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돼지독감] 전염병이 개인의 질병인가
















전염병이 개인의 질병인가
출처 : [한겨레 2009.11.06 제784호]
[표지이야기] 정부의 대응전략 갈팡질팡…
항바이러스제 처방 방침 수시로 바뀌고 예방접종도 시기 넘겨
신윤동욱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헌법 36조 3항은 이렇게 국가의 의무와 국민의 건강권을 명시하고 있다. 사회적 질병인 전염병의 예방과 치료엔 공공성이 더욱 요구된다. 공공보건에 해당해 각별히 국가의 의무가 강조된다는 뜻이다. 만약 위험의 경고에도 정부가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다. 신종 인플루엔자의 대유행에 대한 경고는 짐작보다 전부터 있었다.


항바이러스제 비축량 9월까지 인구의 5%뿐


2005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는 독감 유행에 대한 대책을 각국에 촉구하며, 개정된 대유행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한국 정부도 2005년 8월 ‘신종 인플루엔자 대비·대응 계획’을 마련했다. 그러나 계획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2006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는 1천만 명분의 항바이러스제(경구용 캡슐제 타미플루+흡입제 리렌자) 비축의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공허한 소리로 남았다. 오히려 2009년 예산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관련 10여 개 항목 25억원 예산이 삭감됐다. 내용을 보면, 항바이러스제 예산은 2008년 111억원에서 2009년 91억원으로 줄었고, 중증신종전염병 격리병상 확충 예산도 2억7천만원 삭감됐다. 최은희 진보신당 서울시당 신종 플루 대책위원장은 “안전행정 개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이르면 2005년, 늦어도 올 초엔 항바이러스제 비축 등 신종 인플루엔자 대책을 적극 마련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준비된 사회는 피해의 최소화로 이어진다.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에 필수인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은 간접적 예방의 효과도 가진다. 변진옥 ‘이윤을 넘어서는 의약품 공동행동’ 정책위원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한 환자는 바이러스 체외 유출이 적어져 전염성도 낮아진다”며 “항바이러스제는 사망률뿐 아니라 전파의 확산도 줄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거듭된 경고에도 한국 정부의 항바이러스제 비축량은 지난 9월까지 인구의 5%(약 200만 명분)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 인구의 20% 이상분을 비축해두었다. 항바이러스제 부족은 이번 신종 플루 대응을 어렵게 만들었다. 신종 플루 사태 전에 인구의 50%, 올 4월 이후엔 인구의 80%가 복용할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한 영국은 7월부터 상담원 1500명을 두고 인터넷 핫라인을 통해 증상이 확인되면 타미플루 처방을 허용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항바이러스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한다는 초기의 방침에서 신종 플루 확산의 고비인 가을철을 앞둔 8월21일 노약자 등 고위험군과 입원환자에게만 처방을 허용하는 방침으로 바꾸었다. 다시 9월에 들어 의심환자 대부분에게 처방을 허용했고, 10월 말에는 거점 약국뿐 아니라 일반 약국에도 타미플루를 공급했다. 그리고 뒤늦게 항바이러스제 추가 구입에 나서 10월까지 항바이러스제 300만 명분을 확보해 인구의 11%에 해당되는 비축분을 채웠다. 다시 10월 말에 정부는 항바이러스제를 인구의 24%선까지 확보하는 계약을 마쳤다고 밝혔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신종 플루는 그대로인데, 대응전략만 갈팡질팡했다”고 비판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