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공장식축산] 꿀꿀이’가 말하는 공장식 축산

[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새끼 젖 떼자마자 강제로 발정시켜… 1년에 3번까지 임신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경향신문 입력 : 2013-03-01 21:23:07수정 : 2013-03-01 21:23:07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3075&code=940701

ㆍ‘꿀꿀이’가 말하는 공장식 축산

나는 한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3년째 살고 있는 어미돼지 ‘꿀꿀이’입니다. 새끼를 낳기 위해 사육되는 어미돼지들은 평생 폭 60㎝, 길이 210㎝의 스톨(금속제 틀)에서 삽니다. 몸을 일으켜 세울 수는 있지만 걷거나 방향을 돌리진 못하죠. 평생 벽만 보면서 살려다보니 스트레스도 심할 수밖에요. 옆에 누워있는 친구들은 무의미한 반복 행동을 하면서 무기력증이나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 임신기간은 114일이고 젖을 먹이는 기간은 20일 정도인데, 18일이 지나면 강제로 발정을 시킨답니다. 그래서 보통 저와 친구들은 매년 2~3번 임신을 했고, 10마리 정도씩 새끼를 낳았어요. 제가 3년 동안 낳은 새끼만 벌써 60~70마리 정도 됩니다. 아직도 처음 새끼를 낳았던 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낳은 예쁜 새끼들을 지켜보려 하는데 사육사가 많이 약해보이는 새끼를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군요. 그리고는 저와 다른 새끼들이 보는 앞에서 그 아이를 마구 때려서 죽이고는 들고가버렸어요. 안락사를 시키려면 수의사도 부르고, 약물 사느라 돈이 들어가니까 그렇게 한다는 거예요. 제가 나이가 들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서 약한 새끼들은 더 많이 나왔고, 그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운명을 겪었습니다.

아실는지 모르겠어요. 저희를 기르는 분들 중에도 꼭 저희의 생명이 소중하다거나 불쌍하다고 느껴서가 아니라 위생적으로 꺼림칙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느날 동물보호단체 활동가와 함께 막사에 들어온 사육사 아저씨 한 분이 그러더군요. “나는 목살은 가능하면 안 먹어. 목에다 항생제 주사를 하도 많이 놔서 더 주사 놓을 자리가 없을 정도거든.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목살만은 먹기가 싫더라고.”



저희는 도축장에서 평생 처음으로 샤워를 합니다. 샤워를 마치면 사람들이 저희 몸을 날카로운 쇠붙이로 찔러 피를 빼내게 되는데 이때 저희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전기충격을 준답니다. 하지만 일부는 충격이 약해 의식이 멀쩡히 유지된 상태로 칼에 찔리고, 피가 서서히 빠져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지요. 끔찍한 일이지만 저 ‘꿀꿀이’에게도 곧 닥쳐올 일입니다.

저희 못지않게 고통당하고 있는 것이 닭들이에요. 알을 낳기 위한 목적으로 길러지는 암탉들은 A4용지 반장 크기 우리에서 평생을 보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암탉들의 소원은 ‘한번이라도 땅을 걷고 싶다’는 것이더군요. 제 소원은 한번만이라도 땅에 코를 묻고 열심히 파헤쳐보는 건데 말이에요. 닭 사육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중에도 저희가 겪는 일만큼 무서운 일들이 많아요. 저희들의 꼬리와 이빨을 자르는 것처럼 비좁은 곳에 갇혀 살면서 겪는 스트레스로 인해 다른 닭들을 쪼지 못하도록 부리 끝을 잘라버리기도 한답니다. 부리가 잘못 잘린 닭들은 평생 염증을 앓거나 부정교합으로 먹이도 제대로 못 먹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참혹한 일은 강제 털갈이를 위해 열흘 정도 사료도, 물도 주지 않고 컴컴한 막사에 가둬두는 것이에요. 암탉들이 생후 65주가 되면 알을 낳는 능력이 떨어지는데 털갈이를 시켜 다시 산란율을 높이기 위한 것입니다. 갈증과 굶주림, 공포 속에서 열흘을 지나다보면 견디지 못하고 죽는 경우도 부지기수지요.

저 꿀꿀이가 스톨에서 평생 갇혀 사는 삶과 소규모 농가에서 코로 흙을 파며 본성을 존중받는 삶을 택할 수 있다면 어떤 걸 택할지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살다 덜 고통스럽게 죽은 돼지나 닭의 고기가 식감은 물론 건강에도 더 좋다는 것도요. 저는 곧 평생 지내온 스톨을 떠나 도축될 운명이지만 앞으로 태어날 돼지와 닭들은 그런 운명을 겪지 않도록, 아니 그런 운명을 겪는 돼지와 닭이 조금이라도 줄도록 도와주세요.

(이 글은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와 ‘카라’의 증언과 도움말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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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공장식 축산, 인간에겐 행복 안겨줄까
김기범·김정훈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3-03-01 21:56:47수정 : 2013-03-01 23:01:00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56475&code=940701

ㆍ시민소송인단 헌법소원 추진

동물 학대의 전형으로 떠오른 ‘공장식 축산’이 인간에게는 행복을 안겨줄까. 고기와 계란을 더 많이 더 빨리 생산하므로 축산업자 등은 이득을 볼지 모른다. 그러나 동물 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간의 건강을 해치고 나아가 환경까지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동물에게 지나치고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비인간적 측면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2010~2011년 수많은 동물이
구제역으로 살처분당하는 참혹한 장면을 생생히 목격한 이들이 공장식 축산에 대해 헌법소원을 낼 태세다. 녹색당과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공장식 축산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 위해 시민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말이나 4월 초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공장식 축산은 구제역의 근본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헌법소원 시민소송인단에는 90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하승수 변호사는 “국가가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호를 위해 더 이상 공장식 축산을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녹색당과 카라는 동물 생매장과 살처분을 보면서 정신적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살처분과 매몰 작업을 담당했던 공무원들은 아직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남 축산진흥연구소에서 수의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ㄱ씨(45)는 “구제역으로 매일 살처분을 한 이후 한동안 악몽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다른 수의사들도 나처럼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창궐했던 경기·경북 지역에서도 ㄱ씨와 같은 사례는 곧잘 찾아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는 수의직 공무원 10여명이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자식처럼 기르던 동물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비인도적으로 살처분해야 했던 농민들도 경제적 보상으로는 달랠 수 없는 허탈감과 심리적 상처를 곳곳에서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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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세상 속으로’]EU서는 어미돼지 ‘금속 틀’ 사육 금지… 호주·미국도 소비자들 압박에 점진적으로 폐지 움직임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3-03-01 21:24:56수정 : 2013-03-01 21:24:56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4565&code=940701

공장식 축산은 세계적으로도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 비인도적 방식의 스톨(금속제 틀)을 이용한 돼지 사육을 금지토록 했고 호주·미국 등의 대규모 양돈 기업 중에도 소비자들의 압박을 받고 단계적으로 스톨 사육을 없애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닭을 비좁은 우리에서 키우는
케이지 사육을 금지시켰고 올해부터는 새끼를 얻기 위한 어미돼지의 스톨 사육을 못하게 했다. 유럽연합의 방침은 돼지의 임신기간 중에 첫 4주와 분만 전 1주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돼지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연합 내에서도 편차는 크다. 모든 나라가 이 방침을 준수하는 것은 아니고, 스톨 사육 금지에 동참한 나라에서도 규제 강도는 다르다. 유럽연합에서는 현재 9개국이 스톨 사육 금지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1일 유럽연합이 폴란드·덴마크·그리스·벨기에·포루투갈·아일랜드·키프로스 등에 2개월 내 스톨 금지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때는 법적 제재 절차에 들어갈 것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1999년부터 스톨 사육을 금지하고 있는 영국·스웨덴·룩셈부르크 등 10개국은 스톨 사육 전면 폐지에 참가했다. 체코·헝가리·이탈리아·몰타 등의 참여율도 90% 이상에 달한다. 하지만 ‘축산 대국’으로 꼽히는 프랑스나 독일, 아일랜드 등은 70~80%에 머물고 있다. 오랜 기간 공장식 축산 폐지를 준비해온 유럽연합에서도 동물 학대를 반영한 축산방식의 진화는 아직도 갈 길이 남아 있는 셈이다. 유럽연합은 1990년대부터 이 논의를 시작했으며 2006년에는 가축 성장촉진제와 항생제의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이는 동물을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건강을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동물복지 제1차 5개년 행동계획을
시행해 동물복지품질표시제를 도입한 바 있다. 네덜란드·벨기에·덴마크 등 국토가 좁은 나라들은 아예 가축 분뇨의 발생량을 제한해 사육 두수를 조절하고, 밀집 사육 방식을 막아오기도 했다.

유럽연합을 제외하고는 호주 기업들이 2017년부터 스톨 사육을 폐지할 방침이다. 미국에서도 일부 기업들이 단계적으로 공장식 축산을 줄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내에서도 미미하나마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인증하는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생산하는 달걀이 올해부터 시중 판매를 시작했다. 동물복지 축산농장은 닭을 케이지가 아니라 평소 습성으로 클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농식품부는 올해 돼지에 이어 2014년 육계, 2015년에는 한우·젖소 등으로 이 인증제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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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살처분 충격 금방 잊고 공장식 사육 되레 느는 것 보고 소송 결심”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4385&code=940701

ㆍ위헌소송 이끄는 하승수 변호사
ㆍ“채식의 작은 실천 전기 됐으면”

전례 없이 공장식 축산 위헌소송과 구제역 살처분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 손해보상 청구소송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하승수 변호사(46·사진)이다.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인 그는 “당장 모든 공장식 축산과 육식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송을 통해 법적인 변화를 불러오는 것과 동시에 평범한 사람들도 ‘작은 실천’을 해나갈 수 있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지난 2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이 우리 사회에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고민을 일으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생명과 지구를 살리는 시민소송’으로 이름 붙여진 소송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물었다. 하 변호사는 구제역 때 살처분 광경을 보면서 충격을 받은 후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대규모 살처분에 우리 사회가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금방 끔찍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는 동물이 늘어나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런 참혹한 일을 겪었는데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더 많은 동물을 공장식으로 사육하는 것을 보면서 문제의식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에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법률자문기구인 생명권네트워크변호인단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공무원과 농민, 수의사 등을 찾아서 손해배상 소송을 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하 변호사는 “손해배상 소송과 더불어 구제역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장식 축산이 만연한 상황도 소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알려나가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하 변호사는 “공장식 축산은 동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문제도 있지만 사람의 건강과 지구 환경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며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제대로 이슈화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헌소송의 시민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손해배상 소송의 원고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시했다”면서 “생매장과 대량 살처분으로 인해 충격을 받은 이가 많았는데 이들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공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살처분을 직접 목격했거나 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이 겪은 정신적 충격을 공론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 변호사는 구제역 사태 당시 정부 지침을 위반한 생매장이 대규모로 실시된 것도 축산업을 유지하려는 산업적인 논리가 앞섰다는 의문도 제기했다. 그는 “구제역 청정 국가를 유지해서 공장식 축산을 지속하려는 의도 때문에 구제역에 걸리지도 않은 동물들까지 대량으로 살처분하는 방법이 선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적인 관점에서 보다 보니 대규모로 동물들을 죽여야 했고, 그러다 보니 정부 스스로 정한 살처분 지침까지 어기면서 생매장이라는 비인도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구제역 문제 역시 공장식 축산을 통한 대규모 사육에서 파생된 문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평범한 생활인도 공장식 축산으로 사육되는 동물을 줄이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육식을 줄여볼 것을 제안했다. 하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나이가 40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각종 질병으로 쓰러지는 주변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이게 먹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고기를 많이 먹는 게 복지이고 웰빙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서 건강을 해치고, 인간의 행복이 깨지는 상황까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주일에 하루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하는 월요일’ 운동에 동참하거나, 생협 등을 통해 비교적 동물을 덜 학대하면서 만든 육류를 먹는 방법도 있다”고 소개했다.

하 변호사는 “몇 년이 걸릴지 언제 결정이 내려질지 알 수 없는 소송의 진행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과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실천 운동을 병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책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지역사회와 학교의 식생활 교육까지 다양한 층위의 활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는 무상급식 운동을 넘어서 건강한 먹거리, 환경과 개인의 건강을 지키는 먹거리 운동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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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광우병·구제역으로 동물생명권 인식 싹터…‘도구주의’적 발상 근절돼야”
김재중 기자 hermes@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3435&code=940701

ㆍ신승철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전문연구위원

한국에서 동물의 생명권과 생명윤리 얘기가 공론화된 것은 역설적으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과 2011년 구제역 사태 때문이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 광우병에 걸린 소가 다리에 힘이 없어 계속 주저앉는 장면과 살처분된 돼지들이 구덩이 속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광경을 목격한 시민들이 먼저 충격을 받았고, 이런 사태를 불러온 원인과 의미를 막연하게나마 궁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승철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전문연구위원(42·사진)은 “아카데미(학문세계) 내에서조차 생명권은 인간에 국한된 것으로 이해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광우병·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동물의 생명권에 관한 인식도 상당히 싹텄다”고 말했다. 그는 채식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이런 현상의 하나라고 해석했다. 신 위원은 “광우병 파동이 일었던 2008~2009년 사이 채식이 2배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며 “실제 사람들이 처음엔 쇠고기를 안먹겠다고 했다가 동물의 생명권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채식으로 옮아간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프랑스 현대철학’을 연구해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대학에서 생명윤리·정보윤리를 강의 중이다.

신 위원은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동물실험, 공장식 축산, 싹쓸이 방식의 구제역 살처분 등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동물 학대의 원인으로 ‘도구주의’를 꼽았다.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선 기계화·규격화가 우선이고 동물의 고통이나 생명에 대한 고려와 배려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위원은 “구제역 사태처럼 돈 문제에 얽혀 동물의 가치가 사라지면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전원 몰살로 간다”면서 “동물의 생명을 인간이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도구주의적 발상이 구제역 사태까지 몰고갔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생명권에 대한 시민의식과 법·제도가 개선되기 위해선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정서적으로 중요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시절에 생명의 존엄성과 동물보호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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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세상 속으로’]공무원들 구제역 소리만 들어도 경기…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고통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3285&code=940701

ㆍ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때 파주 방역팀장으로 투입된 이병직씨
ㆍ“특히 수의직 공무원들은 격무와 살처분 스트레스로 극심한 후유증”

2010~2011년 전국을 휩쓴 구제역 사태는 현장에서 뛰어다녔던 공무원들에게 지나간 일이면서 여전히 생활 속에 남아 있는 고통이었다. 지난달 28일 경기 문산읍사무소에서 만난 이병직씨(48·사진)는 구제역 얘기를 꺼내자 “다시 떠올리기 싫은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읍사무소에서 총무팀장으로 일하는 그는 2년 전 파주시 가축방역팀장으로 ‘구제역 전쟁’의 최일선에 있었다. 이 팀장은 “그때는 빨리 이 사태가 마무리되고, 얼른 벗어날 수 있기만을 기도했다”면서 “아직도 잠자다가 다시 구제역이 일어나고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악몽을 꾸곤 한다”고 털어놨다.

■ 현장 투입 공무원 과로사에 중상, 유산까지

당시 구제역 사태는 전국적인 일이었다. 공무원 10명이 과로사했고 사고로 중상을 입은 사람도 150명이 넘었다. 경북에서는 임신 중인 공무원이 유산을 겪는 일이 벌어졌다. 파주에서는 매몰 현장이 붕괴돼 토사에 깔린 공무원 한명이 갈비뼈와 골반에 큰 부상을 입은 일이 있었고, 방역 작업을 다니다 교통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된 경우도 있었다. 이 팀장은 “당시 돼지들을 살처분하던 매몰 현장에 떨어진 파주시 공무원은 3~4개월간 입원해 있었다”며 “아직도 그날의 끔찍한 얘기는 아예 꺼내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사태 발생 초기 파주시에서는 하루 20개소에서 살처분이 진행됐고 매몰현장마다 15명씩 투입됐다. 매일 300명의 공무원과 군인이나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에 투입된 셈이다. 구제역 통제를 위해 파주 내에서만 총 50여개 초소가 운영됐다. 서울보다 기온이 평균 5~10도 낮은 파주에서 겨울철에 장기간 격무를 수행하면서 공무원들의 심적 고통과 피로도는 극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팀장은 “구제역 바이러스는 날씨가 추울수록 오히려 기승을 부리는데 장비는 얼어서 못 쓰게 되고 소독액도 얼어버리는 통에 작업이 더욱 힘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소의 경우 원래는 안락사를 시키도록 되어있는데 안락사에 사용되는 약물이 전국적으로 다 떨어지면서 도축장 인부를 불러다 특수총으로 소의 정수리를 타격해 죽였다”며 “ ‘정말 못할 짓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구제역 사태는 너무 많은 이들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며 “공무원들로서는 구제역 소리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일을 겪은 공무원들끼리 술 마시면 가끔 얘기가 나오긴 하는데 누군가 바로 말을 끊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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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 오해 살까 정신치료 못 받고 상처 안고 살아

이 팀장은 “주변에서 오해를 살까 싶어 정신 검사나 치료까지 받은 사람은 없지만, 아직도 마음에 상처를 입고 상담이 필요한 공무원들이 많다”며 “국가와 경기도가 당시 현장에 투입됐던 공무원들에게 조치해줘야 하는 일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음이 여리고, 비위가 약한 이들은 현장에 들어가기 무척 힘들어했으나 공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다들 정신적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지만, 나약하다는 인상을 주기 싫거나 승진 등 인사에서 피해를 입을까봐 내색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 팀장은 “특히 수의직 공무원들의 업무가 과중하고, 고통도 컸다”며 “당시 구제역 사태를 겪으면서 파주를 비롯해 경기도 지역의 수의직 공무원 10여명이 사표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물을 살리는 업무를 맡아야 하는 수의직 공무원들이 동물을 생매장하는 살처분을 도우며 겪는 심리적 고통은 보통 사람들보다 더 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방역 관련 부서가 지금은 공무원들에게 있어 기피부서 1순위가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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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세상 속으로’]“축사 갈 때마다 파묻힌 돼지 생각에 마음 아파”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012123125&code=940701

ㆍ복지사육 하는 김정호씨

경기 파주시 적성면에서 돼지를 키우는 김정호씨(55)는 28일 “축사에 갈 때마다 파묻힌 돼지와 소들이 떠오른다”며 “마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아프다”고 말했다. 2011년 구제역 사태를 거론하자 곧바로 “직접 발효시킨 사료를 매일 챙겨줬던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가 없었다. 자식들한테 맡기고 술 마시러 나가서 취할 때까지 마셨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는 밀집 사육을 실시하는 공장식 축산을 하지 않았다. 돼지가 코로 땅을 파고 볏짚을 이불 삼아 자는 습성을 지킬 수 있도록 흙으로 된 축사 바닥에 볏짚을 던져줬다. 강제로 발정을 시킨 후 인공수정시키는 보통의 어미돼지들과 달리 김씨 농장의 돼지들은 다 자란 수컷과 암컷, 덜 자란 새끼들로 나뉘어 지내도록 했다. 특히 거름을 얻기 위해 10년 넘게 돼지를 키우다보니 가축이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느낌까지 들었다고 한다. 김씨는 “어미돼지가 낳은 새끼들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애지중지 키운 돼지들도 2011년 구제역 살처분의 해일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바로 길 건너편 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했고, 김씨의 농장이 500m 안쪽에 있다는 이유로 소 2마리와 돼지 66마리가 모두 살처분 대상이 됐다. 김씨는 처음엔 살처분을 거부했고, 동물보호단체들이 와서 반대 시위도 벌였지만 결국 정부 방침대로 소와 돼지들이 끌려가 살처분되고 말았다. 김씨는 소와 돼지들이 끌려가던 당일 일부러 자리를 비웠다. 새끼 때부터 길러온 동물들의 마지막 모습을 못 보겠더라고 했다. “경제적 보상은 받았지만 마음의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구제역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나타냈다. “본성을 억누른 채 좁은 금속 틀에 가둬 기르고, 억지로 인공수정을 시키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내가 하고 있는 사육방식은 제대로 관리가 안된다’며 자꾸 못하게 하려 하지만 최대한 돼지와 닭들의 본성을 유지하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사육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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