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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강기갑 의원 폭력 유도한 한미FTA 밀어붙이기 정책 잘못

[Why뉴스] 밀어붙인 한미 FTA, 왜 블랙코미디됐나?
 노컷뉴스 | 입력 2009.12.31 09:33


[CBS사회부 구용회 기자]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주]


지난 11월 19일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FTA가 가장 큰 이슈가 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자동차 문제가 미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면 우리가 다시 이야기할 자세가 돼있다”라고 밝히면서 ‘재협상 논란’으로 잠시 확대됐다. 그러나 그 뒤 하루이틀 논란이 일다가 FTA와 관련된 특별한 뉴스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지 않다. 왜 한미 FTA이슈가 사라졌는 지 그 이유를 추적해본다.


▶ 오늘이 31일로 올해의 마지막날인데, 현 정부가 올초 역점을 뒀던 정책중 하나가 한미 FTA비준인데 별 성과도 없이 한해를 마무리하게 되지 않았나?


= 별 성과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부 언론에서는 매일 ‘국회폭력’이라고 꾸짖는데 사실, 올해 국회폭력도 한미 FTA로 시작됐다. 지난 1월 5일 한미 FTA비준 동의안 상정에 반대해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민노당 강기갑 대표가 기소됐는데, 지난 24일 검찰이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강기갑 대표는 당시 국회 사무총장실에 들어가 테이블 위에 뛰어올라 책상을 주먹으로 내려쳐 ‘공중부양’이라고 언론에 사진이 대문짝하게 실린 적이 있다.


이어 지난 4월 22일 박진 외교통상위원장이 상임위에서 한미 FTA비준안을 손바닥으로 단상을 치고 의결을 선언하면서 또 여야충돌로 이어졌다. 허탈한 점은 이렇게 요란을 떨었지만, 상대인 미국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무리한 밀어붙이기’가 안해도 될 싸움판만 만든 결과를 낳고 말았다.


▶ 정부는 우리가 먼저 비준하면 미국도 어쩔 수 없이 뒤따라올 것이다라고 오판을 한 것 아닌가?


=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출범할 때부터 사실 한미 FTA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아예 제쳐놓은 사안이었다. 한미 FTA에 대해 찬성이냐,반대냐를 떠나 미국의 정세를 제대로 읽었더라면 국회에서 쌈박질도하지 않았을 것. 현상태에서 한미 FTA를 미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잘모르면서 하는 소리’라며 깔아뭉겠다.


지난 4월 13일(상임위 통과 9일전) 국회외교통상위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과 김종훈 통상본부장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구상찬 의원: 우리국회에서 선비준 후압박 이런 스텝으로 나가야되는 것 아닙니까? 김종훈 본부장:그렇게 해야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순조로운 과정을 거치면서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구요. 다만 상대를 압박을 한다는 것은 압박이라기 보다 우리가 앞서가면 상대가 뒤따라오기는 훨씬 쉬운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먼저 비준을 해 압박을 하면 미국도 별 수 없이 따라올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오판을 하고 FTA비준안을 정부가 옹고집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너무 사대주의적 발상인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하면 미국도 따라올 것이라는 배짱이 놀라울 따름이다. 왜 통상교섭본부가 경제부처에 있지 않고 외교부와 함께 있겠는가? 그것은 상대나라의 정세와 현실을 잘 따지며 통상정책을 하라는 의미다.


▶ 그런데 미국은 왜 한발짝도 안 움직이고 있나?
=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면 가장 먼저 신경을 쓰는 것이 2년 뒤에 다가오는 중간선거 승리다. 그 중간선거의 동향을 판가름하는 것이 소위 swing-state(민주,공화 어느누구도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주들, 격전지)라고 불리는 주, 미시건주 같은 북서부 주들이다. 문제는 이 주(州)들이 모두 철강, 자동차 등 FTA로 인해 손해를 보는 주다. 그래서 오바마가 이 주들을 무시하고 FTA 비준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이기 때문에 절대 그렇게 할 수가 없는 상태다.


▶ 그렇다면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지만 내년에도 미 의회에서 한미 FTA비준은 가망이 없다는 건가?


= 언론이나 외교가에서 금물은 속단이다. 그러나 가망이 없다고 보는 것이 현명하다. 미 중간선거가 내년 11월인데 오바마 대통령이 3대 개혁법안에 현재 올인하고 있는 상태다. 의료보험 개혁법안을 이미 통과시켰고 이제 규제개혁법안과 에너지법안을 올 상반기에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진력을 다할 것이다. 그러면 여름이 되고 8월이 되면 의원들이 각자 지역구로 돌아가고 미 정가는 완전히 중간선거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한미 FTA에 신경쓸 여지가 없을 것이다.


▶ 그런데도 선비준을 외치던 외교장관이나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마디 정책실책에 대한 사과도 없이 한해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기는가?


= 국회 폭력사태까지 유발하면서 무리하게 FTA비준안을 몰아붙인 책임에 대해 어느누구 사과는 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선비준 때는 의사결정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나몰라라 하고 뒤로 나자빠져 있다. FTA비준 문제에 관한 한 올해 한국외교와 정치는 한마디로 ‘블랙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강기갑 의원의 폭력을 유도한 정책 잘못은 무엇으로 처벌이 가능할까?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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