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기후변화/바이오 에탄올] 사탕수수 먹고 달리는 자동차 천국

사탕수수 먹고 달리는 자동차 천국

출처 : 한겨레 2012.11.14 20:26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60657.html









브라질 사람들이 8일(현지시각) 상파울루주 캄피나스시에 있는 현대차 HB20 딜러점을 찾아 자동차 구입 상담을 하고 있다. 브라질 신차 구매 시장에선 HB20처럼 혼합연료를 쓰는 자동차가 86%를 차지한다. 현대자동차 제공

바이오차 각축지 브라질 가보니
생산량 넘치는 사탕수수 발효한
에탄올 혼합연료 바이오차
신차 판매 시장 86% 차지
정부 보조금·감세 혜택 더해 인기
세계 차업계, 친환경차 앞다퉈 출시

브라질 상파울루의 주유소 ‘페트로브라스’엔 색다른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한국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써 있는 자리에, 브라질은 휘발유 2.5레알(1382원), 에탄올 1.5레알(796원)이 적혀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브라질에서 달리는 대부분의 차는 주유소에서 혼합연료인 에탄올을 넣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에탄올’은 사탕수수를 발효해 뽑아낸 에탄올을 휘발유에 20~30% 섞은 혼합연료다. 상파울루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사탕수수’를 먹고 질주하는 폴크스바겐 ‘골’이나 피아트 ‘팔리오’ 등 혼합연료 자동차를 흔히 볼 수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가 친환경과 고연비를 내세워 북반구에서 약진하는 반면, 남반구 브라질에선 바이오연료 자동차가 각광을 받고 있다. 폴크스바겐이나 피아트 등 다국적 자동차 회사들은 수십만대의 혼합연료 자동차를 브라질에서 팔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시에 연산 15만대 공장을 세우며, 현지 전략차종으로 혼합연료 차량인 ‘아가베 빈치’(HB20의 현지명)를 내놨다.






혼합연료 자동차 천국인 브라질은 1973년 오일쇼크를 겪으며 대체 에너지 개발에 나섰다. 생산량이 넘치는 사탕수수에 눈을 돌렸고, 설탕 대신 에탄올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에탄올 에너지 국가계획에 따라 생산업체에 정부지원을 확대했고, 에탄올 가격 보조금과 에탄올 자동차 제조업체에 대한 감세 혜택도 줬다. 폴크스바겐은 2003년 혼합연료 소형차인 ‘골’을 내놨고, 이런 혜택에 힘입어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현재 브라질 신차 판매 시장 가운데 혼합연료 자동차는 86%에 이른다. 브라질 에탄올 생산량도 2000년 130억ℓ에서 지난해 225억ℓ까지 치솟았다.

에탄올의 강점은 친환경에 있다. 에탄올을 섞어 쓰면 휘발유만 사용할 때보다 일산화탄소 등 유해물질 배출량이 훨씬 줄어든다. 또 사탕수수가 많이 생산되는 브라질에선 에탄올의 생산원가도 싸 경제적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도 이런 바이오 에탄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2002년부터 사탕수수 대신 옥수수를 이용해 에탄올을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자료를 보면, 미국의 하루 에탄올 소비량은 90만배럴 수준으로, 휘발유 소비량 890만배럴의 10%에 이른다. 미국에서도 900여만명이 가솔린에 에탄올을 10~85% 비율로 혼합한 연료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은 2020년까지 수송용 연료의 10%를 바이오 연료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고, 일본 역시 2020년까지 휘발유 소비의 3%를 바이오 연료로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도 브라질로부터 상당한 양의 에탄올을 수입하고 있다. 바이오연료 업계는 에탄올 등 전세계 바이오연료 시장이 2011년 827억달러에서 2021년엔 1853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다국적 자동차 기업들은 바이오연료 시장의 선구자인 브라질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최근 상파울루 모터쇼에서 베스트셀러 ‘골’의 3도어 버전을 공개했다.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는 남미 전략형 모델 ‘에티오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도 아가베 빈치 엔진 가운데 에탄올 연료 접촉 부분의 부식 방지를 강화하는 등 현지맞춤형 기술을 개발했다. 아가베 빈치 딜러점을 맡은 조제 마우리시우 안드레타 주니오르(58)는 “브라질 소형 자동차시장의 경쟁이 치열한데, 아가베 빈치가 브라질 소비자들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져 딜러점 문을 연 지 20일 만에 650대나 계약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브라질)/이완 기자 wani@hani.co.kr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