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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주FTA] 한·호FTA 협상 16개월 공전하자… 정부 “쇠고기 한발 양보”

한·호FTA 협상 16개월 공전하자… 정부 “쇠고기 한발 양보”
한국일보 | 입력 2011.09.29 02:43


■ 호주산 쇠고기 관세 철폐… FTA 새 국면
호주 車시장서 일본 선전, 한국 쇠고기 시장 美 추격
양국 모두 FTA 지연 부담, 양국 정상 “연내 FTA 타결”
‘몇년 걸쳐 관세 없애나’와 한미FTA 비준 여부가 변수


정부가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한다는 입장을 정하면서 한ㆍ호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등 우리 측 양보에 대한 반대 급부만 얻어내면 연내 협상 타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호주와의 FTA 협상에서 ‘쇠고기시장 개방 불가’ 방침을 거둬들인 데는 협상 중단 상황을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축산대국인 호주는 그간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철폐 요구를 수용할 테니 호주산 쇠고기를 미국산 쇠고기와 동등하게 대우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 축산농가의 반발을 우려해 기존 ‘양허 제외’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작년 5월 이후 협상이 중단됐다.


1년4개월여 이어진 협상 답보 상태는 양측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초 작년 말까지 매듭짓기로 한 계획이 빗나가면서 양국 정상도 관심을 기울였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4월 이명박 대통령과 방한한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가 ‘연내 타결’이라는 공동 목표를 제시한 것이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들이 한우를 선호해 쇠고기 수요가 국산과 수입산으로 뚜렷이 나뉜 만큼, 상대적으로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외적인 상황 변화도 영향을 줬다.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일본은 호주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자동차 업계는 “호주가 2005년 태국과 FTA를 맺으면서 태국에서 만든 일제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폐지돼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우리도 빨리 FTA를 체결해 관세 혜택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우리 정부가 미국(15년)보다 강화된 관세 철폐기간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한발 물러섬으로써 FTA 연내 타결 가능성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호주 역시 우리 수입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 점유율이 2007년 7.2%에서 올해 37.9%까지 급등하면서, FTA 타결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제 관건은 향후 몇 년에 걸쳐 쇠고기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느냐다. 호주는 미국과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 기간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국회의 한미 FTA 비준 여부도 변수다. 정부는 협상 타결 이후 약 4년을 끌어온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을 최우선 순위로 놓고 있지만, 정쟁으로 비준이 불발된다면 한호 FTA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양국이 관세 철폐기간을 놓고 연말까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할 경우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등 한국의 정치일정 탓에 협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작년에도 호주 총선거와 한국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등으로 협상이 지연됐다.


정부 관계자는 “양국이 2년 넘게 FTA 협상을 진행하면서 쇠고기시장 개방이라는 핵심사항만 남겨 놓다 보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이라며 “운신의 폭이 그만큼 좁기 때문에 오히려 타결에 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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