. 그런데 사람의 수명과 맞먹는 쥐 2년 장기실험을 했더니,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라운드업 제초제가 마치 성호르몬 교란물질처럼 독성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이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게 되면, 유전자조작 옥수수는 어린이와 여성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이 발표된 지 24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몬산토를 지지하는 학계에서 대중을 기만하는 반박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에든버러 대학의 세포생물학자 앤서니 트레와바스(Anthony Trewavas ) 교수는 “이 연구에 겨우 200마리의 쥐가 사용됐을 뿐이라면서 이는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엔 너무 적은 수”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를 이끈 질-에릭 세라리니 교수가 GM 반대운동가이며 GM 기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한 그의 이전 연구들도 검증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담배회사와 몬산토 GMO를 옹호하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청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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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고등법원에서 앤서니 트레와바스 교수가 그린피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전하는 2001년 10월 1일자 가디언 기사. ⓒ가디언

그렇다면 과연 앤서니 트레와바스 교수는 이러한 비판을 할 자격과 전문성이 있는 것일까? 생명공학 산업계를 대변하여 유기농과 유전자조작 반대 운동을 비난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트리와바스 교수는 미국 농식품기업과 국회의원들에게 유전자조작 반대 운동에 대해서 “잔인하고, 무정부주의적이며, 솔직히 단순한 파괴주의적(bloody minded, anarchist and frankly merely destructive)”이라며 과학을 우익 선전선동의 도구로 활용하라는 조언을 했다. 또한 그는 GM 비판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언론매체와 접촉할 기회를 늘리라고 조언했다. 바로 이러한 사실 때문에 앤서니 트레와바스 교수는 2001년 10월 런던 고등법원에서 그린피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트레와바스 교수는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 자신의 글이 게재된 적도 있기 때문에 언론 인터뷰에 단골로 등장한다. 그런데 그가 <네이처>에 기고한 ‘넘쳐나는 음식, 많은 문제들’ [Nature 402, 231 (1999)]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참고문헌을 인용했음이 드러났다. 그는 기고문에서 “그린피스의 의도대로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이 늘어날수록 삼림지대가 더 많이 파괴될 것이며, 농업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질 것이다”, “유기농의 곰팡이균 오염 및 잠재적인 치명적 O157 감염이 유기농의 추가적인 문제이다”, “다양한 토양에서 유기농의 평균적인 산출량은 집약농업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3가지 주장을 하면서, 데니스 에이버리(Dennis Avery)의 책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데니스 에이버리는 과학자가 아니라 극우파 논리를 설파하는 칼럼리스트일 뿐이다. 그는 미시간 주립대학과 위스콘신 대학에서 농업경제학을 전공한 후, 미 농무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는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으로 있다. 그는 프레드 싱어(Fred Singer)와 공동으로 지구온난화(기후변화)를 부정하는<지구 온난화에 속지 마라>(김민정 옮김, 동아시아 펴냄)를 출판하기도 했다.

프레드 싱어는 프레더릭 사이츠(Frederick Seitz)와 함께 담배업계를 위해 일한 청부 과학자로 악명이 높다. 프레더릭 사이츠는 미국 국립과학학술원 원장을 역임한 고체물리학자로 1979년부터 1985년까지 담배회사 R.J.레이놀즈 토바코를 위해 일했다.

사이츠는 세계 각지의 과학자들에게 총 4500만 달러를 지불했는데, 그 이유는 법정에서 담배제품을 방어하는데 활용할 증거를 만들어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었다. 사실 광우병의 원인체인 ‘프리온’ 가설로 노벨상을 받은 스텐리 프루지너(Stanley Prusiner) 박사도 담배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받은 사실이 담배 문서를 통해 밝혀졌다. 그는 담배회사를 위해 법정에서 증언을 한 사실은 없으나, 담배회사 중역들과 사적으로 만나 식사 대접을 받은 적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에서 언급한 히라야마 박사가 1981년 간접흡연에 의해 폐암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1992년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 간접흡연이 폐암뿐만 아니라 유아와 소아의 기관지염과 폐렴, 그리고 천식의 원인이라는 보고서를 펴내자 프레드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는 담배업계를 위해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부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다가 담배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엉터리 주장을 더 이상 대놓고 말하기 힘들어질 무렵, 프레드 사이츠와 프레드 싱어는 잽싸게 다른 분야로 옮겨갔다. 그들은 스타 워즈와 핵겨울, 산성비와 오존 홀을 거쳐 지구온난화 분야에서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고 의심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데니스 에이버리는 바로 그러한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분야에서 프레드 싱어의 파트너가 된 것이다.

데니스 에이버리가 쓴 <음식 공포 : 위험, 건강, 그리고 환경(Fearing Food: Risk, Health and Environment)> 이라는 책의 내용은 그것을 뒷받침할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그는 동료평가를 거친 과학적 연구결과에 근거해서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선전ㆍ선동을 한 것에 불과했다. 네이처에 실린 앤서니 트레와바스의 글은 바로 이러한 엉터리 책을 자신의 주장의 근거로 제시한 것이었다.

담배기업 청부과학의 몰락은 삼성과 몬산토의 미래

담배회사들은 컨설턴트와 용병과학자들을 고용하여 ‘청부과학’이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냈다. 청부과학자들은 흡연이 폐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부정했고,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심장병으로 사망할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반박했고, 간접흡연으로 폐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증거를 무마했다. 그들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관한 모든 연구를 문제 삼았다. 역학자와 통계학자를 동원하여 연구방법과 결론에 이의를 제기하며 끊임없이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논란’을 제조했다.

그러나, 불황을 모르고 영원히 대박을 낼 것만 같았던 담배회사들의 히트상품은 1993년 엉터리 제조비법이 폭로됨으로써 그 실체가 드러났다. 미국의 3대 담배기업 중 하나인 브라운앤윌리엄스(B&W) 사에서 근무하던 제프리 와이건드 박사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 그것을 무마시키려는 담배회사들의 전략을 자세히 기록한 극비문서를 폭로한 것이 그 계기였다.

농학자이자 경제학자로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INRA) 연구소장을 역임했던 장-삐에르 베를랑(Jean-Pierre Berlan) 박사는 세라리니 교수팀의 연구결과를 높게 평가하며 “석면의 사례에서도 1906년 프랑스 의사가 북프랑스의 석면공장 노동자들의 암 발생을 기술하였으나, 석면을 금지하는 행동을 취하기까지 100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들은 1960년대 석면이 특정 유형의 암을 유발한다는 독성학적인 연구가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석면을 생산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함으로써 또 다른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벌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들과 상인들은 항상 연구결과에 어떤 흠집을 내려고 하며, 보다 많은 증거를 요구함으로써 시간을 끈다. GMO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하면 어떤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청부과학자를 고용하여 대중을 기만하는 삼성과 몬산토도 담배기업과 마찬가지로 ‘영원한 제국’을 건설하진 못할 것이다. 역사는 증명한다. 담배기업 청부과학의 몰락은 삼성과 몬산토의 미래가 될 것임을.
 

 /박상표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수의사

*위 글은 박상표 운영위원이 프레시안 2012년 11월 7일자로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출처는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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