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력조직 조직원은 왜 병원노동자를 때렸나

김태촌(서방파 두목)에게 응급조치를 하려 했던 간호사를 폭행한 폭력조직 조직원이 며칠 전 응급의료 방해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김태촌이 갑작스레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자 응급처리를 위해 자리를 비켜 달라고 요구한 간호사에게 욕설을 하고 뺨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김태촌이라는 인물의 뉴스성 때문에 많은 언론매체에서 기사로 다뤄졌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들여다봐야 할 중요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정작 관심이 적은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병원노동자 폭력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사업장 내의 폭력 문제는 심각한 문제다. 이는 해당 조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뿐 아니라 폭력을 당한 개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심각한 사업장 폭력의 다수가 병원에서 발행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업장 폭력의 25~40%가 병원에서 이뤄진다고 한다. 병원노동자의 반수 이상이 일하는 동안 폭력을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에서도 보건의료노조가 2010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자의 62.9%가 일을 하면서 폭언·폭행·성희롱 등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병원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병원노동자의 노동의 질을 하락시켜 환자 진료에도 영향을 준다. 병원 폭력은 각 나라의 문화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병원 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가 높을수록, 진료 대기시간이 길수록, 병원 조직의 관료화가 심할수록, 병원 노동자의 이직률이 높을수록 병원 폭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해당 국가의 범죄율과 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중요한 요인이지만, 병원 내부의 조직적 요인도 폭력을 부르는 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재 한국의 병원은 병원 노동자 폭력의 위험이 매우 높은 환경에 놓여 있다. 환자가 분산되지 못해 일부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병원노동자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은 데다, 대부분의 병원에서 병원 폭력 예방을 위한 조치가 태부족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병원 폭력의 심각성에 대해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병원 경영자의 관심이 필요하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병원 폭력은 병원노동자뿐 아니라 의료서비스 질에도 영향을 끼쳐 그 피해가 환자에게도 전가되기 때문이다.



폭력 문제는 사후 대처보다도 예방을 위한 제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병원 환경 개선, 폭력 예방 및 대처 수단 교육이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병원의 조직문화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충분한 인력이 적절한 노동강도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병원 폭력도 줄어든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 기술적으로 대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폭력 상황이 발생할 조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방법으로는 진료 예약, 환자 및 보호자의 군집 가능성 배제, 진료 대기 시간 최소화 등이 고민돼야 한다. 병원 환경 개선방안으로는 집단이 병원노동자를 접촉할 수 있는 공간을 최소화한다거나, 안전요원을 정문에 위치시킨다거나, 여러 명이 모이는 공간은 최대한 개방해 후미진 곳이 없도록 한다거나, 병원노동자의 휴식공간을 별도로 설계해 병원노동자가 감금당할 가능성을 최소화한다거나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더불어 병원노동자 개개인이 폭력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대처방안을 교육받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대한 예방조치를 취한 뒤 발생하는 폭력 상황의 경우 사후조치로 폭력을 당한 노동자를 빨리 발견해 심리 평가와 상담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매일노동뉴스 2012년 4월 9일자 /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노동건강연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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