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과학기술] 유전자 조작해 모기 박멸 ‘쉽지 않네’













유전자 조작해 모기 박멸 ‘쉽지 않네’
초파리 산란 유발 유전자 모기에는 없고
새로 발견한 유전자는 산란과 관계없어
한겨레2010-03-30 오후 08:19:06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413287.html
이근영 기자


초파리(사진)는 생물학, 특히 유전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 돼왔다. 학명(드로소필라)은 ‘이슬을 좋아한다’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지만, 일상에서는 상처 난 과일의 산화즙을 먹고 살아 초파리(프루츠 플라이)로 불린다. 생애주기가 2주 정도로 짧고 기르기가 수월해 일찍이 유전과 진화 연구에 많이 활용되면서 유전자료가 다른 동물에 비해 풍부하게 쌓여 있다. 그만큼 유전자 조작도 용이하다.

유전자가 초파리의 짝짓기 행동을 어떻게 프로그램하고 있는지는 신경유전학자들의 오랜 관심사였다.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2008년 초파리의 짝짓기 전후 행동의 변화에 유전자가 어떻게 관여하는지 작동 경로를 규명해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초파리 암컷은 짝짓기 전 구애행동을 하는 수컷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지만, 짝짓기 1주일 뒤면 수컷의 구애를 뿌리치고 고단백 영양식을 섭취하며 많은 양의 알을 낳는다.

김 교수는 당시 암컷의 행동변화는 수컷 정액 단백질의 하나인 ‘성 펩타이드’(SP)가 특정 생체분자 스위치를 활성화함으로써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스위치를 ‘성 펩타이드 수용체’(SPR)라 했다. 말하자면 열쇠(성 펩타이드)로 자물쇠(성 펩타이드 수용체)를 열면, 암컷의 산란 본능이 작동하는 셈이다. 영국 리즈대학의 엘윈 아이작 교수도 지난해 9월 초파리 암컷이 짝짓기 뒤면 평소 즐기던 낮잠도 반납하고 먹이를 구하고 알을 낳으러 돌아다닌다고 <영국왕립학회보>에 보고해 김 교수의 연구를 뒷받침했다. 여기서 모기에도 성 펩타이드와 성 펩타이드 수용체가 존재하고 똑같은 구실을 한다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둘 중의 하나를 없애 암컷의 산란을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가정이 쉽게 떠오른다.

그러나 ‘자연의 신비’는 연구팀을 벽에 부닥치게 만들었다. 성 펩타이드 수용체는 곤충류를 포함한 대부분의 무척추동물에게서 발견되는 반면, 성 펩타이드는 오로지 일부 초파리에만 있었다. 열쇠는 초파리만 갖고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오스트리아 빈의 분자병리연구소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밉’(MIP)이라는 단백질이 동물들의 성 펩타이드 수용체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은 성 펩타이드 수용체가 발견되는 모든 동물종에서 발견됐다. 새 열쇠를 찾아낸 것 같았다.

그런데 연구팀은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새 열쇠(밉 단백질)가 자물쇠(성 펩타이드 수용체)에 맞기는 했지만, 초파리에서 암컷의 산란 행동과는 무관했다. 또 모기나 나방 등 다른 동물에서도 이 둘의 관계가 어떤 본능 행동과 연관지어졌는지 밝혀내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김 교수는 “모기 등 다른 동물들의 유전자와 진화 연구 성과는 초파리만큼 충분히 축적돼 있지 않아, 밉이나 성 펩타이드 수용체 유전자를 조작한 모기를 만들어 실험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성 펩타이드가 진화적으로 뒤늦게 초파리에 도입됐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해졌다”며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하나의 생체분자 스위치가 전혀 다른 두 가지 본능을 조절할 수 있도록 진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 본능에 따라 스위치를 조절하는 신호전달 단백질이 따로 진화해왔음을 보였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논문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22일치에 실렸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