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피임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기 위하여

최근 피임 수단 사용과 항우울제 복용과의 관련성이 제기된 논문이 출판됨에 따라 피임약과 우울증의 연관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된 논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뉴욕타임즈 칼럼이 있어 번역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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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이 우울증을 유발한다고? :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기 위하여.

지난 십여 년간 미국 공중보건의 가장 큰 승리 중 하나는 10대 임신율을 최저치로 낮춘 것이다. 10대 임신율과 낙태율은 함께 낮아졌다. 대다수 연구자들은 피임에 대한 접근성 향상이 성공의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나오는 뉴스들은 호르몬에 기반한 피임법(피임약이나 패치)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우려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로 인해 더 광범위하게 약을 사용해도 되는지를 고민하게 하고 있다. 우리는 더욱 세심한 토론을 통해 장점과 단점 모두 고려해 봐야 한다.

이 문제는 작년 말, JAMA Psychiatry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를 통해 널리 보도되었다. 연구자들은 2000~2014년까지 덴마크에 거주하는 15세~34세의 청소년 및 성인여성 모두를 추적하였다. 그 결과, 호르몬제제 피임법을 이용하는 이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할 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이 연구는 각각의 호르몬제재 피임법을 구분했다. 복합경구피임약(23%), 프로게스테론 피임약(34 %), 패치(100 %), 링(60 %), 레보노게스트렐 자궁내장치(40 %)는 각각 괄호 안의 수치만큼 항우울제 복용 위험도가 높아졌다. 항우울제 복용 위험은 청소년기에 가장 높았으며, 여성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감소했다. 이 위험도는 피임 시작 6개월 시점에서 가장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언론매체에서 이 연구결과를 크게 보도했다. 일부에서는 이것을, 호르몬 피임법에 대한 관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충격적이고 새로운 정보로 그려냈다. 다른 매체에서는 이 연구 결과가, 수십년간 과학자와 의사는 무시했지만 피임약을 먹으면서 우울증이 생겼다고 주장한 많은 여성들을 지지한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유형의 연구가 가진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이 연구는 여러 변수가 통제된 연구가 아니며, 연관성은 있지만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섹스하기를 선택하는 여성은, 항우울제 사용을 고려할 가능성도 더 높다. 호르몬 피임법을 상담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올 정도로 보건의료체계를 충분히 이용하는 여성은, 우울증을 적절히 진단하고 치료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건 바람직한 일이다. )

또한, ‘항우울제 처방을 받았다’는 지표 자체가 새롭게 발병한 우울증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척도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우울증 진단을 받았는지, 의료 전문가의 실제 진단이 필요한데, 이런 자료는 덴마크 연구의 참여자 정보에는 나와 있지 않다. (역자 주 : 항우울제로 대표되는 SSRI 약물은 생리전증후군, 과민성방광, 폐경 후 갱년기증상, 만성골반통 등 다양한 질환에서 처방된다.)

주요우울증을 다루었던 이전 연구들은 호르몬 피임법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많은 참여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는 임상적으로 중요하지 않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일 수 있다. 이번 연구처럼, 정부 데이터를 사용한 경우의 코호트 연구들이 특히 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이전 연구들을 통해 알려져 있다.

또한, 우리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이 연구를 생각해야 한다. 몇 달 전, 호르몬 피임법과 우울증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한 모든 연구를 체계적으로 고찰한 연구가 European Contraception and Reproductive Health Care 저널에 실렸다. 이에 따르면 저자들은 일단, 전향적(prospective) 연구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역자 주: 약을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따라가면서 결과적으로 우울증이 얼마나 생겼나를 보는 것이 전향적(prospective) 연구,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약을 얼마나 먹었는지를 회고하고, 지금 우울증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는 것이 후향적(retrospective) 연구이다. 전향적 연구가 인과관계를 더 잘 증명한다 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의 데이터들은 대부분의 여성들이 호르몬 피임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거나, 실제로 기분이 나아졌음을 보여주었다. 부작용은 드물게 나타났으며, 피임약의 호르몬 프로게스틴 수치가 낮으면 더욱 드물었다. 끝으로, 기저로 기분장애가 있었던 여성은 호르몬피임 후 기분과 관련된 부작용이 더 많았으나, 이는 피임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유형의 피임을 선택하는 것과 연관될 수 있다.

많은 연구에서 연관성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한 연구가 연관성을 찾으면, 이 연구가 모든 기존연구를 “대체”하지 않는다. 그 연구는 다른 연구들과 함께 그 중요성이 가늠되어야 한다. 출판 편향(publication bias)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한데, ‘유의하지 않다’는 결론의 연구보다 “유의하다”는 결론의 연구(특히나 뉴스거리가 될 것 같으면 더)가 더 출판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경우, 피임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는 이 둘 다에 해당된다.

그래도 토론을 위해서, 이 최신 연구 결과가 실제적이고 인과성도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비교 위험도가 아니라 절대 위험도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 연구에서, 호르몬 피임법을 이용하지 않은 여성 100명에서, 1.7명이 이후에 항우울제를 처방 받았다. 호르몬 피임법을 이용한 여성 100명에서는 2.2명이 나중에 항우울제를 처방 받았다. 이 차이 0.5%는 무작위 대조군 실험 연구라면, 호르몬 피임법을 사용하는 200명 중 1명이 추가로 항우울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우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가족 계획을 함에 있어 피임의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덧붙여, 우울증은 임신과도 유의하게 관련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특히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라면 더)

우울증의 위험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우울증은 피임의 부작용 중 하나다. 약 설명서에 있다.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궤양성 대장염 때문에 먹는 약은, 드물지만 골수억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 그러나 그 약으로 얻는 혜택은 그 위험보다 훨씬 크다.

여성은 모든 유형의 피임법에 대해, 잠재적인 장점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단점까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우리는 호르몬 피임법이 여성의 기분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더불어, 우리는 장점이 가진 맥락을 잊고 그 부작용에만 주의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애런 캐롤 (Aaron E. Carroll) : 인디애나 대학교 의과 대학 소아과 교수

번역 : 박주영(건강과대안 젠더와건강팀), 윤정원(건강과대안 젠더와건강팀)

원문은 아래 링크 참조
“Birth Control Causes Depression? Not So F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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