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권력감시] ‘S-F 라인’(서울-외고) 판검사가 뜬다








‘S-F 라인’ 판검사가 뜬다 [2010.02.26 제799호]
[특집] S-서울, F-외고
1990년·2000년·2010년 판검사 임용자 622명 출신 지역·고교·대학 등 분석…
외고 강세 따라 수도권 집중도 높아져

출처 : 한겨레21 2010.02.26 제799호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6803.html

이 시대 판검사가 되는 이들은 누구인가?

오랫동안 판검사는 한국 사회에서 권력과 출세의 상징이었다. 시골의 힘없고 가난한 아버지는 버릇처럼 아들을 붙잡아놓고 “너는 커서 꼭 판검사가 돼야 한다”고 되뇌었고, 수많은 어머니들은 새벽마다 자식의 고시 합격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렸다. 그런 부모의 바람을 가슴에 안고 절간을 찾아 공부에 매진하던 아들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날, 동네에서는 큰 잔치가 벌어졌고 당사자의 부모에게는 시샘 어린 덕담이 쏟아졌다.


찾아보기 힘든 ‘진짜 시골 출신’


하지만 이런 풍경은 이미 오래전 얘기가 됐다. 매년 1천 명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시절이 됐건만, 웬일인지 ‘진짜 시골 출신’ 사법시험 준비생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아들을 붙잡고 “꼭 판검사가 되거라” 하던 아버지들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것은 이젠 옛말”이라며 술잔을 기울일 뿐이다. 교육이 그렇듯, 사법시험이 더는 계층 순환의 통로가 아닌 세상이 됐다고들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세간의 말들은 얼마나 사실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겨레21>은 올해 판검사로 임용된 206명의 성별과 고향, 출신 고교, 대학과 전공 등을 분석했다. 10년 전인 2000년과 20년 전인 1990년 판검사로 임용된 416명에 대해서도 똑같은 분석을 거쳐 비교해봤다. 임용자 개개인의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강산이 두 번 변하는 세월 동안 판검사에 임용된 이들의 배경이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파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1. 기수 및 성별: 여성 판검사 비율 45~46%로



법원과 검찰에서는 매년 봄 사법연수원 수료생과 군법무관(공익법무관 포함) 출신 중에서 신임 법관과 검사를 임용한다. 군법무관 출신이란 사법연수원을 거쳐 군법무관으로 병역 의무를 다하고 사회에 나온 이들을 일컫는다. 올해의 경우 2007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08~2009년 사법연수원을 다닌 연수원 39기와, 3년 전 연수원을 마친 뒤 군법무관 생활을 해온 연수원 36기가 새로 법관과 검사로 임용되는 셈이다.


결국 20년 전인 1990년에는 연수원 16기와 19기 출신이, 10년 전인 2000년에는 연수원 26기와 29기 출신이 판검사로 새로 임용됐다. 다만 변호사 출신 몇몇이 판검사로 임용되기도 한다.

올해 연수원 39기 가운데서는 판사로 89명, 검사로 94명이 새로 임용된다. 군법무관 출신은 36기 중에서는 23명이 4월1일자로 검사에 임용된다고 발표됐다. 법원의 경우 군법무관 출신 임용 예상자의 수(52명)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명단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어 이들은 이번 분석에서 제외됐다.

판검사 임용자들 통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인 대목은 성별 비율이다. 1990년 임용된 80명 판사 가운데 여성은 6명으로 전체의 10%에도 못 미쳤지만, 2000년 11%(17명)로 늘더니 2010년에는 45.7%(63명)까지 치솟았다. 검사 쪽의 변화는 더 극적이다. 1990년 신임 검사 70명 가운데 여성은 딱 한 명이었지만, 2000년에는 8명(7.1%)으로 늘었고 2010년에는 54명으로 전체의 46.2%를 차지했다. 20년 전 홍일점 신임 여검사로 임용된 조희진 검사(고양지청 차장검사)는 현재 최고참 현직 여검사이기도 하다.






















» 연도별 판검사 임용자 출신 고교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 고교: 외고 약진, 지역 명문고 쇠퇴


서울 지역 고교 비율이 37%와 39%까지 치솟으며 과거 많은 판검사를 배출해내던 영호남 지역 고교들의 쇠퇴가 두드려졌다. 반면 인천·경기 소재 고교 출신 임용자들이 급증하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1990년과 2000년 판검사 임용자 출신 고교 분석에서는, 출신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비교적 다양하면서도 서울과 영호남의 이른바 명문고들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1990년 판사 임용자 가운데 부산중앙고와 진주고, 전주고 출신이 각각 3명씩이었다. 또 서울 5개 학교, 대구 3개 학교, 부산고와 대전고에서 각각 2명씩 판사 임용자를 배출했다. 같은 해 검사 임용자 가운데서는 전주고 출신이 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경북고 출신이 5명, 서울 여의도고와 진주고 출신이 3명씩으로 뒤를 이었다. 2000년 판사 임용자 가운데는 대구 계성고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우신고와 대구 달성고·청구고, 김해고, 마산중앙고, 밀양고가 3명씩으로 뒤를 이었다. 검사 임용자 가운데는 순천고 출신이 4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구 달성고 출신이 3명이었다.


이런 경향은 판검사 임용자 출신 고교의 지역별 현황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1990년 판사 임용자 출신 고교 소재지는 △서울 36명 △부산·경남 14명 △대구·경북 13명 △호남·제주 10명 △충청 3명 △인천·경기 1명 △강원 1명 순이었고, 검사 임용자의 경우는 △서울 19명 △호남·제주 15명 △부산·경남 14명 △대구·경북 13명 △충청 3명 △인천·경기 2명 △강원 1명 순이었다. 또 2000년 판사 임용자 출신 고교 소재지는 △서울 46명 △부산·울산·경남 35명 △호남·제주 24명 △대구·경북 21명 △인천·경기 11명 △충청 9명 △강원 5명 순이었고, 검사 임용자 출신 고교 소재지는 △서울 30명 △호남·제주 28명 △대구·경북 19명 △부산·울산·경남 18명 △인천·경기 7명 △충청 6명 △강원 1명 순이었다. 이를 종합해보면 서울 지역 고교들이 상대적인 우세를 유지하긴 했지만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호남·제주 소재 고교들 또한 이에 거의 근접할 만큼 많은 수의 판검사를 배출한 셈이다.

올해 검사 임용자 외고 출신 비율 20% 넘어


하지만 2010년 임용자들에서는 새로운 경향이 확연했다. 2000년 판사 임용자 89명 가운데 한영외고(6명) 출신이 가장 많았고 대원외고(4명)와 명덕외고(3명)가 그 뒤를 이었다. 외고 출신 판사의 약진은 아직 명단이 발표되지 않은 군법무관 출신(연수원 36기) 임용자 52명이 발표되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연수원 출신보다는 젊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군법무관 근무를 다녀온 이들 가운데 외고 출신 비율이 더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 연도별 판검사 임용자 출신 대학

실제로 군법무관 출신 임용자까지 포함된 2010년 검사 임용자들의 출신 고교를 보면 외고 집중도는 더 높았다. 학교별로는 대원외고(7명), 한영외고(5명), 명덕외고(4명), 대일외고(3명) 순으로 강세를 보였고, 이 밖에도 이화외고(2명), 서울과학고·서울외고·대구과학고(이상 1명) 등이 검사 임용자를 배출했다. 결국 검사 임용자 가운데 외고 출신은 24명으로 전체의 20%를 돌파했다.

높은 외고 집중도는 높은 서울 집중도로 이어졌다. 2010년 판사 임용자 출신 고교 지역은 △서울 33명 △인천·경기 14명 △호남·제주 12명 △부산·울산·경남 10명 △대구·경북 10명 △충청 6명 △강원 1명 순이었다. 또 검사 임용자 출신 고교 지역은 △서울 46명 △호남·제주 17명 △인천·경기 16명 △부산·울산·경남 13명 △대구·경북 13명 △충청 7명 순이었다. 서울 지역 고교 비율이 37%와 39%까지 치솟으며 과거 많은 판검사를 배출해내던 영호남 지역 고교들의 쇠퇴가 두드려졌다. 반면 인천·경기 소재 고교 출신 임용자들이 급증하며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3. 대학과 전공: 서울대 출신 비율 대폭 감소 


서울대 출신은 1990년·2000년·2010년 모두 판사 임용자가 검사 임용자보다 많았다. 반면 고려대 출신은 모든 해에 걸쳐 검사 임용자가 판사 임용자보다 많아 묘한 대조를 이뤘다.






















» 연도별 판검사 임용자 가운데 법학 전공자 비율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출신 대학과 관련해서는 판검사 모두에서 서울대 출신이 감소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다. 1990년 판사 임용자와 검사 임용자 가운데 서울대 출신 비율은 각각 62.5%(50명)과 51.4%(36명)였지만, 2000년에는 61.7%(95명)와 42%(47명)로, 2010년에는 51.7%(46명)와 38.5%(45명)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판사보다 검사 쪽 비율의 감소세가 컸다.

서울대 출신들의 빈자리는 나머지 대학들이 골고루 조금씩 채웠다. 고려대는 판사 임용자 비율(11.3%→13.6%→15.7%)이 약간씩 늘었고, 연세대는 검사 임용자(2명→12명→16명)가 크게 늘었다. 성균관대와 이화여대는 판검사 양쪽 모두에서 비율이 크게 늘었다.


판검사 배출 순위 6위권(서울대·고려대·연세대·한양대·성균관대·이화여대) 밖 대학들의 전반적 점유율도 약간 상승했다. 검사 임용자 가운데 이들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11.4%에서 2000년 12.5%, 2010년 17.1%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다만 이들 가운데서도 경찰대·동국대·아주대 등 수도권 대학이 강세였을 뿐, 지방 소재 대학은 매년 3~7명의 판검사만을 배출했다.

‘학벌 집중도’에서 법원과 검찰의 미묘한 차이도 눈에 띄었다. 서울대 출신은 1990년·2000년·2010년 모두 판사 임용자가 검사 임용자보다 많았다. 반면 고려대 출신은 모든 해에 걸쳐 검사 임용자가 판사 임용자보다 많아 묘한 대조를 이뤘다.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 출신을 한 데 묶어 점유율을 살펴보면, 역시 법원 쪽의 집중도가 더 높았다. 1990년 임용된 판사 가운데 SKY 출신 비율은 83.8%였지만, 검사 임용자 가운데 SKY 출신 비율은 75.7%였다. 이런 흐름은 2000년(81.8% 대 75.9%)과 2010년(74.1% 대 69.3%)에도 계속 이어졌다.






















» 시도별 인구와 2010년 판검사 임용자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공별로 살펴보면, 1990년 임용자들은 판사와 검사 모두에서 법학 전공자 비율이 90%를 웃돌았다. 하지만 2000년 임용자들의 법학 전공자 비율은 70%대로 낮아졌고, 2010년 판사 임용자의 경우엔 70% 밑으로 떨어졌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전공을 공부한 이들이 사법시험을 거쳐 판검사에 임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4. 지역: 인구 대비 호남, 대구·경북 임용률 높아


2010년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 등에서는 현재 인구에 견줘 꽤 많은 판검사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난다. 올해 판검사 임용자의 20%와 16%가량을 배출한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의 인구(2009년 현재)는 각각 전체의 10% 가량에 불과하다.


앞서 판검사 임용자 배출 고교 현황에서 살펴봤듯이, 2010년 이후 판검사 임용자들의 수도권 출신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1990년 판검사 임용자 가운데 서울 출생자 비율은 각각 16.3%와 14.3%였지만, 2010년에는 그 비율이 31.5%와 34.2%로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서울 출신 임용자가 늘어난 만큼 지방 출신은 줄어들었을 텐데, 지방 사이에서도 의미 있는 ‘차이’들이 적지 않았다. 우선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 등에서는 현재 인구에 견줘 꽤 많은 판검사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난다. 2010년 판검사 임용자의 20%와 16%가량을 배출한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의 인구(2009년 현재)는 각각 전체의 10%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같은 차이는, 판검사 임용자들이 태어나던 당시의 시도별 인구 비율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는 착시 효과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서른 살인 판검사 임용자들이 태어난 1980년의 전국 시도 인구 현황을 보면, 호남과 대구·경북 지역 인구는 각각 전체의 16%, 13%가량이었다. 이에 비춰서도 2010년 판검사 임용자 비율이 높긴 하지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정도까지는 아닌 듯하다.


신생 산업도시 비해 전통 도시들이 강세



반면 인구 대비 판검사 임용자 비율이 낮은 지역들도 눈에 띈다. 인천·경기 지역은 2009년 현재 전체 인구의 28~29%가 살고 있지만 2010년 판검사 임용자 비율은 7%가 채 안 됐다. 1980년 인구 비율인 12%가량과 비교해봐도 낮은 수치다. 부산·경남 지역의 1980년과 2009년 인구 비율은 10% 전후였지만, 2010년 판검사 임용자 비율은 그 절반에 그쳤다. 충청과 강원 지역도 비슷했다.

지방 도시별로는 오랜 전통을 가진 도시들이 인구 유입이 많았던 신흥 공업도시들보다 많은 판검사를 배출한 것으로 나온다. 인천·울산 등이 그보다 규모가 작은 마산·전주·경주 등에 비해 적은 판검사 임용자를 낸 것이다.

*이 기사 작성에는 김석순 전 YTN 기자(중앙대 로스쿨 2년)가 도움을 주었습니다.

















판검사 임용 어떻게

연수원 성적 60%+사법시험 성적 40%


과거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면 무조건 판검사가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2001년 이후 매년 1천 명가량의 사법시험 합격자가 나오는데, 한 해 판검사 임용자는 200~300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형 로펌과 일부 정부기관의 수요까지 감안해도, 적어도 300~400등 안에 들어야 ‘취직 걱정’을 덜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사법시험 합격은 또 다른 수험 생활의 신호탄이기도 한데, 이를 빗대 사법연수원생들 사이에서는 경기 고양시 일산 마두동에 있는 사법연수원을 ‘마두고’라고 부른다. 자신들의 처지가 고3 수험생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법원과 검찰은 임용에서 세부적인 평정 방법이나 기준은 밝히고 있지 않지만, 판검사 모두 사법시험 성적과 연수원 성적을 40% 대 60% 비율로 합산해 등수를 매긴 뒤 성적순으로 임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법원과 검찰 사이에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다. 60%에 해당하는 연수원 성적을 낼 때 법원에서는 사법연수원 1·2·4학기 시험 성적을 단순 합산하지만, 검찰에서는 4학기 시험에 두 배의 가중치를 둔다는 것이다(3학기 때는 법원·검찰·변호사 사무실에서 각각 2개월씩 실무 수습).

대법원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성적 반영과 관련해 법원과 검찰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연수원 성적에서 일부 가중치를 달리하는 것으로 안다”며 “연수원 성적에는 실무 과목들에 대한 평가 점수는 물론, 연수원 교수들이 평가한 법률가로서의 자세나 자질 등 종합적인 평가도 반영된다”고 말했다.

판검사 임용이 가능한 등수에 들었다고 끝이 아니다. 초임지가 보통 성적순으로 매겨지기 때문이다. 법원·검찰 모두 대개 성적이 높을수록 서울이나 수도권에, 또 규모가 큰 법원이나 검찰청에 발령받는다. 또 그때부터 진정한 경쟁이 시작된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연도별 판검사 임용자 출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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