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성명]서울시는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하라!

- 성적지향 인정과 이에 따른 차별 철폐는 의학적·과학적 상식 -

서울시가 ‘서울시민인권헌장’(이하 인권헌장)을 폐기하면서 시작된 성소수자들의 서울시청 점거농성이 오늘로써 닷새째 계속되고 있다. 인권헌장은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인권과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인권규범으로 2011년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원순 시장의 공약이었으며, 올해 시민들과 인권전문가 180명이 참여하여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일부 보수단체와 기독교단체들이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를 명시한 인권헌장의 내용을 문제 삼자 최근 서울시가 이에 굴복하며 결국 전면 폐기를 선언하고 말았다. 우리 의료인들과 건강권 단체들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에 분명히 반대하고 스스로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성소수자들의 투쟁을 적극 지지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다.

 

첫째 개인의 성적지향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타인의 판단 대상이 아니다.

1973년 미국정신의학회는 질병분류(DSM)에서 동성애 항목을 삭제하였다. 현재 세계보건기구 국제 질병 및 사망 통계의 기초가되는 국제질병분류 (ICD-10)은 “성적 지향은 정신적 장애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기술한 바 있다. 이 국제질병분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1990년 43차 최고의결기구인 세계보건총회가 승인한 바 있고 1994년부터 세계보건기구의 모든 회원국가들에 도입되었다. 한국이 세계보건기구의 회원국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

부끄럽게도 과거에 의료인들이 ‘비정상’인 동성애를 이성애로 바꾸기 위해 뇌수술을 감행하는 등 끔찍한 시도들을 해왔다. 그러나 누구도 성공하지 못하였던 것은 물론 최악의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동성애를 정상적인 성적지향의 하나로 보는 것이 과학적·의학적으로 올바른 태도다. 따라서 당연히도 개인의 성적 지향은 ‘지지’ 혹은 ‘반대’의 영역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인류를 피부색깔에 따라 나누고 흑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으며 또 말하지 않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둘째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부추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독교 단체에 방문하여 ‘동성애는 확실히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이 부적절하고 성소수자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힘을 실어주었다는 점에서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끼고 있음을 밝힌다. 당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그러한 결단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동성애는 죄”라고 맞장구를 쳤다. 진보적 인권운동가 출신으로 알려진 박원순 시장의 잘못된 발언은 혐오세력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따라서 우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이러한 발언과 행동에 성소수자들이 보이는 분노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인간이 행복하고 건강할 수는 없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의 42%가 직장 동료나 가족에게 직접 차별이나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고, 청소년 성소수자의 경우엔 46%가 따돌림과 괴롭힘 때문에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혐오와 차별은 이렇듯 직접적으로 인간의 건강과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한 최소한의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를 폐기하였으나 정당한 절차로 통과된 것이다. 인권헌장이 모두 만장일치를 거쳐야 하는 것이라면 왜 인권헌장이 필요한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셋째 서울시민 인권헌장은 원안 그대로 선포되어야 한다.

서울시와 서울시장은 서울 시민들의 인권을 옹호할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8일의 공청회 폭력 사태 등 성소수자들에 대한 폭언과 폭력을 방치하였다. 지금은 기본적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농성자들에 대해 농성장 철거를 시도하는 등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

서울시는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지금이라도 원안그대로 선포하여야 한다. 우리들은 차별 없는 건강한 사회에서만 개인의 건강도 지켜질 수 있음을 믿는다. 혐오는 사랑을 이길 수 없다. 세계인권 선언일인 오늘 우리들은 인권이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투쟁을 통해서만 사회적으로 인정되었음을 다시한번 되새기면서, 지금 인권과 차별 없는 사회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인권운동가들과 성소수자들을 지지하며 이에 연대할 것임을 밝힌다.

 

 

2014. 12. 10.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과대안 젠더와건강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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