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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축산농 떠나라” “너무 야속” 찢기는 마을 인심

“축산농 떠나라” “너무 야속” 찢기는 마을 인심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1-03-07 22:17:53ㅣ수정 : 2011-03-07 22:17:54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072217535&code=940601


ㆍ김해 원지리 3개 마을 ‘구제역 여파’ 르포



7일 경남 김해시 주촌면 원지리 대리·내리·석칠마을은 외견상 평온해보였다. 지난 1월23일 발생한 구제역이 이제 진정 국면에 들어간 덕분일까. 이미 13개 축산농가에서 2만여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으므로…. 대리마을 언덕을 찾았을 때 할머니 두 분이 한가로이 앉아 쑥을 캐고 있었다. 간헐적으로 6개월 후 돼지 재입식을 위해 소독을 하는 축산농가도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들에게 말을 붙이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다.


쑥을 캐던 공은숙 할머니(72)는 “마을 곳곳이 무덤”이라며 “예전 같았으면 쑥 캘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온 천지에 돼지를 묻어 놨다”고 했다.


“지금 동네사람들이 축사에다 돼지를 다시 키우지 마라 카는데 앞으로 우찌 될지….”


할머니는 원주민과 축산농가 간 벌어질지 모르는 전운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빈말이 아니다. 이곳 원지리 대리·내리·석칠마을 3곳 주민들은 “축산농가는 이제 마을을 떠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3곳 마을 이장과 새마을지도자·마을개발위원회는 지난 2일 동네식당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구제역으로 마을이 다 망가졌다”면서 “지하수 오염을 막으려면 더 이상 마을 안에서 양돈농가들이 축산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주민들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마을 안팎에 내걸 계획이다.


주민들은 지난 3일 강병기 경남도 정무부지사와 김맹곤 김해시장 등이 현장을 방문하자 “축산농가를 이주시키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축산단지를 만들어 마을축산농가를 이주시켜야 한다”며 “해당 축산농가에는 용도변경을 해줘 공장임대료를 받도록 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돼지 키우는 사람들 싹~다 외지인들 아인교. 그동안 악취와 해충이 마을을 뒤덮어도 참았다아입니꺼. 30년간 함께 지냈다는 그 놈의 정이 뭔지….”(최성대 대리마을 이장·61)


하지만 최 이장은 “이제 구제역으로 돼지가 다 살처분된 만큼 참을 수 없다”고 했다.


정정섭 내선마을 이장(56)은 “계속 양돈을 한다면 3개 마을 470여 주민들이 저지를 위해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면서 “내선마을은 매몰지가 집중된 대리마을 아래에 있어 식수 오염을 가장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들은 당연히 “섭섭하다”는 반응이다. 친환경 축산농을 하더라도 냄새가 나기 마련이고, 축사 이주에 따른 투자비가 수십억원 든다는 것이다. 축사에서 소독을 하던 일꾼 박모씨(42)는 “이동제한에 묶여 2개월 동안 집에도 못 가고 축사 안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에게 무슨 소리냐”고 섭섭해했다.


“농장주인과 일꾼들이 아무리 외지인이라고는 해도 몇십년 동안 이 지역에 살았는데 너무 야박한 것 아인교.”


1300마리를 살처분한 이정권씨(43)는 “마을은 자연녹지와 도시계획용지(2종 주거지역)로 묶여 있어 공장용지로 활용할 수 없다”며 “축사를 옮기려면 땅값과 시설비용을 합쳐 적어도 18억원이 든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구제역은 이렇게 외지사람, 동네사람 할 것 없이 사이좋게 살고 있던 마을공동체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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