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줄기세포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






줄기세포 화장품의 불편한 진실
나도선 교수(울산의대)













요즘 피부노화를 방지하고 심지어 피부 나이를 되돌릴 수 있다고 선전하는 줄기세포 화장품들이 우후죽순으로 발매되고 있다. 이러한 선전 문구는 과연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는 사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조직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세포를 말하는데, 피부줄기세포, 조혈모세포, 신경줄기세포, 지방줄기세포 등 만들어 낼 수 있는 세포의 종류에 따라 분류한다. 사고를 당해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에 상처가 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치료가 되고, 헌혈을 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것도 줄기세포가 조직을 재생시키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줄기세포는 생명의 줄기인 셈이다.

줄기세포의 생명력을 연상하면 줄기세포화장품이 피부를 재생시켜 나이를 되돌릴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쉽다. 더구나 ‘줄기세포’라는 첨단과학냄새가 물씬 나는 용어는 그 개념을 정확히 알 리 없는 소비자들을 현혹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줄기세포화장품은 줄기세포의 생명력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줄기세포화장품에는 줄기세포가 들어있지 않다. 줄기세포화장품에는 줄기세포의 배양액, 즉 줄기세포를 배양한 후 줄기세포를 모두 제거한 배양액이 아주 소량 들어가 있다. 만일 줄기세포를 넣었더라도 이 세포들은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 사멸하게 되어 화장품에는 줄기세포가 전혀 없게 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설사 살아있는 줄기세포를 피부에 바른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부 재생에는 아무 효과도 없다. 피부는 외부에서 해로운 물질이 침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매우 촘촘한 조직으로 되어있어 줄기세포가 침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줄기세포 배양액에는 세포를 키우기 위해서 첨가한 세포성장인자들과 세포가 성장하는 중에 분비한 노폐물들이 들어있다. 화장품 광고들은 이런 세포성장인자들이 줄기세포를 성장시키는 물질이므로 피부세포도 재생시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자극한다. 하지만 화장품에 들어있는 세포성장인자들은 아주 미량이며 활성도 없고 피부에 발랐을 때 효과도 검증된 바가 없다. 일부 화장품은 피부재생효과를 실험으로 입증했다고 주장하는 데, 이는 실험결과를 상당히 왜곡해 해석한 것이다. 이런 실험은 배양한 피부세포를 이용해 수행한 것으로, 실제로 피부에 발랐을 때의 효과를 증명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화장품에 첨가한 줄기세포 배양액은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안전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각종 미생물에 감염될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세포배양 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를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지난 9월 특허청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총 37건의 줄기세포 화장품 관련 특허가 출원돼 총 10건이 등록됐다. 이 특허들은 대부분 줄기세포 화장료 조성물 자체에 관한 것, 또는 제조방법에 대한 것이다. 이 특허들은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법, 또는 줄기세포 배양액에 대한 것일 뿐 ‘피부가 젊어지는 효과’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줄기세포화장품들이 상당히 수십만 원 씩이나 호가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다. 미량 첨가된 줄기세포 배양액의 원가가 그렇게 높을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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