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G20과 개발

역사상 가장 비싼 12일이 끝났다. (보안규정 때문에 예산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국감에서 국토해양부에서만 G20 관련 예산이 49200억이라는 자료가 공개된 바 있다.) 자화자찬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평이 엇갈리는 가운데, 이번 서울선언의 주요 의제로,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한국이 주도해서 의제화하였다고 자랑하는 개발의제에 대해 살펴보자.


 


지난 12, G20 정상회의 공식 선언문으로 [다함께 성장을 위한 서울 개발 컨센서스]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이 발표됬다. 주요 내용은 “2015년까지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달성할 것을 약속하고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이를 위한 우리의 노력을 재강화할 것을 약속하고, 개도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원을 촉진하기 위해 9개 분야(인프라, 인적자원개발, 무역, 식량안보, 민간투자와 고용창출, 경제성장, 금융소외계층 포용, 국내 재원 동원, 개발경험공유) 20개 행동계획을 채택했다. 한국정부가 논의해온 개발의제의 핵심은 개도국 개발을 지원하는 방식을 기존 자금지원에서 탈피하여, 개도국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 `경제 성장을 동반한 개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축적된 한국의 개발경험을 공유, 전수한다고 한다.


 


한국이 개발원조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한국은 올해부터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여, 원조를 받던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격상되었음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DAC 24개국 중 GDP 대비 ODA 규모가 0.09%로 꼴찌이다. (DAC 평균은 0.3%) 20개 이상의 DAC회원국이 원금상환을 전제로 하는 유상원조, 즉 빚으로 빌려주는 비율이 2% 미만인 반면 한국은 32.8%로 가장 높다. 게다가 이 유상원조기금의 운용원칙은 아예 개도국과의 호혜적 경제협력 달성을 목표로개도국의 경제·사회개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여 장기·안정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우리기업의 수출·해외투자와 필수 에너지·광물자원 확보를 지원하여 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하는 것으로 명시되어 있다. 개도국 발전이나 인도주의적 원조보다 자국의 경제협력, 자원개발이 목적이며 이에 따라 원조대상국도 신흥시장이나 자원부국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은 소득대비 원조규모에서도 꼴찌이고, 그마저도 유상원조라는 이름으로 빚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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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원조약속부터 지켜라


한국정부는 물고기가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개발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이 기존의 1세계 식의 자금원조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한국식 개발모델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인 사람에게는 음식을 일단 먹여 살려놓은 다음에 고기 잡는 법이든 농사짓는 법이든 알려줄 수 있다. 기존의 ODA도 재원이 부족하고 집행이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개발 패러다임을 바꾼다고 하는 것은 원조 책임을 방기하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2002년 몬테레이 국제 개발 재원회의에서부터 ODA 규모 확대의 필요성을 이야기해왔고, GNI 대비 0.7%까지 확대할 것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ODA이외의 다양한 재원 국재개발채권, 탄소세, 외환거래세, 은행세, 부채탕감 등의 방안을 논의해 왔으나 신자유주의·탈규제를 외치는 선진국들의 반대로 실제화된 방안은 하나도 없다. ODA 증액안 역시 2005 G8 정상회담에서 500억 달러, 2009G20 정상회담에서 500억달러 증액을 결의하였으나, 모니터링 결과 5년간 300억달러 증액에도 실패했다. 선진국들끼리의 컨센서스로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 같으니 지난 2010 8월 캐나다 토론토G20정상회담부터는 G20에서 개발의제를 다루겠다고 공식적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때맞춰 한국정부가 말하기 시작하는 것이 원조액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는 패러다임 전환이다. 약속도 안 지킬뿐더러 책임을 방기하고, 약속 자체를 부정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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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G8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2009-2010년 목표(흰 상자) 대비 실제 원조액(막대그래프).


 


한국이니셔티브는 기업의 이해목적이 우선 신자유주의 이념을 노정한 개발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이라고 일컫는 한국이니셔티브의 내용을 보면 한국 정부의 목적이 더 확연해진다. 코이카를 통해 진행된 무상원조를 제외하고, 2000-2008년 유상원조 사업을 수주한 상위 6대기업을 보면, 삼성물산, GS 건설, 대우인터네셔널, 한솔이엠이, 경남기업, 포스데이타이다. 이들 대기업이 유상원조의 반 이상을 맡아서 결국 기업들 배불리기를 하고 있으면서 ODA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G20 준비위원장 사공일씨는 공공연하게 자금지원중심의 원조가 아니라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즉 공적부문과 사기업이 합작하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왔다. 공공의 영역에서 담당해야 하는 인적자원개발, 인프라 확충을 민영화하는 방식을 개도국에 전수하겠다는 뜻이다. 실제로 발표된 [다년간 개발 행동계획]에서도 기업투자환경강화, 민간투자의 부가가치극대화, 개도국의 다국적기업에 대한 조세부과지원등의 조항이 언급되어 있다. 물론 개도국의 경제성장과 동반된 빈곤해소라는 소기의 목적이야 훌륭하지만, 이런 접근법으로는 개도국 내 자원, 금융에 접근성이 높은 대기업과 부유층을 중심으로만 성장이 집중되고 양극화는 더 극심해 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의 60-80년대 개발경험이 그러하였듯, ‘경제개발계획을 세우고, 경제엘리트들을 양성하고, 무역을 통해 국제시장에서 역량을 키우면 GDP가 증가 할 것이라에 묻혀 환경오염, 반민주, 반인권, 빈부격차와 같은 후유증에 대한 고려는 안중에 없다. 신자유주의나 기업 세계화, 노동유연화, 민영화, 복지축소 같은 이러한 접근 방법이 바로 세계적 불평등과 빈곤을 악화시킨 장본인이다. 한국 이니셔티브는 실패한 워싱턴 컨센서스를 재탕하며(IMF 복권도 이번 정상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그 위기를 개도국에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 국제원조단체 등 시민사회와 개도국 민중과의 소통 부재


한국정부는 그동안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의제에 대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여가 가능하며,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와 같은 비회원국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역할을 수행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합동 워킹그룹을 구성, 아프리카개발은행(AfDB), UN아프리카경제위원회(ECA) 등과 접촉하여 이번 행동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역시 중점 프로젝트는 성장촉진과 일자리창출이다. 이에 대해서도 실제 위기의 부담을 지고 있는 아프리카 민중들과 현지 활동가들이 아니라 개발프로젝트를 따내려는 지배계급이나 정부부처들과만 협력하는 행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기존의 원조 기구의 프로그램, 기존 정부사업들과의 연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예산이 낭비될 가능성이 높고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의와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부채탕감이 우선이다


현재 개발도상국들은 1달러 원조를 받는 동안 외채에 대한 이자로 2.3달러를 갚고 있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은, 식민지배에서 벗어나면서 독립의 대가로 엄청난 외채를 질 수 밖에 없었고, 플랜테이션으로 농업구조가 왜곡된 가운데 식량을 구입하느라, 다국적기업이 기간산업을 놓아주는데 비용을 지불하느라 그 부채가 점점 불어났다. 1999년과 2005년에 일부를 탕감하였고, 2004년 동남아 쓰나미나 2009년 아이티 지진때 시민사회의 압력으로 일부 빚이 탕감되기도 하였으나, 저소득국가 523억달러 중 40억달러에 불과하다. 개도국들은 이미 1980년에 외채 1달러당 이미 7.5달러를 상환했으며, 앞으로 4달러를 더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고기잡는 법이 아니라, 굶고 있는 사람에게서 잡아놓은 고기마저 빼앗는 형국이다. 부채가 남아있는 한, 그 부채를 빌미로 세계은행과 IMF의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한 대출이 지속되는 한, 원조의 대부분은 지역 엘리트나 외국계회사의 주머니로 흘러들어 갈 수 밖에 없다. 착취를 하면서 기부를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이번 G20에서 실질적 부채탕감에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국제시민사회의, 개도국 민중의 목소리를 들어라


G20대응민중행동은 11일 서울선언을 통해 “ ‘경제 성장의 측면만 강조하고, 민주주의, 인권, 환경, 양성평등과 같은 가치를 전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는누구를 위한 개발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경제성장에 초점을 맞춘 제3세계 개발은 저개발국가들의 상품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한 선진국의 이해관계와 얽혀있다.” 고 비판했다. 세계적 구호단체인 옥스팜에서도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다루게 될 개발의제는 인적 자원의 역할을 다루고 있기는 하나 보건, 교육, 인프라에 대한 규모 있는 정부 투자의 중요성을 다루지 않고 있다. 또한 공정한 토지 개혁의 필요성, 경제의 견인과 성장을 위한 정부의 주도적인 역할을 간과하고 있어 근본적인 불평등을 감소할 수 있는 개발 컨센서스에 도달하기엔 여전히 갈 갈이 멀다.’ 라고 발표했다.

G20 회의에서 나온, 한국이 말하는 개발은 국제사회의 대세를 역행하고 있다. UN을 비롯, 세계의 개발원조단체들은 개발을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변화를 포함해 인권과 자유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과정으로 정의내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인권, 환경, 여성과 같은 이슈들이 녹아 들어가야 함은 물론이다. 이런 원칙도 이념도 없이 방법만을 이야기한다는 개발 의제는 그래서 틀렸다. G20이 해야 하는 것은 부채탕감이 우선이고, 기업의 이해로 활용될 한국이니셔티브의 철회이며, IMF ·WTO 강화가 아니라 근본적 개혁과 대안적 체제에 대한 모색이다. 이 중 아무것도 합의된 것은 없다. 이것이 그들만의 종이뿐인 합의문에 저항과 반대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예산의 집행과 내용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이다.

윤정원(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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