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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병리학 –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이 기획하고 연구위원이신 김주연, 리병도 선생님이 번역하신 <권력의 병리학 –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가 출판되었습니다.
주변에 널리 홍보하여 주시고 읽혀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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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폴 파머(Paul Farmer)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아이티, 페루, 러시아, 르완다, 멕시코 등 세계 여러 곳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해 왔으며,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 기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헌신해 왔다. 그는 가난한 지역에 창궐하는 HIV/AIDS와 다제내성 결핵 등의 전염성 질환에 대응해서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치료 원칙을 개발해 왔으며, 보건과 인권, 그리고 불평등한 사회가 질병의 확산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많은 저술 활동을 했다. 폴 파머는 아이티 시골에 위치한 봉 소붸르(Clinique Bon Sauveur)병원 의사이자, 가난한 환자들에 대한 진료 및 이들의 건강권 신장을 위한 비영리민간단체 <건강의 동반자> 창립 임원이며, 하버드 의과대학 세계보건 및 사회의학부 사회의학과 교수 및 부학장,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 세계보건형평성국 부국장이다. 주요 저서로는 <에이즈와 비난(AIDS and Accusation, 1992)>, <아이티의 용도(The Uses of Haiti, 1994)>, <감염과 불평등(Infections and Inequalities, 1999)> 등이 있다.

책 소개
1.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건강 불평등을 다룬 기사의 마지막 결론이다. 유아사망률에서, 암 발병률, 흡연율, 우울증 발병률, 자살률, 심지어 무작위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통사고 사망률마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서 높게 나타난다. 전 세계적으로도 에이즈, 폐렴, 콜레라 등은 사회경제적으로 낙후한 나라에서 주로 발생한다. 게다가, 그 나라들에서조차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이와 같은 질병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 모든 사람은 죽기 위해서 태어나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은 지속된다. 이 놀랍도록 냉혹한 경험적 수치들은 무엇을 말하는가. 문제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질병들이 대부분 현대 의료 기술을 통해 치료해 왔고, 또 치료할 수 있는 질병들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누군가는 이런 질병과 고통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왜 누군가는 이런 질병과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하는가. 폴 파머의 <권력의 병리학 :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는 질병과 가난, 인권의 침해는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그 분포와 영향력 역시 무작위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즉, 질병과 가난, 인권의 침해는 근본적으로 권력에 의한 병리 증상으로, 누가 고통을 받고 누가 보호를 받는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2. 가난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택
저자인 폴 파머는 의사이자 인류학자라는 직업을 가진 전문가이자, 열악한 의료 현장에서 25년이 넘게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활동해 온 활동가로, 그는 현대사회의 경제적 과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그 발전의 산물을 같이 향유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오늘날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담론들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비판해 왔다. 특히, 이 책에서 파머는 탈사회화된 의료윤리, 건강권과 사회권을 외면하는 인권 운동, 시장의 힘에 모든 결정권을 넘겨준 신자유주의, 인간의 건강권마저 성장과 이윤 추구의 도구로 사용하는 의료 민영화의 흐름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파머가 보기에 이런 흐름들은 의료나 복지, 인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주로 국제기구의 관료들이나 권력자들의 관점에서 비용-효율성이라는 냉혹한 논리에 기반을 둔 접근법이다. 문제는 이런 접근법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하지도, 그들의 고통을 덜어 주지도, 그들의 기본적인 생존권을 보장하지도 못한다는 사실이다. 파머는 중립성, 비용 효율성에 기반을 둔 주류 의료 관행들과 정책 결정자들에 맞서 ‘가난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하는 접근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파머가 보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하는 접근법’은 질병의 역학적(疫學的)인 접근이라 할 수 있는데, 왜냐하면 본래 질병이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들은 병원균(혹은 병을 일으키는 열악한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거나,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이 두 가지 ‘요인’이 함께 작용해서 일찍 죽게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파머는 이런 명백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의학은 가난과 싸우는 사람을 위해 헌신해야 할 임무가 있다고 지적한다.

3. 권력의 병리학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해야 할 의무는 소흘히 한 채, 기본적인 인권이라 할 건강권을 외면하고, 의료를 ‘성장 동력’으로만 생각하며,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폴 파머의 목소리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 관행과 의료 체계 개편 논의에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폴 파머는 사회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 불편한 현실에 눈감지 말 것을 요구하며, 우리 사회가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우리에게는 그렇게 해야만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이런 권력의 병리 현상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풍요와 안락과 연관이 있으며, 우리가 이런 권력 병리 현상을 외면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우리가 권력이 일으키는 병리 현상에 공모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건강 불평등을 조사한 한 의료인은 “만약 저소득층이 담배를 끊길 원한다면, 그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어라”라고 지적한다. 오늘날 가난과 질병, 스트레스, 인권의 침해는 모두 현실의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권력이 만들어 내는 병리 현상이기 때문이다. 비용 효율성에 기반을 둔 의료 정책이 아닌, 가난한 사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의료 관행, 가난과 질병,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비판이야 말로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처해 있는 오늘날의 고난을 해소할 수 있는 출발점일 것이다.

4. 주요 내용 소개
권력의 병리학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1~4장)에서 저자는 아이티 시골, 관타나모의 난민 수용소,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 러시아의 감옥 등의 장소에서 자신이 목격하고 경험한 사건들을 서술함으로써 사회의 구조적인 폭력이 개인의 건강과 삶에 미치는 영향을 소개한다. 저자는 피해자들과의 심도 깊은 면담을 바탕으로 각 사건을 소개할 뿐 아니라 그 사건에 영향을 미친 사회‧경제적인 힘의 여러 축과, 정책 결정의 바탕이 되는 논리 체계의 문제점을 짚어 낸다. 2부(5~9장)에서는 건강과 삶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담론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대안을 제시한다. 기존의 인권 담론에서 건강권과 사회권이 홀대 받고 있는 사실, 의료 영역에 갈수록 깊이 침투하고 있는 시장 중심 풍조, ‘비용 효율성’ 중심의 의료 정책 수립 및 사회적 지위와 국가에 따라 차등을 두는 치료 지침,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는 현재의 의료 윤리 담론 등이 그 대상이다.  

1장. 고통과 구조적 폭력에 대하여 : 세계화 시대의 사회적•경제적 권리
건강 상태에 대한 사회적인 결정 요인들은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사회적 결정 요인도 된다는 이 책의 기본 주제를 제시하면서, 대규모의 사회적 폭력이 어떤 과정을 통해 질병, 고통, 파멸로 나타나는지를 서술한다. 각종 질병의 발생은 겉으로는 무작위로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회적 결정 요인에 따라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는 현상이며, 인권침해 역시 같은 양상을 보인다.

2장. 전염병과 억류 : 관타나모, 에이즈, 그리고 검역
잔혹한 군부 쿠데타를 피해 탈출한 아이티 난민 가운데 HIV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들의 경험을 상세하게 기록한다. 또한 이를 같은 섬의 다른 편에 있는 쿠바의 에이즈 요양소 환자들의 경험과 대비시키면서, 에이즈 환자를 둘러싼 양 국가의 접근법의 차이를 비교한다. 나아가서, 언론 매체가 여론을 만들어가는 과정, 그리고 보건 정책과 국제 여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을 지적한다.

3장. 치아파스의 교훈
멕시코의 가장 가난한 이 지역에서 사파티스타 반군이 봉기한 지 약 4년이 경과한 후의 상황을 보고한다. 이 기록은 라틴아메리카의 농민들이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계속하고 있는 투쟁에 대해 내려지고 있는 다양한 해석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4장. 집집마다 전염병이? : 러시아의 교도소에 재창궐하는 결핵
러시아 감옥에 창궐한 결핵의 문제를 다루었는데, 여기에서는 누가 감옥에 가게 될 가능성이 큰지, 감옥에서는 누가 감염되는지, 그리고 누가 치료를 늦게 받거나 부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는지를 결정하는 중심에 구조적인 폭력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 준다. 또한 다제내성 결핵에 걸린 환자들을 국적이나 경제력과 관계없이 모두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한, 다제내성 결핵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5장. 건강, 치유, 그리고 사회정의 : 해방신학의 가르침
저자는 자선, 개발, 그리고 사회정의라는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접근법을 탐색하고, 이 중 건강권과 사회권을 기본 권리로 인정하는 사회정의라는 접근법을 통해서만 권력의 병리 작용을 밝혀내고 이를 예방할 도덕적인 자세를 견지해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6장. 선지자들의 경고 : 시장 중심 의료에 대한 비판
시장 중심 풍조의 확대와 점증하는 사회적 불평등이 의료 관행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는 글이다. 저자는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때마다 벌어지는 ‘결과의 차이’ 때문에 의학이 발달할수록 건강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역설적인 현상을 고발한다. 그리고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의료윤리학계가 이를 주요 문제로 다루고 있지 않는 것을 비판한다.

7장. 잔인하고 유례없는 형벌 : 약제내성 결핵
감옥과 결핵의 조합에 대해서 한 발 더 깊이 고찰한다. 미국과 러시아의 교도소에서 발생한 다제내성 결핵의 유행을 검토해서 정원을 초과한 수감과 공기 매개 전염병의 확산 사이의 명백한 상관관계를 밝히고, 징벌에 포함되어서는 안 될 질병과 죽음이 감금 때문에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고발한다. 또한 기존의 인권운동과 보건정책으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제대로 논의하고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8장. 새로운 과제 : 세계화 시대의 사회적 권리와 의료윤리
의료윤리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현재 의료윤리학계에서 주요 문제로 다루고 있는 문제들도 중요하고 간과되어서는 안 되지만, 의료의 문턱을 넘지 못해 ‘환자’로 인지되지도 못하고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죽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못한 일임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9장. 보건과 인권 다시 세우기 : 방향의 전환을 위하여
새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과 이에 대한 이 책의 핵심 주장을 정리한다. 건강권과 사회권을 포함하는 인권에 대한 연구와 분석이 중요하며, 그와 동시에 그런 권리를 위해 노력하는 당사자들과의 실질적인 연대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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