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군산복합체] ‘50개주에 무기 공장’ 일자리 무기로 의원 압박

‘50개주에 공장’ 일자리 무기로 의원 압박…시퀘스터 뚫고 번성


한겨레 등록 : 2013.06.20 20:24 수정 : 2013.06.21 09:37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592678.html










미국에서 군산복합체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는, 역설적이게도 군인 출신이었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왔다. 그는 1961년 1월17일 퇴임사에서 미국 군부와 군수산업 세력의 결탁체제를 비판하며 ‘군산복합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고, 미국이 이들 때문에 상시적으로 전쟁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유투브 화면갈무리

세계 쏙

1조5000억달러 투입 추산 F-35 사업
각종 결함 불거져도 사업추진 가속
주별로 공장 분산 지역일자리 창출
정치권 압박해 예산삭감 막는 전략

‘군산복합체 재앙적 성장 경계하라’
아이젠하워의 첫 경고 이후 52년
냉전해체로 멈칫…9·11뒤 재도약
최근엔 외국참여 ‘세계화’ 전략까지

*시퀘스터: 연방예산 자동삭감 조처


2008년 미국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나섰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애리조나주)은 상원 군사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정치인이다. 매케인 의원은 2011년 12월 상원 연단에 나와 이렇게 말했다. “F-35 통합타격전투기 프로그램은 스캔들이자 비극이다.”

다음해 11월 미 해병대는 애리조나주에 첫 F-35 비행부대를 창설하고, 매케인 의원을 부대 창설식에 초대했다. 그러자 매케인 의원은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그 자리에서 “여러해 동안의 실망과 차질 뒤에 전반적인 프로그램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데 대해 고무됐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이 보여준 태도는 미국 의원들이 소속 주의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이는 또한 미국 군수업체가 막대한 정부 자금이 투입되는 첨단무기 개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차세대 전투기 입찰에 나선 경쟁기종이기도 한 F-35 통합타격전투기 사업은 미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이 200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F-35는 적의 레이더망을 피하는 스텔스 기능과 각종 첨단장비로 표적의 동태를 파악해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센서융합 기능을 갖춘, 자칭 ‘5세대 전투기’다.

이 전투기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무기다. 개발비만 391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이며, 향후 50년간 운영·유지 비용까지 포함한 총비용은 1조5000억달러로 추산된다. 막대한 재정적자에 직면한 미국 정부는 시퀘스터(연방예산 자동삭감 조처)를 단행했지만 F-35 사업은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록히드 마틴은 최근 미 국방부로부터 희소식을 들었다. 개발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처음으로, 국방부가 ‘F-35의 실전 배치가 2016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미국 의회에 통보한 것이다. 데이브 스콧 록히드 마틴 국제사업개발 이사는 “미 국방부가 다른 사업은 조정하더라도 F-35 사업에 대한 지원은 줄이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F-35 사업은 시험비행 과정에서 동체 균열, 엔진 터빈날 균열 등 결함이 잇따라 발견돼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빚어왔다. 개발 지연 때문에 개발비가 애초 예상보다 6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숫자의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미국 정부가 관련 예산을 삭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록히드 마틴의 교묘한 전략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록히드 마틴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사업의 최대 구매고객인 미 국방부가 이 전투기를 구입하려면 의회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의원들의 지지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구조다. 미국 군수업체들이 공장들을 여러 주에 분산 배치하고, 관련 부품을 50개주 대부분에서 조달하는 것도 각 지역 의원들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계산이라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F-35의 경우 전투기 한대에 들어가는 부품만 약 5만개에 이른다. 록히드 마틴은 50개주 가운데 47개주에 공장과 연구시설, 부품조달업체 등을 분산 배치하고 있다. 스콧 이사는 “F-35 사업을 통해 미국내에서 12만7000개의 직·간접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F-35가 완전 생산체제에 들어가면 일자리를 26만개까지 늘릴 수 있다며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록히드 마틴은 이를 매우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각 주의 부품업체들과 직원들을 동원해 지역구 의원들에게 이 사업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할 것을 요구하는 편지 보내기 운동도 전개했다.

이런 방식은 전략 폭격기 B-2에서 처음 선보였다. 군수업체 록크웰 인터내셔널은 1950년대 말부터 B-52 대신 B-2를 개발하고자 의회 설득에 들어갔으나 천문학적인 개발비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했다. 록크웰은 1975년 정치권을 설득하는 캠페인에 나섰다. 48개주에서 부품을 조달하면서 이들 부품업체들을 등에 업고 각 지역구 의원들을 공략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19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승인을 얻었다.

록히드 마틴의 경우, 의원들에게 상당히 많은 정치자금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정치자금 공개 단체인 오픈시크릿닷컴의 분석을 보면, 지난해 록히드 마틴은 총 535명의 상·하원 의원중 425명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 초당적 지지를 확보하고자 공화·민주당 모두에게 헌금을 했다.

록히드 마틴이 채택한 개발·구매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모형을 만들어 평가를 한 뒤 생산에 들어가는 전통적 방식 대신에 시험비행 전에라도 생산과 구매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개발·구매 방식을 제시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오류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무모한 방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됐으나, 미국 국방부는 2007년부터 시험비행도 거치지 않고 전투기를 생산하도록 승인했다. 국방부는 이미 65대를 구매한 상태다. 그런데 초기 시험비행을 하면서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험비행 전에 생산을 시작하면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더라도 사업을 돌이키기 어려워지는 점을 록히드 마틴이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군산복합체라는 용어는 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의 퇴임 연설에서 처음 등장했다. 그는 “우리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군산복합체가 부당한 영향력을 획득하는 사태를 경계해야 한다. 부적절한 권력이 재앙적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지금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속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군산복합체란 미국의 군사 관련 기득권 세력들이 국방산업 성장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기 위해 상부상조하는 행태를 말하는 것으로, 국방부, 군수업체, 의회, 과학·공학자들 등 크게 4부류가 포함된다.

군산복합체 개념은 이제 미국 내로 국한되지 않는다. F-35를 계기로 세계화의 길을 걷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F-35를 기획하면서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전투기 개발 단계부터 외국을 끌어들인 것이다. 여기에는 영국을 비롯해 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오스트레일리아·이탈리아·캐나다·터키 등 8개국이 참여했다. F-35에 들어가는 부품중 10%가량이 외국에서 조달된다. 이탈리아에는 F-35 조립라인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17일 방문한 플로리다주 에글린 공군기지 제58 전투비행대대에는 F-35 통합훈련센터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선 8개국 기술진과 조종사들이 합동으로 교육·훈련을 받고 있다. 교육·훈련을 책임지고 있는 에이제이 펠킹턴 중령은 “2011년부터 현재까지 훈련을 받은 조종사는 모두 50명이 이른다”고 말했다.

글로벌 파트너십은 이 프로젝트의 생존률을 높이고, 판매처를 다양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특히 전투기의 국외 판매가 늘 수록 록히드 마틴의 수익도 커지고, 미국 국방부도 대당 단가 하락으로 구매예산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미국 국방부가 록히드 마틴과 적극 협조해 F-35의 국외 세일즈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워싱턴·에글린 공군기지(플로리다주)/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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