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낙태권] 스웨덴과 미국에서의 낙태에 대한 상반된 해결책 – [복지국가와 여성정책]

아눌라 린더스, “사회 문제로서의 인공유산: 스웨덴과 미국에서의 ‘상반되는’ 해결책의 형성”, [복지국가와 여성정책], 테레사 쿨라빅 외 지음, 한국여성연구회 옮김, 새물결, 2000.


 원문: Annulla Linders, “Abortion as a Social Problem: the construction of ‘Opposite’ Solution in Sweden and the United States”, Social Problem Vol. 45, No. 4, November 1998, pp. 488~509


 


인공유산과 인공유산정책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추고 미국(1840~1880)과 스웨덴(1910~1940) 두 국가에서의 인공유산의 사회 문제로서 분석함. 출산력저하와 인공유산율의 증대는 두 국가에서 모두 사회적 관심을 증대시켰고, 이는 인공유산을 억제하려는 캠페인으로 이어짐.


그러나 두 국가의 해결책은 달랐음. 미국에서는 각 주가 인공유산을 범죄화 하였으며 피임기구 및 출산통제에 관한 정보의 판매와 배포를 제한함. 반면에 스웨덴은 매우 엄격했던 인공유산관련 법을 자유화하였고 30년 전(1910년)에 도입되었던 피임기구와 정보의 판매와 유포를 금하는 법을 폐지함.


 


두 국가에서 모두 인구 감소, 인공유산이 특정 인종이나 계층에 편중되는 경향을 일컫는 민족 및 계층 자살, 돌팔이 의사의 위험성, 인공유산이 모성에 가져오는 결과 등에 대한 주장이 전개됨. 그러한 공통 요소에도 불구하고 인공유산의 사회 문제화 과정은 누가 인공유산을 하며, 왜 인공유산을 하는지, 또한 그게 대한 대책은 무엇인지 등을 포함하는 문제의 본질과 범위에 대한 서로 상이한 이미지로 이어짐.


두 국가의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정치적 요소들로 구성되어진 배경은 각 국가의 지배적인 설명틀, 문제를 추적한 정치적 행위자의 범위, 제시된 해결책의 실행가능성 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됨.


 


이 글은 각 나라에서 인공유산 문제의 구성에 참여했던 논쟁자들이 작성한 원본을 분석 자료로 사용하였는데 미국은 주로 의료계 전문가들이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이었고 스웨덴은 인구위기가 입법 활동과 정당 정치의 일부가 되었으므로 의사나 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입법자료나 실제적인 논쟁이 중요한 자료원이 됨.


 


미국과 스웨덴의 논쟁자들은 인공유산을 둘러싼 수많은 사실들 중에서 다른 것을 선택함. 첫째, 미국에서는 성공적인 유산과 태아의 생명의 손실이 강조되었던 반면 스웨덴에서는 실패한 유산과 어머니 생명의 손실이 강조됨. 둘째, 미국에서의 관심은 중산층의 출산행태에 초점이 두어졌던 반면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계층의 출산행태에 초점을 둠. 셋째, 미국의 논쟁자들은 ‘천박한’ 인공유산을 강조한 반면 스웨덴의 논쟁자들은 ‘절망’에서 행해지는 인공유산에 초점을 둠. 인공유산이 미치는 상이한 영향, 상이한 종류의 인공유산, 인공유산을 행하는 상이한 종류의 여성에 초점을 둠으로써 왜 인공유산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가에 대한 상이한 정당화, 어떠한 해결책이 이러한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상이한 결론에 도달하게 됨.


 


<인공유산 문제의 구성>


 


1. 돌팔이 의사의 문제


두 국가 모두 돌팔이 의사는 인공유산을 실행하는 의사로 지칭함. 무능하고 위험하고 냉혹한 사람으로 묘사됨. 그러나 스웨덴은 여성 살해자, 미국은 태아 살해자로 지칭됨. 스웨덴은 불법시술로 인해 희생되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합법화의 방향으로 진행되고, 미국은 태아를 살리기 위해 모든 시술을 막는 방향으로 진행됨. 또한 스웨덴은 많은 여성들이 그들 자신을 인공유산이라고 하는 위험에 내어놓는 이유를 절망감에서 찾는 반면, 미국에서는 인공유산이 하찮은 동기에 의하여 실시되는 것으로 간주함.


 


2. 인구감소 위협: 인종자살과 계급의 자살


두 나라모두 인구정책의 일환으로 인공유산을 바로 봄. 그러나 이러한 관심사의 근저에 있는 것은 국가 내의 특정 사회집단의 출산행태에 대한 관심사임. 미국에서는 자국에서 출생한 중산층 백인이, 스웨덴에서는 자국의 노동자 계급이 관심의 초점이었음.


미국에서는 이주자들이 미국인에 비해 아이를 많이 낳게 되는 이유로 인공유산을 지목함. 1895년 버몬트 의사협회 보고서에는 만일 현재의 수준으로 인공유산이 지속된다면 “상류계층이 저소득층에게, 자국인들이 외국인에게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라고 지적함. 인공유산이 특히 ‘배운 상위 계층’, ’더 지적이고 세련된 시민들‘, ’교회 성원들과 같이 더 나은 계급으로 알려진 사람들, 공손하고 고결하며 도덕적이고 종교적이라고 알려진 사람들 사이에서‘ 더 일반적이라는 사실이 강조됨. 의사들은 이를 막기 위해서 자신들을 공범자로 만드는 법안을 추구함.” 여성이 범죄의 주역으로 간주된다면 범죄의 2/3은 감소할 것이다“라고 주장함. 법적 금지가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


 


스웨덴은 인공유산율의 직접적인 결과로 인구문제가 증대하고 있다고 확신하지 않았음. 스웨덴은 예견되는 노동자 계급의 출산력 저하에 관심을 둠. 이는 노동자 계급의 출산력이 특별히 낮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농촌지역과 도시지역의 중상층 계급에서 출산력이 낮다고 알려져 있었고 이는 ‘더 나은’ 계급의 출산행위가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것을 반증함.


좌파들은 범죄자로 선고받은 일부 운 없는 여성들은 ‘가련한 농촌지역의 소녀와 가난한 노동자의 딸’이지만 실제 인공유산은 ‘도시지역의 특정 상위계급 사이에’ 만연되어 있는 범죄라고 지적함. 보수주의자들이나 좌파나 ‘능력이 있으나 가난한 사람들’의 인공유산에 관심을 두었다. 보수주의자들은 “능력이 있으나 가난한 종족이 지속되고 그들의 부지런함과 지력이 후대에 전달되기”를 희망한 반면 좌파들은 사회가 “인구가 감소하지 않기 위해서는 필요한 새로운 생명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함.


인구위기가 1930년대에 격발되었을 때, 의회에서 강력한 위치에 있던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로부터 인구문제를 대신 맡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인구증가가 모두에게 중요한 정치적 목표가 되었음. 자원분배에 관심을 가진 사민주의자들은 모두 노동자 계급 가족을 강화시키고 계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구정책의 필요성에 동의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생학적 관점은 보수주의자들과 사민주의자들이 모두 동의하였음. 우생학적 징후라는 기준에 의하면 인공유산은 “여성이나 태아의 아버지가 정신병, 정신적 결함 또는 심각한 육체적 질병을 유전할 가능성이 있는 유전적인 이유를 갖고 있을 때” 합법저이다(국가위원회, 1935;15) 이는 결국 불완전한 부모를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함.


 


3. 인공유산과 모성


두 국가 모두에서 인공유산이 사회 문제로 구성됨으로써 이공유산과 비합법적인 성행위 간의 강한 연관성이 단절됨. 미국에서는 ‘천박한 아내’가 인공유산문제의 화신으로, 스웨덴에서는 ‘소진한 어머니’가 인공유산을 행하는 여성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부각됨. 따라서 미국에서는 인공유산이 모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된 반면에 스웨덴에서는 모성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파악됨.


 


스웨덴 보수주의자, 좌파는 모두 낙태에 대한 낙인 때문에 합법화해야 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음. 보수주의자는 비합법적 성관계의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합법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도덕성, 사회 그리고 질서’에 대한 관심을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했고, 좌파는 그러한 성관계에 작용하는 낙인을 근거로 허용하기 보다 낙인을 생산하고 있는 기존의 도덕적 절서를 기혼여성뿐만 아니라 미혼여성도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도덕적 질서로 대체해야 했기 때문.


 


1920년대에 ‘지칠대로 지친 어머니’라는 개념이 도입됨으로써 논쟁의 방향이 바뀜. 의료적인 이유와 사회적인 이유로 한 인공유산이 구분되기 어렵다는 것을 예증하기 위한 개념. 결국 지칠대로 지친 어머니는 또 다른 아이에 대한 부담 때문에 녹초가 되어 그녀 자신과 가족을 위험상태로 빠트린다는 것. 인공유산의 주 동기는 ‘이기심’보다는 심각한 경제적인 압박 때문이라는 가정은, 주어진 현실 속에서 여성들이 인공유산보다는 모성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점을 촉진시킴. 그러나 이에 대해 보수주의자들, 좌파로 양측면의 비판이 제기됨. 보수주의자들은 출산력이 저하되는 부유한 국가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인공유산의 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했고, 좌파들도 사회경제적 재조직화에 의해 방지할 수 있는 경우까지 합법화 한다는 것은 국가의 무능력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함. 따라서 법적 보호를 받는 인공유산은 강간이나 근친상간(인도주의적 조치), 정신 또는 유전적 결손(우생학적 조치), 아프거나 지칠대로 지친 어머니(의학적-사회적 조치) 등과 같이 국가의 직접적인 통제를 벗어나는 여건에 의한 것뿐. 정책적 시각에서 볼 때 합법화는 궁극적으로 인공유산을 줄이는 방안으로 여겨짐. 인공유산이 불법적으로 남아있는 한 국가가 관여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 될 때까지는 필사적으로 인공유산을 하려는 여성에게 접근할 수가 없다고 여김.


 


4. 인공유산 문제의 사회적 맥락


스웨덴에서는 유아살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존재하였으나 교회의 권력이 손상됨에 따라 처벌이 관대해졌고, 결국 여성에 대한 처벌이 인공유산 문제를 해결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정책적 해결책을 찾게 됨. 지칠대로 지친 어머니에 대한 제한적인 합법화는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관여주의 정책과 결합된 것임.


미국은 초기에 인공유산을 금지하는 법이 없는 상태로 출발, 처음 인공유산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그동안 진행되었던 의료적 시술에 대한 통제력이 전무했음. 초기 인공유산을 자포자기에 의해서가 아닌 편리함을 위한 것으로 파악하였기 때문에 불법화함으로써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였음. 또한 이러한 정책은 국가의 미래의 안녕을 위하여 도덕적 타락의 권원과 싸워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 시대의 개혁정신에 상응하는 것으로 간주되었음.


 


스웨덴에서는 1930년대 인구위기가 발생함에 따라서 다른 사회 문제 뿐만 아니라 인공유산 문제도 인구학적 관심 속에 포함되게 되었음. 거의 10년간 개혁가, 입법가, 시민집단이 지배적인 집단이었기 때문에 인구위기는 스웨덴에서 복지국가가 시작되게끔 한 야심적인 사회 정책들을 성립시키는데 기여함. 인구위기는 여성을 목표로 하고 또한 다소 정도는 낮지만 개혁의 주체로 정치생활의 전면에 내세우게 되는 매우 새로운 정책의 장을 염. 국민의 가정이라는 개념을 통하여 사회민주적 혁명에서의 여성의 역할을 둘러싼 긴장은 어느 정도 해소됨. 결국 여성은 어머니. 이러한 상황 하에서 모성은 본질적으로 좋은 것이라는 전제를 부정하는 좀 더 급진적인 여성이데올로기의 희생 하에 ‘선택’문제는 여성으로 하여금 모성을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조건에 초점을 맞추게 됨.

* 임신출산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 홈페이지의 진보신당 타리님이 정리하신 게시글입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