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MB의 “값싸고 질 좋은 美 쇠고기”…무슨 일이 생겼나?

 ’살인 대장균’ O157 쇠고기 ‘국내 유입’…美 대량 회수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미국 스위프트의 쇠고기 작업장에서 병원성 대장균 O157 오염과 관련한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스위프트의 O157 오염 관련 대규모 리콜 사태는 미국 내 도축장의 위생 실태와 미국 정부의 검역 시스템 등에 심각한 결함이 있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문화방송(MBC) 의 방송과 촛불을 든 시민들의 주장이 상당한 근거가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USDA FSIS)은 지난 6월 24일 병원성 대장균 O157(E.coli O157:H7)에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콜로라도 주 그릴리 소재 스위프트(JBS-Swift Beef Co)의 쇠고기 18.7톤에 자발적 리콜 조치를 취했다. 6월 28일 미 농무부는 이 회사에서 생산한 172톤의 쇠고기에 추가로 자발적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발생한 24명의 병원성 대장균 O157 감염 의심 환자 가운데 최소한 18명이 바로 스위프트에서 도축하여 가공한 쇠고기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한국 정부는 지난 24일 이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하여 미국 정부와 스위프트가 한국의 검역 당국에 어떤 통보를 했는지, 한국의 검역 당국은 이와 관련한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국민에게 자세히 알렸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겨레> 등 몇몇 언론의 기자들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를 취재하기 전까지 농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관련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불교방송> 박명한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스위프트 969 작업장에서 올해 모두 66차례에 걸쳐 1770톤의 쇠고기가 한국으로 수입되었다. 또 <한겨레> 김성환 기자와 류이근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농림수산식품부 관계자가 “문제가 된 스위프트 작업장에서 지난 4월 21일 생산한 쇠고기가 모두 189톤(10건) 수입됐고, 이 가운데 5~6톤 정도가 O157 감염이 의심되는 쇠고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미국에서 전량 리콜 중인 쇠고기들이 한국에서는 전혀 회수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정부 당국은 스위프트의 쇠고기가 분쇄육으로 수입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리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6월 24일 미국에서 O157 오염과 관련하여 햄버거와 피자 등의 원료가 되는 분쇄육이 문제가 되어 회수 조치를 취했지만, 6월 28일부터는 스테이크와 구이용으로 사용되는 절단육으로 회수 조치가 확대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된 콜로라도 주 그릴리 소재 스위프트의 969번 쇠고기 작업장은 2008년 7월 10일자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려면 받아야 하는 자발적 품질 평가 제도 QSA(Quality System Assesment·품질 체계 평가)를 미국 농무부로부터 인증-도축장(Slaughterer)과 조립가공장(Fabricator)-을 받았다.


한국 현지 점검단 다녀간 지 1주일 남짓 만에 사고 발생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3월 29일부터 4월 13일까지 스위프트의 969번 작업장을 비롯한 22곳의 미국 내 쇠고기 수출 작업장을 현지 점검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당시 검역원은 도축 소의 연령 감별 및 30개월령 이상 소의 구분 관리 등 QSA 운영, 뇌·척수·편도 등 ‘특정 위험 물질(SRM)’ 제거, ‘작업장 위생 관리 기준(SSOP)’과 ‘위해 요소 중점 관리(HACCP)’, 다우너 소 생체 검사 등을 점검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현지 점검이 끝난 지 불과 1주일 만인 지난 4월 21일과 22일에 O157에 오염된 쇠고기가 스위프트의 969 작업장에서 도축·가공되었다. 문제의 O157 쇠고기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수출되었다. 리콜 조치된 쇠고기 목록은 미국 농무부 식품안전검사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위프트의 쇠고기 제품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일리노이 주 등 미국의 13개주의 쇠고기 소매 업체로 팔려나갔으며, 재포장 과정을 거쳐 다른 유통 업체로도 판매되었다. 다른 유통 업체로 판매된 쇠고기 중에서 일부는 다양한 쇠고기 부위와 혼합하여 갈아 만든 쇠고기 형태로 햄버거, 피자 등의 가공식품 원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의 쇠고기는 미국 농무부의 검사를 무사히 통과했다. 한국 정부의 점검단도 스위프트의 969번 작업장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점검단이 다녀간 지 기껏 일주일 만에 도축·가공한 쇠고기가 O157 관련 대규모 리콜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은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도축장 안전 점검 시스템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방증한다.


스위프트의 969번 작업장…불량 잔혹사


사실 콜로라도 주 그릴리 소재 스위프트의 969번 작업장은 여러 차례 위생 상태 불량 사실이 적발되었던 곳 중 하나로 악명이 높다.


스위프트 969번 작업장은 2006년 한국으로 수출이 재개되기 전에 이미 홍콩 등으로 수출된 쇠고기에서 수입 금지 물질인 뼛조각이 발견돼 수출 선적 중단 조치를 받았다. 2006년 노무현 정부의 미국 현지 작업장 점검에서도 일반 위생 관리 상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수출 작업장 승인이 보류된 적도 있다.


게다가 2006년 한국 수출이 재개된 이후에도 수출이 금지된 갈비통뼈가 적발되어 쇠고기 수출이 중단된 적이 있다. 더구나 스위프트 969번 작업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위생 관리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 작업장에서 2008년 11~12월에 한국으로 수출한 쇠고기가 변질된 것을 적발해 12월 12일자로 한국 수출 작업장 자격을 정지시켰었다.


스위프트 969번 작업장은 일본에서도 수입 위생 조건 위반으로 수입이 중단된 적이 있다. 2006년 11월 8일, 일본 후생노동성과 농림수산성은 오사카(大阪) 항에 도착한 미국 스위프트 969번 작업장에서 수출한 냉동 육우와 혓바닥 11톤이 포함된 760상자 중 1상자에서 수입 수속에 필요한 미국 정부 발행의 위생 증명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흉선이 혼입된 쇠고기를 적발했다고 밝히며 수출 선적을 중단시켰다.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더니…


일찍이 에릭 슐로서는 <패스트푸드의 제국>(김은령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스위프트 969번 작업장이 있는 콜로라도 주의 그릴리를 놓고 이렇게 묘사했다.


“콜로라도 그릴리는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냄새로 먼저 그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 이 마을에서 풍기는 냄새는 잊기도 힘들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더 힘든 것으로, 살아 있는 동물과 거름과 개먹이로 만들기 직전의 동물 사체에서 나는 냄새를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하다. (…) 그릴리의 모든 것에 스며들어간 이 냄새는 두통을 야기하고 구역질을 나게 하며 잠을 못 자게 한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 쇠고기 협상이 끝난 직후인 지난 해 4월 21일 미국산 쇠고기는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최근 국내산 쇠고기에 대한 이력 추적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면서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와는 달리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 쇠고기는 이력 추적제에서 제외되었다. 현재 미국은 이력 추적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이력 추적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위프트의 병원성 대장균 O157 관련 리콜 조치에 대해 정부는 신속하고 정확한 발표를 하지도 못했고, 즉각적인 회수 조치도 취하지 않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는데 실패했다.


농식품부가 인정한 O157 감염이 의심되는 5~6톤 정도의 쇠고기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일부는 이미 국민의 밥상으로 올라갔을 것이고, 또 다른 일부는 식육 가공 공장으로 팔려가서 햄버거나 피자 등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분쇄되어 작업장 번호 ‘EST. 969′마저도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량 회수 중인 O157 오염 우려 쇠고기가 한국에서는 여전히 “값 싸고 질 좋은 쇠고기”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를 비롯한 모든 것을 거꾸로 돌리는 MB식 불통의 정치 탓은 아니길 바라고 또 바란다.

박상표(국민건강을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연구위원) / 프레시안 6월30일자


‘살인 대장균’ O157은…


대장균(Escherichia coli)은 동물의 장 안에 살고 있는 긴 막대기 모양의 해롭지 않은 세균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해를 끼쳐 병을 불러일으키는 유해한 병원성 대장균이 일부 있다.


병원성 대장균은 ①장관 병원성 대장균(O55, O86, O111, O126 등) ②장관 조직 침투성 대장균(O29, O112, O124, O143 등) ③장관 독소원성 대장균(O6, O8, O20, O25, O63, O78 등) ④장관 출혈성 대장균(O157, O26, O111, O113, O146 등) ⑤장관 부착성 대장균 등이 있다.


O157 대장균은 1982년 미국 오레건, 미시간 주에서 발생한 햄버거 집단 식중독 사건을 통해 처음 발견되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환자의 분변으로부터 식중독을 일으킨 원인균으로서 O157 대장균을 분리했다.


O157 대장균 감염 증상은 처음에는 물 같은 맑은 설사로 시작하여 피가 섞인 설사로 악화되며, 심한 복통이 동반되며,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감염 환자 대부분에게서 열이 나지 않는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등이 O157 대장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위험하다. 환자의 5~10%가 이 대장균 탓에 사망해 ‘살인 대장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감염 경로는 ①충분히 익히지 않은 오염된 소고기와 우유 및 그 제품 섭취 ②소의 배설물로 키운 야채 섭취 또는 배설물로 오염된 수영장이나 식수 섭취 ③감염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경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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