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담배회사와 FTA·③] 한국정부, 담배규제협약 개최할 자격 없다

이 정권에서는 유난히 국제회의가 많았다. 사회 전체를 ‘단속’ 체제로 만들면서 개최한 G20 정상회의부터 올해 열린 핵안보정상회의까지.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구럼비를 폭파하면서 그 제주도에서 세계 자연보전 총회도 열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딱 이 정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빈 수레 정부가 요 며칠부터 이름도 낯선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 총회도 주최한다. 국제회의를 개최할 때 마다 정부가 이야기 한 경제효과에 대한 기대는 아예 없다. 다만 모든 국제회의의 기본취지조차 다 거꾸로 갔던 MB정부이기에, 우리는 담배규제기본협약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이번 국제회의와 그 회의 주최자인 한국정부 그리고 한국의 현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

흡연율을 올린 이명박 정권이 개최하는 담배규제협약 총회

첫째,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협약은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권에서의 한국 흡연율의 변화부터 좀 보자.

FCTC 당사국 총회와 관련한 NGO포럼 준비를 하기 위해 한국 흡연율을 찾아보고서 나는 깜짝 놀랐다. 보통 나라다운 나라에서 흡연률이 더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한국은 지속적으로 떨어지던 흡연율이 MB 정권 들어서고 다시 올라간 것이다. 2007년에 비해 남자는 45%에서 48.3%, 여자는 5.3%에서 6.3%로 올랐다. 비과학적인 생각이겠지만 이번 정권에서 담배 필 일도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단순한 통계에서도 이명박 정권은 흡연율을 줄여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의 담배규제기본협약의 기본 중의 기본을 지키지 못했다. 이런 정부가 당사국 총회를 열 자격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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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흡연율 (단위 %) ⓒ나라지표

국제 담배규제기본협약의 의무사항도 안 지킨 정권

둘째 좋은 이름붙인 국제회의마다 거꾸로 갔던 정부답게 이명박 정권은 담배규제기본협약의 의무이행사항도 지키지 않았다.

FCTC 당사국 총회 홈페이지에 가면 한국의 의무사항이 나온다. 한국이 이 협정의 가입국이 된지 3년째 그리고 5년째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 명시돼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ㆍ제11조 담배제품의 포장 및 라벨에 대한 규제: 협약 발효 3년 이내 ⇒ 2008년
ㆍ제13조 담배제품의 광고·판촉·후원에 대한 전면적 금지 또는 규제: 협약발효 후 5년이내
⇒ 2010년까지

먼저 제 11조 “포장 및 라벨에 대한 규제”는 한국 정부 스스로가 “경고그림·오도문구 금지 입법 추진 필요”(2012.6.28 보도자료)라고 시인하고 있듯이 현재 시행하고 있지 않다. 이 11조는 오스트레일리아가 민 답뱃값 정책(plain packiging)으로(프레시안 기고문) 또 4차 당사국 총회 개최국 우루과이가 강력한 담배 위험 경고 그림을 도입하여 두 나라다 투자자-국가 중재(ISD)에 회부되었을 정도로 국민건강보호에 중요하고 담배회사에 타격을 주는 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또한 담배규제협약 13조인 담배제품의 광고·후원·판촉행위에 대한 규제도 지극히 미흡하다. 한국은 2010년 즉 의무이행 일정인 5년후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당사국 총회가 잡힌 후 부랴부랴 “담배회사 판촉·광고·후원 금지 또는 규제” 할 조항들을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안으로 마련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사실 구멍이 숭숭난 규제다.

예를 들어보자. 개정안은 잡지광고를 규제한다고 해 놓았다. 단 조건이 달렸다. “여성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서만 광고 금지다. 하지만 지금도 여성 및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에 담배광고가 실리지는 않는다. 또 행사 후원 금지도 마찬가지다. “여성 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후원 행위 금지”가 새로 시행되는 내용인데 ‘여성과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가 한국에서 과연 얼마나 될까?

담배기업에게 영리병원을 허용한 정부

셋째 정말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정부는 KT&G에 영리병원을 허용한 정부다.

담배규제기본협약 제 13조는 정부가 담배기업이 행사 후원을 하면서 스스로를 마치 사회적으로 훌륭한 일을 하는 기업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규제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이번 10월 29일 영리병원 시행규칙을 고시하여 영리병원을 허용했고, 그 우선협상투자대상자로 삼성증권, 삼성물산과 함께 KT&G가 포함된 투자콘소시움을 송도국제병원 대상자로 선정하였다. 이건 규제가 아니라 아예 정부가 나서 담배회사가 병원에 투자하도록 나서는 셈이다.

병원, 그것도 담배회사가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 ‘영리병원’을 개설하는 것을 허용하는 정부가 무슨 담배규제협정 총회를 주최할 자격이 있을까. 이제는 아예 ‘생명을 지키는 담배회사 KT&G’ ‘국민건강을 지키는 든든한 KT&G’라는 홍보도 허용할 판이다. 담배회사의 후원을 금지해야 할 정부가 나서서 담배회사, KT&G를 키워주는 이 자세는 무엇이라고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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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경제자유구역청 KT&G 송도국제병원 투자대상자 지정 보도자료(2011.3.22)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화면캡쳐

물론 이것만도 아니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기금을 KT&G와 함께 향후 10년 동안 8,000억원을 해외에 공동투자하기로 MOU를 맺었다. KT&G가 해외에 투자할 사업은 무엇일까? 결국 담배산업과 연관된 사업 또는 그 수익이 담배회사로 귀결되는 사업 아닐까?

나는 담배기본규제협약이 담배로부터 세계 민중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완전한 협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담배규제협정이 WTO나 FTA에 우선하는 협정이어야 한다는 개발도상국들의 주장은 수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반대하는 협정인 것에서 보이는 것처럼, 세계인의 건강에 의미가 있는 협정인 것은 맞다. 그런 의미에서 이 협정 당사국 총회를 한국정부가 개최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한국정부는 이 협정에서 부과하는 최소한의 의무사항도 지키지 않고 있는 정부기 때문이다. 아니 한술 더떠 담배회사인 KT&G를 위해 영리병원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꼼수로 통과시킨 정부기도 하다. 한국정부는 떼돈을 들여 치르는 국제행사를 자랑하기 전에 당장 KT&G와 삼성을 위한 영리병원 시행령과 시행규칙부터 철회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명박 정부들어 떨어지던 흡연율이 다시 증가한 것을 보며 나는 다시 되묻는다. 정권 자체가 ‘흡연’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면 그 정부가 어떻게 되어야 사람들이 더 건강해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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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송도국제병원 투자우선협상대상자(KT&G)를 위한 법령개정 요구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화면캡쳐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건강과대안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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