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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수상한 정부’ 캐나다 쇠고기 개방 門부터 여나

 ‘수상한 정부’ 캐나다 쇠고기 개방 門부터 여나
부실한 실사 국내 반발 우려한 듯
경향신문 | 박병률기자 | 입력 2009.12.09 18:10 | 수정 2009.12.09 18:24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가 석연치 않다. 협상 비밀주의를 고수하면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가 하면 대통령이 협상을 본격화하기도 전에 “수입을 재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광우병이 빈발하고 있는 캐나다산 쇠고기의 안전성 검증 등은 뒷전으로 돌리고 국정 최고책임자가 ‘문부터 열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패소 분위기 조성 =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일 한·캐나다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천적으로 한국이 수입을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해 2003년 5월 광우병 발생 후 수입이 전면 금지된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양자합의를 통해 수입이 재개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발언에 이어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게리 리츠 캐나다 농식품부 장관을 만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정부내 분위기는 WTO 소송에서 패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양자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4월 캐나다의 WTO 제소 직후부터 ‘패소’ 가능성을 흘린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아예 패소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는 국회 비공개 보고에서 “WTO 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30개월 월령제한도 무너지고 유럽소도 들어오게 된다”고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패소 분위기 조성은 양자협의를 통해 쇠고기 개방을 해결하고 싶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특히 WTO 분쟁에서 패소할 경우 FTA 주도 움직임에 제동이 걸리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캐나다와의 FTA 체결은 발등의 불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WTO 분쟁에서 패소하면 불공정 무역국가라는 오명을 덮어쓸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보고서 공개않겠다 = 농식품부 관계자는 9일 “(3차 실사단이 작성한) 현지점검 보고서를 공개하기 어렵다”며 “만약 실사결과 아주 좋은 것으로 판명되면 캐나다 제소로 진행 중인 WTO 쇠고기 분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캐나다로 파견된 실사단은 당초 참석키로 했던 시민단체 관계자가 모두 빠진 채 지난 2차 실사때 참여했던 교수 등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실사단의 주요 일정은 캐나다 쇠고기 수출업체들의 모임인 캐나다 우육수출협회 한국지사가 맡았다. 보고서 내용이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 틀림없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11월 실사때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회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의 보고서 공개 요구에 대해 “캐나다와의 쇠고기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거부했다. 정부가 2차 실사단 보고서도 공개하지 않는다면 현 정부 들어 진행된 두 차례의 캐나다 현지 실사보고서 내용은 모두 공개되지 않는 셈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때던 2006년 1월에 이뤄진 1차 실사때는 보고서를 전문가들에게 공개했다. 당시에도 정부와 캐나다 간에 쇠고기 개방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정부가 보고서 공개를 꺼리는 데는 실사단 점검의 부정확성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차 실사 당시 정부는 ‘나이든 소 1∼2마리에서 (광우병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입재개가 무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 이후 캐나다에서 발병한 광우병소는 12건이나 됐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사무국장은 “(실사단 점검결과 공개는) 캐나다와의 협상에 미치는 영향보다 부실한 실사에 따른 국내 반발을 더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노당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캐나다 현지 점검조사단의 조사 내용을 주목할 것”이라며 “국민의 건강이 달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양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박병률기자 mypark@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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