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식량위기] 또다시 선진국들 `빈말’로 끝나는 식량정상회의

<또다시 선진국들 `빈말'로 끝나는 식량정상회의>
 
G8정상들 불참..교황 등 “부자들의 냉담” 경고
룰라 “은행 구제 쏟는 돈 반이면 기아 완전 구제”

출처 : 연합뉴스  2009/11/17 00:16 송고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엔 식량정상회의(UN Food Summit)가 1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으나, 메아리 없는 `말의 성찬’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국 정상과 대표단은 이날 로마의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본부에서 열린 총회 첫날, 가난한 국가들에 대한 농업 지원을 늘려 기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다는 이른바 `자구적 해법’을 새로운 전략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향후 3년 간 빈곤 국가들의 농업 투자에 2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지난 7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결의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하지만 FAO가 기아 퇴치를 위해 제안한 프로그램과 기금 모금 계획이 선언문에 반영되지 못한 채 9년 전 합의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정작 지갑을 열어야 할 부유한 선진국 정상들은 대부분 불참했다.


   우선 이번 회의에서는 FAO가 꾸준히 요구해온 연간 440억 달러 규모의 빈곤국 농업 지원기금 규모가 확정되지 못했다.


   오는 2025년까지 기아를 완전히 뿌리뽑고, 앞으로 5년 안에 공적개발원조(ODA)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5% 안팎에서 1980년 수준인 17%로 늘리자는 FAO의 제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의 지지에도 불구, 미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이른바 선진국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대신 선언문은 전세계 기아 인구를 2015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는 ‘새천년 개발 목표’를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번 식량정상회의에는 70개 국에서 60명의 정상들을 비롯한 400여명의 대표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그러나 가장 부유한 국가인 G8 정상들 가운데 회의가 열린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제외한 다른 7개 국 정상들은 순방 일정 등을 이유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현재 아시아를 순방 중이다.


   이 때문에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부자나라 정상들의 불참과 기아 문제 해결에 대한 `냉담함’을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대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 등의 목소리가 컸다.


   룰라 대통령은 사회구호정책 등을 통해 1천만 명 이상의 극빈곤층을 구제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날 국제구호단체 액션 에이드 인터내셔널로부터 상을 받은 자리에서 기아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그는 “기아는 지구상에서 최악의 대량 살상무기”라며 “천문학적인 돈이 실패한 은행들을 살리는 데 낭비되고 있는데, 이 돈의 절반만 있으면 지구상에서 굶주림을 완전히 퇴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식량 수입국들이 아프리카의 농장들을 사들이고 있는 것을 `토지 수탈’이자 `신(新)봉건주의’라고 지칭하면서 “부유한 나라들이 아프리카 농민들을 속여 땅을 사들이고 있는데, 이런 일은 남미로 확산될 수 있다”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은 이번 식량정상회의에 앞서 관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애썼으나, 역부족이었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10억2천만 명에 달하는 전 세계 기아 인구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고자 지난 15일 하루 기아체험에 동참했고, 자크 디우푸 FAO 총장도 지난 13일 밤부터 24시간 동안 단식 농성을 벌였지만 부유한 국가들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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