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구제역] 공장식 축산 위헌소송 (녹색당, 카라)

구제역 생매장, 트라우마 겪은 분들 찾습니다

한겨레 등록 : 2013.01.18 20:35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70375.html


[토요판] 생명
공장식 축산 위헌소송









2011년 1월 경기도 이천의 구제역 발생 농가에서 돼지 살처분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당시 구제역이 급격히 확산하자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 차원에서 돼지를 산 채로 매장했다. 녹색당과 카라는 이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소송을 다음달께 낸다. 김태형 기자 gud555@hani.co.kr

▶ 지구에 소·돼지 등 가축 600억마리가 산다. 이 수의 10분의 1 정도 되는 인간이 가축의 생명주기를 단축해 고기를 먹고 산다. 사육 소의 평균수명은 2~3년, 돼지는 5~6개월, 닭은 35일이다. ‘고기문명’에 질문을 던지는 재판이 시작됐다. 하승수 변호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지구적 환경 문제를 한 나라의 헌법재판소가 다루는 것은 처음이자 의미있는 일”이라며 “헌법적 문제가 있는 만큼 본안심리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좁은 우리에 갇혀 살다가
살처분된 가축 347만9962마리
그중 구제역 판정 0.0043%
녹색당과 동물보호단체 ‘카라’
그들 위한 세계 첫 소송 추진 

각하냐 본안 회부냐
공장식 축산에 따른 환경피해
육류 과다섭취에 따른 건강피해
전염병 방역원들의 후유증까지
인간들의 피해 입증이 열쇠


1.4㎡의 우리에 한평생 돼지를 가둬놓는 건 헌법 위반일까? 돼지를 산 채로 파묻는 건 또 어떨까? 공장식 축산업은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에 부합할까?

공장식 축산업이 위헌이라는 소송이 준비되고 있다. 녹색당과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다음달 공장식 축산업 헌법소원과 구제역 생매장 피해배상을 요구하는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다. 20세기 축산업의 주류로 자리잡은 공장식 축산 체제 자체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헌법소원은 세계적으로 없었다.

두 개의 소송이 동시 진행된다. 첫째는 농림수산식품부의 ‘단위면적당 적정 가축사육기준’과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제품 수입위생조건’ 고시 그리고 근거 법률인 축산법 등에 대한 헌법소원이다. 녹색당 등은 한국과 미국에서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되는 고기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뿐더러 환경보전의 의무를 명시한 헌법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둘째는 2010~2011년 구제역 사태 때 방역작업에 참여했다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입은 공무원과 수의사, 그리고 이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시민들이 시민소송인단을 꾸려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이다.

녹색당과 카라는 18일 공개한 ‘헌법소원심판청구서’(초안)에서 공장식 축산업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음으로써 건강과 생존권과 환경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장식 축산이 도입되면서 인간은 어느 때보다 많은 고기를 먹고 있다. 한국인들의 고기 섭취량은 최근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70년 국민 한명은 일년에 5.2㎏의 고기를 먹었지만, 2010년에는 8배인 41.1㎏을 먹었다. 육류의 과다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한다. 국내 아동비만율은 1998년 26%에서 2010년 30.8%로 뛰었다. 조류인플루엔자 등 인수공통전염병도 연례행사가 됐다.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의 18%가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등 공장식 축산은 기후변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녹색당 등은 밝혔다.

공장식 축산업은 미국 등 먼 나라의 얘기일까? 그렇지 않다. 국내 축산업은 이미 공장식으로 ‘진화’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의 박상표 정책국장은 17일 “돼지를 2000마리 이상 사육하는 1500개 정도의 농가가 우리나라 전체 돼지의 60%를 기른다. 산란계 3만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600개 남짓한 농가에서 전체 닭의 80%를 기른다”고 말했다. 박상표 국장은 “중소기업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공장식 축산업자를 농민과 마찬가지로 ‘축산 농가’라고 부르고 면세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이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경기도 한 양계장의 닭. 철망으로 둘러싸인 배터리 케이지의 A4 용지 크기도 안 되는 공간에서 평생을 산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환경소송은 피해자가 이기기 쉽지 않다. 자연과 동물의 피해를 다룬 소송은 더욱 그렇다. 헌법 제35조는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하고 있지만, 개개 법률이 인간 이외 생명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진 않는다. 근대법에서 법적 주체는 사람이다. 그래서 법률가들은 자연과 동물의 파괴로 영향받는 인간의 피해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

헌법소원을 청구하면 재판부는 먼저 사건의 적법요건을 판단하게 된다.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면 ‘각하’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본안에 회부해 본격적인 심리에 나선다. 헌법소원 실무를 맡은 장서연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직접적인 건강 피해를 소명·입증해야 한다. 본안에 회부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과거 비슷한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정부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협상’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이 청구된 적이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국민의 생명·안전이 질병 등으로부터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경우 이를 방지하고 유지할 포괄적인 의무가 (정부에) 있다”며 헌법소원의 요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29일 경북 안동의 돼지 농가에서 시작된 구제역 사태는 사상 최악으로 기록됐다. 이듬해 봄까지 돼지와 소 등 347만9962마리가 살처분됐다. 그런데 구제역 판정을 최종적으로 받은 가축은 150마리밖에 없었다. 전체의 0.0043%. 왜 그랬을까? 살처분은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구제역 판정을 받은 반경 3㎞ 이내의 가축은 ‘예방적 살처분’ 지침에 따라 처리됐다. 특히 수가 많은 돼지들은 산 채로 구덩이에 매장됐다.

정부는 법을 지켰을까? 구제역 국가손해배상 소송을 맡은 배의철 변호사(퍼블릭법률사무소)는 돼지를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정부가 법률을 지키지 않아, 끔찍한 광경을 목도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돼지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매장해야 하는데, 포클레인으로 산 돼지를 몰아넣었습니다. (긴급한 상황이라도) 국가의 재량권 범위를 넘어선 겁니다.”

동물은 근대법적 주체는 아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아무렇게나 죽일 수 없다. 법이 규정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야생동물은 물론 반려동물, 가축도 마찬가지다. 동물보호법 제10조는 ‘동물을 죽이는 경우에는 가스법·전살법(전기충격) 등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방법을 이용해 고통을 최소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 제25조도 ‘가축의 매몰은 살처분 등으로 가축이 죽은 것으로 확인된 후 실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배 변호사는 “도살 뒤 매장은 법에서도 ‘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의무규정인데, 정부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피해 입증이다. 녹색당과 카라는 시민소송인단으로 참여할 피해자를 찾고 있다. 주현미 녹색당 의제모임팀장은 “구제역 방역에 참가한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나서지 않아 피해자를 찾는 데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 생매장 동영상·사진 등을 보고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일반인도 시민소송인단에 합류할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정도를 판단한다. 배 변호사는 “돼지 생매장 광경을 본 뒤,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나도 못 먹게 됐다. 트라우마적 상황을 재경험한 사람들이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공장식 축산 시민소송 참가 www.4animalright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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