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번역]호비로비(Hobby Lobby)에는 가정폭력 생존자를 위한 정의가 없다

미국에서는 이른바, ‘오바마케어’에 따라 기업이 직원들의 낙태·피임에 대한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었다. 이에 호비 로비(Hobby Lobby) 등 일부 기독교 기업들은 반발하며, ‘경구피임약을 비롯한 낙태비용에 대한 보험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6월 30일 미국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 직원의 피임 관련 건강보험을 지원할 수 없다”며 호비 로비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피임과 낙태에 대한 논의가 왕성하지 못하다. 늦었지만, 이 판결이 낳을 영향에 대한 글을 번역해 공유한다.

[번역글]호비로비(Hobby Lobby)에는 가정폭력 생존자를 위한 정의가 없다

-알리싸 피터슨(Alyssa Peterson) : 미국의 진보를 위한 센터(Center for American Progress) 특별지원팀(Special Assistant), 빈곤을말하자 프로젝트(TalkPoverty) 운영진, 가정폭력 인권옹호 활동가

원문출처: http://talkpoverty.org/2014/07/03/hobby-lobby-supreme-court-harms-survivors-domestic-violence-low-income-women/

여성으로서 국가의 경제사회적 생활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들의 재생산 활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 여하에 따르게 되었다니.” - 가족계획협회(Planned Parenthood) 대 캐이시(Casey)사건의 담당 판사 산드라 데이 오코너(Sandra Day O’Connor)

월요일에 있었던 버웰(Burwell) 대 호비로비 회사 사건의 판결을 통해 보수적인 대법원 판사들은 자신의 건강을 결정할 권리가 일부 여성에게만 부여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 결정은 미국 내 취약계층 여성 일부의 재생산 권리를 약화시키기 위한 보수 세력들의 지속적인 노력의 최신판인 셈이다.

여성 판사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5명의 남성 판사들만 다음과 같이 결정했다. 종교적인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 호비 로비와 다른 폐쇄회사(closely-held corporations)들이, 직원의 피임을 위한 보험 급여지원을 하도록 강요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호비로비 회사의 소유주는 두 가지 응급피임약과 두 가지 자궁 내 삽입장치(IUD)의 보험급여적용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 피임방식이 낙태를 야기할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 반대의 이유였다. 이 결정은 단 4가지 피임방식에 대해서만 반대하는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대법원의 결정은 ‘저렴한 의료보험법’(Affordable Care Act: ACA)의 적용을 받는 20가지 피임법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폐쇄회사에 고용되어 일하는 미국 노동자들이 전체의 52%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 판결은 수백만에 달하는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다수의 판사가 과학과 상식을 희생으로 치르면서 이데올로기에 굴종한 것이다. 저렴한 의료보험법이 적용되는 응급피임약, 자궁 내 삽입장치, 기타 다른 형태의 피임법이 낙태를 야기할 수 있다는 데 대한 의학적 근거는 알려진 바 없다. 오히려 종종 낙태를 실제로 “초래”할 수 있는 원치 않은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이 피임방식이다. 호비로비가 보험급여 적용을 반대한 자궁 내 장치는, 호비로비가 승인한 피임을 행여 사용해서 원치 않는 임신을 피하는 것보다 오히려 20배나 더 효과가 있는 방식이라는 건, 너무나 역설적이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호비로비 사건의 판결로 인해 여성들은 뚜렷하게 구별되는 경제적 계층으로 분리되었다. 즉 자신이 원하는 피임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여성과 그렇지 못한 여성으로 갈라놓은 것이다. 이는 지불능력과 무관하게 필수예방 의료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수백만의 여성들의 권리를 잠식하는 것이다. 긴스버그(Ginsburg) 판사가 판결 이의문에서 밝혔듯, 보험급여적용 없이 자궁 내 삽입장치를 이용하기 위한 비용은 저임금 노동자의 한 달치의 월급과 맞먹는다. 응급피임약 또한 가격이 비싸, 한 알에 $60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호비로비는 돈을 낼 수 없는 처지의 저소득 여성의 운명을 고용주에게 맡긴 것이다.

이 판결은 현재 가정폭력을 겪고 있거나 또는 겪을 수 있는 전체 여성 중1/3에 달하는 여성에게도 강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정폭력 생존자의 99%에 달하는 사람들의 충격적인 보고에 따르면, 가해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들의 경제적 자원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그래서 얼핏 부유해 보이는 생존자들조차 이같은 경제적 곤욕으로 사실상 저소득의 상황에 처해있다. 고용주가 피임에 대한 보험급여적용을 거부하는 경우, 생존자들 대부분은 이를 감당할 비용을 갖고 있지 못하다. 설상가상으로, 고용주가 보험적용을 회피하는 경우, 생존자와 다른 저소득층 여성이 기댈 수 있는 ‘저소득층 지원 공공의료 서비스(Title X clinics)’에 대한 기금까지 보수주의자들은 대대적으로 삭감하는 걸 지지하고 있다. 보수적인 법원과 의회의 이런 행보에 맞서는 생존자와 저소득 여성들은 속수무책이다.

호비로비는 여성들이 피임할 기회를 막는 한편으로 가해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피해자가 더 관계의존적이 되도록 하기 위해 생존자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강요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어떤 방식으로 그렇게 했느냐고? 피임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거나 피임에 실패하도록 중간에 훼방을 놓는 식이다. 청소년 생존자의 25%는 가해한 파트너가 피임을 못하게 하면서 자신이 강제로 임신시켰다고 토로했다. 가해자들은 경구피임약을 숨기거나 감추어 버린다. 또 의도적으로 콘돔을 찢어 구멍을 내거나 혹은 성교 중 콘돔을 빼내버린다. 또는 마치 못했다는 듯, 체외사정을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 패치, 질에 끼우는 링 또는 자궁 내 삽입장치 등의 피임방식을 강제로 제거한다.

미국산부인과의사협회는 이러한 강제적 임신에 맞설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을 추천한다. 그중 하나는 의료서비스공급자들이 경구피임약을 제공할 때, 가해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표시가 없는 봉투로 포장하라는 권고다. 또한 가해자들이 장치가 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자궁 내 삽입장치를 삽입한 후 줄을 제거하도록 하는 방안이다.3개월마다 접종해야 하는 주사방식이나 매일 1정씩 먹는 경구피임약과 달리 자궁 내 삽입장치는 12년마다 교체하면 된다. 이렇게 볼 때, 자궁 내 삽입장치야말로 가해자들의 방해 없이 생존자에게 효과적인, 단언컨대 최적의 방법이다. 그런데 다섯 명의 남성 대법원 판사 나으리들 덕에, 이렇게 효과적인 자궁 내 삽입장치를 구할 길은 더 어려워졌고, 그로 인해 많은 저소득층 여성과 생존자의 삶 역시 더 힘겨워지게 된 것이다.

어찌 아니 감사할쏘냐, 남성 대법원 판사님들!

2개의 댓글

  1. 마징가

    여기나 거기나 적폐판사 새ㄲ가 설치네.. 답은 잡아다가 화악~ 파버리는수 밖에

  2. 대한민국 아무개

    언스크립티드를 읽던 중 [버웰 대 호비로비 사건] 을 예시로 든 내용이 있는데,
    모르는 사건이라 참고하기 위해 들렀고 잘 정리된 설명 덕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딸 키우는 부모로서, 도움 받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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