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국방부의 전자파 ‘추정’이 위험한 이유

사드 정보 없어 전자파 안전성 아무도 몰라… 다양한 불확실성 전제로 주민 위험 검증해야

정부가 경상북도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기로 결정하면서 ‘전자파’의 건강 영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성주군민들은 주민의 건강을 해치고 참외 농사도 망친다며 전자파를 방출하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안전하며 주민들과 농작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성주군민들이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는 걸까, 국방부가 거짓말을 하는 걸까.

3중의 불확실성 고려해야

이 질문의 답은 그리 쉽지 않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이 3중의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불확실성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성주군민에게 도달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다. 사드는 최신 군사방어 시스템이다보니 이에 속한 레이더 장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엑스밴드 레이더’이고 그 전자파의 파장은 8~12GHz 정도라고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레이더 전자파 파장에 대한 정보가 없다.

전자파의 인체 건강 영향은 전력밀도에 비례한다. 이 전력밀도를 추정하기 위해서는 레이더 안테나의 크기와 모양, 레이더의 최대 출력, 첨두 출력, 동작비 등 다양하고 전문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정보도 없다. 항공 레이더나 기상관측 레이더 등 이미 알려진 레이더들의 데이터로 추정해볼 수 있지만 이런 추정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전력밀도에 대한 불확실성만 더 키울 수 있다.

사드 레이더 전자파의 전력밀도를 추정하는 것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에 따라 사드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한 위치와 거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자파의 영향은 전자파 진원지로부터 멀어질수록 그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낮아진다.

사드 레이더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지면 그 영향이 무시할 만한 수준인지를 계산하려면 데이터들이 필요하다. 안테나의 모양과 안테나에서 방출하는 레이더의 비산 방식이 중요한 까닭은 그것에 따라 사드가 배치된 전면만이 위험한지, 측후면도 위험한지 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성주 성산포대로 사드 배치 지역이 결정된 뒤 정부가 안전하다고 내세우는 주요 논리는 이 지역이 해발 393m에 달하는 고지대이며, 사드 레이더는 여기서 상방 5도 각도로 전방을 향하므로 산 아래 1.5km 정도 떨어진 주민 거주 지역에는 전자파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배치된 곳 기준으로 2.4km 전방에선 고도 210m까지, 5.5km 전방에선 고도 483m까지 전자파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적잖은 이들이 국방부의 이 설명에 의구심을 갖지만, 앞에서 언급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 한 국방부 발표의 진위를 따지기는 어렵다.

국방부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두 가지 문제는 남는다. 첫째, 국방부 발표는 데이터와 수식에 근거해 ‘계산’된 자료라는 것이고, 둘째, 국방부의 거리 계산의 전제 조건으로 삼았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력밀도’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절대적인 게 아니라는 점이다.

사드로부터 100m 떨어진 곳에서 실제 전자파 전력밀도를 측정한 결과 그 측정값이 일정 수준 이하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데이터를 수식에 넣어서 계산하고 시뮬레이션한 결과, 그 정도 거리면 그 정도 전자파가 측정될 것이라고 ‘추정’해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시뮬레이션은 현실과 다르다

그러나 시뮬레이션과 현실은 다르다. 현실에서는 다양한 요인이 개입되고 상호작용하면서 100m 떨어진 곳에서 계산하는 것보다 많은 전자파가 측정될 가능성이 있다. 무중력 진공상태를 가정한 시뮬레이션과 자연환경, 사람, 인공구조물 등이 존재하는 현실은 다르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거리 계산의 조건이 되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력밀도’가 갖는 문제점이다. 전자파의 주파수 대역에 따른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력밀도는 이미 정해져 있는 값이다. 이는 ‘미국표준협회/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ANSI/IEEE)’ 등이 정해놓았다. 전자파 진원지로부터 얼마나 떨어져야 안전한 수준인지 계산해내는 것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완벽한 게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는 뒤에서 언급할 전자파의 건강 영향 메커니즘의 불확실성에서 기인하는데, 이 기준보다 적은 전자파에 누적 노출된 이들에게도 뇌암 등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기 때문이다.

노출 기준이 의미 있으려면 노출에 따른 질병 발생 메커니즘이 규명돼야 하는데, 현재 전자파에 의한 질병 발생 메커니즘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므로 이 기준은 관련 전문가들이 결정한 ‘임의적’ 기준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은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 기준은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이러한 복잡한 배경이 있기 때문에 사드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과연 성주군민에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논의부터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불확실성은,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에 대한 것이다.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어떤 과정을 통해 인체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레이더 전자파는 라디오파(Radio-frequency Field)에 속한다. 이는 경남 밀양 등지에서 논란이 된 고압송전탑에서 나오는 극저주파 전자기장과 다른 종류의 전자파다. 라디오파는 고주파 전자파로서, 휴대전화·블루투스 기기·전자렌지 등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런 기기들과 레이더는 같은 라디오파로 묶이긴 하지만 전력 출력 차이가 커서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에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연구가 진행 중인 신체 유해성

라디오파의 건강 영향과 관련해선 휴대전화 전자파의 건강 영향과 관련된 연구가 압도적으로 많다. 레이더 전자파의 건강 영향과 관련된 연구는 수도 적지만 질이 높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어서 자료 가치가 높지 않다. 이는 레이더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대부분 군인 등 특수 신분인 경우가 많고 그 수도 적어 현실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레이더가 건강에 영향을 끼치는 메커니즘 역시 휴대전화 전자파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레이더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휴대전화로 인한 건강 영향 메커니즘 역시 아직 완전히 규명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라디오파 주파수대의 전자파는, 인체 조직에 에너지가 흡수돼 열을 발생시켜 인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에 그 열 발생은 전자파에 존재하는 에너지 입자가 서로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동반 현상이므로 열 발생 외에 전자파 에너지 입자와 인체 조직 간에 다양한 상호작용 메커니즘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지 정확히 어떤 작용으로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많이 사용한 이에게 뇌암이 발생한다는 연구가 상당수 축적됐음에도 아직 라디오파가 국제암연구소가 정하는 발암물질 기준상 ‘2B’(발암가능물질)에 머물러 있는 까닭도 이러한 질병 발생의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못한 탓이 크다.

레이더만의 독자적 상호작용 메커니즘 중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게 레이더 박동에 의한 ‘소음’이다. 이는 레이더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전자파가 대기 중에 열에너지를 전달해 파동이 생기고, 이것이 사람 귀에 전달돼 느끼게 된다. 이는 고전적 의미의 ‘소리’라기보다 ‘박동’에 가까운데, 청각이 예민한 사람들은 이 박동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 귀에 전달되는 이런 에너지 박동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세 번째 불확실성은, 라디오파가 발생시키는 질병의 종류에 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라디오파로 인한 건강 문제로 거론되는 질병은 적지 않다. 성인과 소아의 뇌암, 청신경종(종양의 일종), 수면장애, 인지장애, 두통, 구역질, 구토 등 비특이적 복합 증상, 생식장애, 불임 등 다양한 질병 발생과의 관련성이 거론되고 있다.

아직까지 확정적 근거를 가진 질병군은 존재하지 않는다. 뇌암, 청신경종, 수면장애 등은 그나마 근거 수준이 높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영역으로 거론되지만, 나머지 질병들은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두통, 구역질, 구토 등 비특이적 복합 증상의 경우 전자파가 이것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자파와 관련된 논란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이 복합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은 눈여겨볼 만하다.

누가 ‘100% 안전’을 말하나

국방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성주군민의 불안과 우려가 지속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에 의한 건강 영향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몽의 언어로, 시시비비의 자세로 접근한다면 국방부는 성주군민과 영원히 소통할 수 없을 것이다.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문제를 ‘안전하다’ ‘전혀 문제없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와 정보 수준으로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성주군민에게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개인의 특수성과 현실의 가변성을 고려할 때 특정 조건에서 특정 개인에게는 위험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제를 가지고 사드의 안전성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직업환경의학 전문의) / 한겨레21 2016년 7월 25일자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