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광우병] 쇠고기 수입업자 홍보 나선 ‘관제방송 KBS’

수입업자 홍보 나선 ‘관제방송 KBS’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

출처 : 경향신문 입력 : 2010-01-27 01:28:49수정 : 2010-01-27 01:28:49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01270128495&code=940705

KBS가 농림수산식품부의 협찬으로 수입쇠고기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광고성 프로그램을 편성한 사실은 공영방송으로서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KBS가 친(親)정부 논리라면 쇠고기 수입업자의 이익도 대변할 수 있는 ‘관제방송’으로 전락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MBC「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한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사건의 한 당사자인 농식품부의 협찬을 받아 수입쇠고기의 철저한 검역을 강조하는 프로그램만을 만들었다는 점은 의혹을 낳기 충분하다.

◇ 낯뜨거운 수입쇠고기 홍보=KBS는 지난달 26일 <과학카페>를 통해 수입쇠고기의 안전성 문제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식품의 과학, 쇠고기 검역’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었지만 실제 내용은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를 비롯한 수입쇠고기에 대한 홍보가 주를 이뤘다.

프로그램은 “철저한 검역과정을 거친 안전한 쇠고기만 수입”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마장동 농축산물시장에서 수입쇠고기가 거래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이어 미국, 뉴질랜드, 호주, 멕시코 등 수출국가별 자체검역과정, 부산항 도착, 경기 광주의 냉동창고 검역과정,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의 정밀검사과정을 차례로 보여준다.

검역장면 내내 “신선도 검사, 절단검사도 빼놓을 수 없다” “혼입된 이물질은 1㎜ 이상이면 검출 가능” 등 철저한 검역과정이 되풀이 강조됐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분류됐던 뼈와 내장이 2008년부터 수입이 허용되고 미국과 합의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전수검사를 할 수 없는 검역의 한계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대신 수입육 레스토랑과 요리전문가를 보여주며 “철저한 검역과 꼼꼼한 정밀검사를 거쳐 믿고 먹을 수 있는 수입쇠고기, 그 담백한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라는 노골적인 광고성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됐다.

◇ 제작배경의문=수입육판매협회의 판촉광고로 오해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 KBS <과학카페>를 통해 전파를 탄 과정은 여전히 의문스럽다. 특히 해당프로그램은 광우병 위험을 보도한 MBC「PD수첩」제작진에 대해 검찰이 징역 2~3년형을 구형한 지 닷새 뒤인 지난달 26일 방영됐다. 경향신문 취재결과 쇠고기 검역을 다룬 문제의 프로그램은 광우병 위험보도가 허위사실이라며 PD수첩 제작진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던 농식품부의 협찬에 따라 만들어졌다.

하지만 KBS와 농식품부는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했던 외주 제작업체의 제작실수로 책임을 돌리며 ‘의도성’을 부인하고 있다.

농식품부 홍보담당자는 “수입쇠고기를 얼마나 철저히 검역하는지 보여달라고 했을 뿐인데 재미를 주려고 하다보니 실수가 빚어진 것 같다”고 해명했다. 농식품부로서는 수입쇠고기를 홍보할 의도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과학카페>를 책임지고 있는 KBS 이강주 ED(부장)도 “해당 프로그램은 외주로 제작한 것인데 (외주업체와) 큰 흐름에 대해서만 협의를 진행하는 관계로 세부적인 면에서 프로그램 성격이 덜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외주업체 대표는 “KBS나 농식품부로부터 사전에 ‘오더(주문)’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작가와 PD가 사안의 민감성을 미처 의식하지 못하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남는다. 먼저 영세한 외주업체가 제작비를 대는 농식품부의 기획의도와 다른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동안 <과학카페> 프로그램에서 줄곧 우리 농산물 관련 제작만 협찬해오던 농식품부가「PD수첩」 선고공판을 앞두고 왜 갑자기 수입쇠고기 검역을 주제로 다뤄달라고 했는지도 의문스럽다.

아울러 KBS가 광고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프로그램을 그대로 방영한 것도 단지 ‘연말 다른 제작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석연치 않다.

◇ 방통심의위 침묵=수입쇠고기 업자들을 위한 광고 아니냐는 빈축을 사고 있는 KBS 해당 프로그램에 대해 방통심의위는 방영된 지 한달이 지나도록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2008년 광우병 위험을 다룬 PD수첩에 대해 심의착수 보름 만에 ‘공정성’과 ‘객관성’에 위배된 보도라며 시청자 사과라는 중징계를 내릴 당시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1일 PD수첩이 방영한 ‘4대강과 민생예산’에 대해서도 프로그램의 ‘편향성’을 문제삼아 오는 27일 전체회의에서 징계를 결정할 방침이다.

MBC와 동일한 ‘공정성’과 ‘균형’의 잣대를 적용한다면 수입쇠고기 안전성에 대해 한쪽에만 유리한 사실과 인터뷰를 진행한 KBS 쇠고기 검역 프로그램은 당연히 징계대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KBS 쇠고기 프로그램은「PD수첩」명예훼손 사건의 선고를 앞두고 한쪽 당사자인 농식품부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농식품부에 유리한 입장만 전달했다는 점에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의도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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