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기자회견문]
신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연 1.2조 원!
기존 예산 돌려막기 멈추고, 사람을 살리는 신규 예산으로 전액 투입하라!
기획예산처 등 재정 당국은 회계 장난질로 지역 주민을 기만하지 말라!
지금 대한민국의 지역의료 현장은 한계 수위를 넘어 붕괴 직전에 몰려 있다. 아이를 낳을 산부인과가 없고, 아픈 아이를 데려갈 소아과가 사라지면서 원정 진료와 원정 출산을 떠나야 하며,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전전하는 ‘응급실 뺑뺑이’ 비극이 연일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과 지방 간 치료가능사망률 격차는 최대 10.39명(인구 10만 명당)에 달하고, 교통비와 숙박비 등으로 연간 4조 6천억 원에 이르는 추가 비용이 지방 환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지역 주민들의 삶이 얼마나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비참한 방증이다. 지역의료 공백은 생명권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로 우리 앞에 와 있다.
우리는 이 참담한 비극을 끊어내기 위해, 지역의료 공백 해결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고 지난 정부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요구하고 싸우며, 국가가 책임지는 지역 공공의료 강화를 주장해 왔다. 그리고 올해 2월 12일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지역필수의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의 핵심은 담배 개별소비세의 55% 등을 재원으로 연 1.2조 원 규모의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설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이 재원 부족으로 번번이 좌초되어 온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공공의료 인력 양성, 취약지 지원에 안정적이고 집중적인 정부 투자를 시작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 믿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 수요일(22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간담회’를 통해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 추진 전략을 공식화했다. 대통령은 “공공·필수의료 확장은 국가 공동체의 책임을 확실히 강화해야 하는 일”이라며, “의료를 돈을 버는 영역으로 남겨 두고 거기에 도덕과 공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유효한가”라고 되묻고, “공공의료, 필수의료 문제는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이 ‘돈보다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본사회’를 약속했고, 여러 차례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과 국가 책임 강화를 선언했기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사는 곳과 관계없이 제대로 치료받는 ‘지역 완결적 의료체계’의 가능성과 정부 책임성에 기대를 걸었다.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를 정부 스스로 “지역필수의료 투자 본격화”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지금 그 약속이 재정 당국의 기만적인 회계 장난으로 짓밟힐 위기에 놓여 있다. 기획예산처 등 재정 당국은 ‘건강보험 재정 구조 개혁 먼저’라는 경직된 논리를 앞세워, 법률에 명시된 특별회계 규모를 삭감하려 하고 있다. 심지어 기존 일반회계 사업들을 이름만 바꿔 특별회계로 옮겨 담는 ‘돌려막기’ 편법으로 1.2조 원을 채우려 하고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존 보건복지부 사업의 꼬리표만 바꿔 장부상 특별회계로 이동시킨다는 의미다. 이런 기만적인 행태는 특별회계 장부상으로 1.2조 원이라는 숫자는 채울지 몰라도, 무너진 지역의료 현장에 새로 투입되는 돈은 사실상 단 한 푼도 없게 만드는 회계 장난질이다. 이는 겉으로는 재정 지원인 척하면서 국민과 국회를 속이는 ‘무늬만 확충’에 불과하며, 신설된 지역필수의료 특별법의 취지를 완전히 무력화하는 행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건강보험 수가 구조를 혁신하여 지역·필수의료에 연 3.6조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특별회계 예산 확충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수가는 진료행위에 대한 ‘사후 보상’일 뿐, 의사가 없고 병원이 없는 지역에는 애초에 보상할 진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무너진 지역에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해 배치하고, 거점의료기관의 시설·장비·운영비를 지원하고, 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국가의 일반재정, 그것도 ‘추가된 신규 일반재정’으로만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국회가 법률에 특별회계를 못 박은 이유다. 법으로 확정된 세입을 시행도 하기 전에 삭감하려는 시도는 국회 입법권과 국민적 합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우리는 기획예산처와 재정 당국에 엄중히 경고한다. 지역 주민의 생명이 걸린 지역의료 현장에 ‘돈이 없다’는 핑계로 긴축의 잣대를 대지 말라! 정부 재정은 사람을 살리는 데 써야 한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요구한다.
첫째, 기획예산처는 기만적인 회계 돌려막기를 중단하고,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연 1조 2천억 원 전액을 ‘순수 신규 사업’ 예산으로 확충·투입하라!
신설된 지역의료 특별법에 맞춰 예산 항목 역시 완전히 신규로 증액 편성해야 한다. 2027년 특별회계 첫 예산 편성에서 기존 사업 이관분과 신규 투자분을 명확히 구분하여 국회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
둘째, 이재명 대통령은 ‘공공의료 국가책임제’ 공약 대로, 특별회계 재원을 공공의료기관 확충에 집중 투입하라!
공공·민간 구분 없는 ‘기능별 지원’은 결국 민간 의존 구조를 고착화할 뿐이다. 국립대병원과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이 지역 필수의료의 최종 책임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인력 확충과 시설·장비, 운영비까지 책임지는 전면적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긴축재정 논리를 철회하고, 재정 투입의 결정 과정을 민주화하라!
재정 당국은 재정 투입의 결정 과정에 지역 주민과 보건의료 노동자의 참여를 민주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시·도 필수의료위원회에 현장 노동자와 지역 주민, 시민사회의 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여, 특별회계가 관료의 숫자에 휘둘리지 않고 지역 현장의 꼭 필요한 곳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지역의료의 위기는 곧 생명의 위기다. 이 순간에도 응급실을 찾아 길 위에서 헤매다 죽어가는 주민들이 있고, 아픈 아이를 안고 새벽 기차에 오르는 부모들이 있다. 이런 비참함 앞에서 특별법이 정한 최소한의 예산마저 삭감하려는 시도는 국가의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다. 우리는 관료주의적 긴축재정에 맞서 연 1조 2천억 원 전액이 지역의료를 살릴 신규 투자로 집행될 때까지 시민사회·노동조합의 모든 역량을 모아 싸워나갈 것이다. (끝)
2026년 7월 24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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