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기업감시] ‘삼성 백혈병 산재 면죄부’ 조사 신뢰성 의문







‘삼성 백혈병 산재 면죄부’ 조사 신뢰성 의문



삼성이 만고의 진리처럼 주장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 때 ACM 자료를 참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이 자료의 존재 여부도 알지 못했다.

고제규 기자 | unjusa@sisain.co.kr

출처 : 시사인 [146호] 2010.07.06  10:54:53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7755

삼성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조사를 근거로 백혈병 등 희귀암 발병 원인이 작업환경과 무관하다고 해명해왔다. 그러나 <시사IN> 취재 결과 삼성 해명의 주요 근거가 되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역학조사 때 ACM으로 측정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자료를 참고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삼성 백혈병과 관련한 외부 기관의 역학조사는 세 번 이뤄졌다.  2007년 사망자 개개인에 대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2008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삼성과 하이닉스를 포함한 국내 반도체 산업 종사자 20만명의 발병 위험에 대해 실시한 ‘건강 실태 역학조사’, 그리고 2009년 삼성전자 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3사가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단장 백도명)에 의뢰한 ‘작업환경 역학조사’가 그것이다.

삼성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를 ‘산재와 무관하다’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조사 당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산재를 신청한 이들의 작업 현장을 측정했다. 황유미·이숙영씨 조사를 위해 2007년 9월17일·18일·20일·21일 나흘에 걸쳐 삼성 기흥공장에서 공기 중 유기용제류 노출 수준을 측정했다. 핵심은 발암물질인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의 발생 여부였다. 하루 6시간 가까이 측정했다. 그 결과 벤젠·아르센 등 발암물질은 ‘ND’(non detectable), 즉 나오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 “ACM 자료 검토하겠다”

하지만 길어야 나흘 동안 이뤄진 역학조사의 신뢰성을 두고 의문이 일었다. 반올림 등 시민단체는 “제보를 받았는데 평소 근무와 달리 근무 인원수를 조정하는 등 통제된 상태에서 현장조사가 이뤄졌다”라고 폭로했다. 일상적인 근무 상황에서 측정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연구를 맡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이혜은 책임연구원은 “그런 변수는 작업환경 측정 자체가 가지는 한계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 웹진에 실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사진에 보이는 기기가 ACM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자체적으로 ACM 기기를 통해  측정하는 실시간 모니터 자료를 확인했는지 물었다. 이 박사는 “개별 역학조사 대상자들이 근무하는 곳에서는 그 기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참고자료를 요청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시사IN>이 입수한 자료 자체의 존재도 현장조사 당시 알지 못했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이 처음 공론화된 시점은 2009년 1월께이다. 반올림은 그 사실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알려줬다. 이혜은 책임연구원도 “반올림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알려줘 이런 측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라고 말했다. 황유미씨의 작업환경 측정이 있었던 2007년, 황민웅씨 등 작업환경 측정이 있었던 2008년 이후였다.  

이 자료가 가지는 가치는 김관식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안전그룹장의 글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작업환경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기존 오프라인에서 실시하던 작업환경측정평가의 한계점인 측정치의 대표성에 대한 신뢰성을 보완할 수 있도록 저농도·장시간 노출 양상을 온라인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한다’고 썼다. 시간 개념으로 따지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길어야 나흘에 걸쳐 6시간씩 측정하는 이른바 표본추출 방식이었다면, 삼성이 365일 24시간 모니터하는 방식은 사실상 전수조사에 가깝다.

이혜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산재 신청자들 조사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자료의 가치를 따져보고 필요하면 확보해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이 발주하고도 결과를 부인하는 백도명 교수가 진행한 프로젝트에서는 이 자료와 비슷한 데이터를 보았다는 점이다. 대기 분석과 원액 벌크 분석의 차이지만 백 교수가 진행한 서울대 산학협력단 조사에서는 삼성이 쓰지 않는다고 공언한, 발암물질인 벤젠 성분이 검출됐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인 감광제에서 삼성전자는 0.08ppm에서 8.91ppm에 이르는 벤젠이 검출됐고, 하이닉스의 경우에는 4건 가운데 1건에서 벤젠이 3.95ppm 검출됐다.

그러나 두 회사의 대응은 달랐다. 삼성은 자체적으로 한국화학연구원·한국산업기술시험원·한국화학시험연구원·미국 발라즈(Balazs Test Results) 등 국내외 연구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이 조사에서는 벤젠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백 교수가 이끈 서울대 산업안전센터의 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하이닉스 역시 다국적 센터에 시료 분석을 맡겼지만 백 교수의 시험 결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우리는 서울대 조사 결과를 부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각성을 알아보려고 외부 기관에 의뢰했다. 그랬더니 벤젠을 쓰지 않지만 화학작용에 의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노동조합에도 있는 그대로 설명을 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 백혈병 논란은 법정으로 옮아갔다.  유족을 비롯한 반올림은 지난 1월11일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이 소송은 형식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이지만, 실제로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는 산재 소송이나 다름없다. 결국 삼성전자도 피고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소송 참가 신청을 했다. 최근 삼성 쪽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율촌은 재판부에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결과를 또다시 주요 논거로 담은 준비 서면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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