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임채민 장관 카드? “병들면 집안 거덜난다”


 
청와대의 마지막 발악.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한 것이 내게는 그렇게 밖에 보이지 않는다. 임채민씨의 복지부장관 내정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명박 정부의 집요함에 손사래를 쳤다. 이 정부가 정권 막판까지도 영리병원 허용 등의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임 내정자는 보건복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청와대는 임채민씨를 복지부장관에 내정하면서 “이명박정부 초대 지경부 제 1차관으로서 산업정책의 기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전문 경제관료” 라고 말했다. 국민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지는 주무부서 장관 임명의 변으로서는 어쩐지 멘트가 뒤바뀐 것 같다. 보건이나 복지에 전문경제관료를 임명하게 되었으면 경제말고 보건복지쪽도 잘 할 수 있다는 근거를 대는 것이 정상일텐데 어떻게된게 이 정부는 경제관료라는 이유만이 자랑스럽다. 임내정자는 산업자원부와 지경부를 거친 경제관료 출신이다.


결국 임채민 내정자에 대한 청와대의 ‘칭찬’은 국민들의 상식에 어긋난 청와대의 세계관을 보여준다. 청와대에게는 복지는 경제이며 돈을 남겨야 하는 산업인 것이다. 아픈 이들을 치료하는 병원도, 국민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한국 보건의료체계도 국민건강보험도 다 산업정책의 기틀 아래 짜여져야 한다. 의료는 상품이고, 병원은 민간자본의 돈을 부풀리는 투자처여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런 세계관으로 지금 청와대와 경제관료들이 추진하지 못해 혈안이 돼 있는게 ‘영리병원’ 허용 아니던가.


돈 없으면 치료도 받기 어려운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임채민 내정자는 지난 3월과 4월 국무총리실장 시절, 제주도 영리병원추진과 관련하여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제주도민들은 2008년 제주도가 실시한 주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도내 영리병원 허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임 내정자는 “영리병원은 제주도를 위해 좋은 것이 아니냐. 제주도를 위해 하는 것”이라며 영리병원 도입 조항을 특별법 개정안 통과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때문에 제주도민이 가장 바라고 있던 관세면제 사안이 영리병원과 연계되어 지금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임채민씨가 영리병원용 장관내정자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더 있다. 현재 인천 송도 등 전국 6개지역의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문제는 한나라당의 특별법 발의로 소관위원회가 복지위에서 지경위로 옮겨진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민상식과는 어긋나지만 ‘이명박정부 초대 지경부 제1차관’ 출신이라는 경력이 복지부 장관 인선에 빛나는 훈장으로 등장한 이유다. 레임덕의 이명박 정부에게 임 내정자는 보건복지부를 의료민영화 추진 부처로 만들어줄 절호의 카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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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도입을 먼저 시행한 나라들의 피해사례 제보를 모아 화제가 됐던 이상호 MBC 기자의 트위터 일부 화면. 영리병원 도입 이후 고가의 의료비에 시달리는 사례들이 올라와 있다.



복지부를 의료민영화부처로 만들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청와대의 단호한 자세는 임채민 내정자의 전력에서도 엿보인다. 임채민 내정자는 지난 국무총리실장 임명당시에도 부동산투기등을 목적으로 한 10여차례의 위장전입이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청문회에서 임 내정자는 부동산 취득을 위한 위장전입도 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위장전입쯤은 별거 아닌 문제가 된 누더기 정부라지만 그래도 국민건강과 복지를 책임진다는 자리에 저런 인물이 앉히는 것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물론 이런 문제제기에 청와대는 끄떡도 하지 않을 것이다. 도덕성문제로 사퇴해야 한다면 지금 대통령을 비롯하여 자리에 앉아 있을 공직자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대기업과 의사협회 숙원만 풀어준다면…도덕성 따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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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CBS노컷뉴스



그런데 임채민씨를 환영하는 단체와 언론도 있다. 무슨 이유일까? 우선 임채민씨가 내정되자 중앙일보등 보수언론들은 영리병원 및 의약품 슈퍼판매 등을 밀어붙일 적임자라면서 환영하는 뜻을 밝혔다. 하긴 중앙일보가 어떤 병원과 재벌의 이익을 대변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7월 무섭게도 드라이브를 걸던 것이 바로 영리병원허용과 종편광고를 위한 의약품 슈퍼판매등의 의약품 규제완화 아니었던가. 짜고치는 고스톱에 절호의 인물이 등장한 셈이다.


직능단체 중 유일하게 축하와 환영 입장이 나온 곳은 대한의사협회다. 의사협회는 31일 논평을 통해 “임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산자부, 지경부, 국무총리실 등을 거친 경제전문 관료출신으로서, 현 정부 산업정책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활약해” 왔다며 “정-재계에 방대한 인맥 등 친화력 또한 뛰어나다는 평” 이라며 환영입장을 발표했다.


여기에 의사협회의 단골메뉴가 또 한번 등장했는데 바로 ‘의료사회주의 만연론’이다. 의협은 임 내정자 인선을 환영하며, “의료시스템을 규제 일변도로 묶어놓는 고질적인 의료사회주의가 만연해 보건복지부문에 대한 경제적 시각의 접근”이 필요하고 “청와대가 이런 흐름과 당위성을 십분 고려해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을 내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의사협회가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이유를 요약하면 그가 의료를 복지가 아니라 경제와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할 인물이라는 점이다. 왜 의협이 이런 성명을 냈을까? 의협은 산하 연구소인 의료정책연구소를 통해 지난 8월 29일 보고서를 통해 ‘다보험자 경쟁모형’을 제시했다. 여기서 ‘다보험자 경쟁모형’이란 건강보험을 대체하는 ‘대체형 민간보험자’를 활용하는 방안으로 건강보험의무가입제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의사협회는 지금까지도 줄기차게 당연지정제를 깨자고 주장하고 있고 헌법소원까지 제기한 바 있다. 의협에게 임채민은 그들의 숙원인 ‘의료사회주의’제도인 국민건강보험을 없앨 수 있는 인물인 셈이다.


결국 정권 말기 레임덕 상황에서까지 이명박정부는 다시 그들만의 리그를 준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시절부터 내비쳤던 의료민영화 3종 세트인, 건강보험당연지정제폐지, 영리병원허용, 민간의료보험활성화를 정권을 내 놓기 전까지 어떻게든 처리하겠다는 것, 그것도 힘에 의해 해결하겠다는 것. 이것이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의 복지부 장관 내정이 보여주는 이명박정권의 마지막 발악이다.


영리병원 허용→국민의료 황폐화→민간보험 활성화, 어찌할까


2008년 촛불시위에서 외쳐진 “공약을 지킬까봐 겁이 나는 건 니가 첨이다”라는 구호는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정책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당시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에 반대하는 온 국민의 촛불에 이 대통령은 당연지정제폐지는 없다고, 의료민영화는 없다고 사과해야했다. 물론 도덕성이나 국민과의 약속따위는 이전에 엿바꿔먹은 정부라 그리고 나서도 영리병원허용과 온갖 법안으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했지만,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결국 의료민영화의 봇물을 트지 못했다.



지금 이 정권은 임기말까지 복지부장관에 경제관료를 직접 임명해서까지 의료민영화를 추진하려 한다. 그래도 같은 하늘 아래, 대통령이 국민들과 정이 들만도 했는데, 이명박 정부, 끝내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단다. 어찌해야 하나? 누구나 한결같은 마음이겠지만, 국민들이 지금 이 남은 정권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더도말고 덜도말고 임기말까지 큰 사고나 더치지 말라는 것 뿐일 게다. 그리고 이것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임기말까지 이 정부를 더 봐줄래야 봐 줄수 없다는 게 모두의 심정이라는 것, 이 진실을 현 정권이 직시하기를 바랄 뿐이다
 
 
(변혜진 건강과대안 운영위원,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이 글은 미디어오늘 2011년 9월 6일자로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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