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돼지독감] 말라리아 사망자 신종플루의 100배












말라리아 사망자 신종플루의 100배
WHO는 해마다 말라리아로 100만명이 사망한다고 밝혔다. 신종플루 사망자는 4개월간 2100여 명이었다. 신종플루 환자 1명을 고치는 데 2만5000원이 들지만, 말라리아 환자 치료비는 1000~2500원이다.






출처 : 시사인 [105호] 2009년 09월 15일 (화) 10:47:13 신호철 기자 shin@sisain.co.kr
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46#
현대판 흑사병(일지도 모르는) 신종플루 H1N1이 연일 세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아시아의 뉴욕이라는 인도 뭄바이도 예외가 아니다. 열이 나면 일단 신종플루에 걸렸을까 의심하는 환자가 많다. 뭄바이에서 8월19일 하루에만 300명 가까운 환자가 신종플루 진단을 받으러 병원을 찾았다.

시민이 스스로 몸을 챙기는 것은 장려할 일인데, 뭄바이 시 보건국장 자야라지 타네카르 박사의 마음은 불편하다. 신종플루에 대한 과도한 공포가 오히려 적절한 치료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는 8월20일 뭄바이 지역지 와의 인터뷰에서 “인도에서는 신종플루보다 말라리아가 훨씬 더 위험하다. 그런데 말라리아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신종플루 진단 검사를 받느라 결정적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한탄했다.

뭄바이 의학자문협회 부회장 아르샤드 굴람 모하마드 박사도 마찬가지다. “말라리아 사망자가 신종플루 사망자보다 최대 100배 더 많다. 사람들이 빨리 균형감각을 찾아야 한다.”

세계가 지나치게 신종플루 공포(플루포비아)에 빠진 것이 아니냐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인다. 프랑스 의학아카데미 회원 마르크 장틸리니 교수는 르몽드 8월6일자 인터뷰에서 “지구 곳곳의 상황을 볼 때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인플루엔자를 피한답시고 감행하는 모든 조처가 부끄러울 지경이다”라고 말했다.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는 말라리아에 대한 무관심과 비교된다. 프랑스 잡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는 ‘플루포비아, 불온한 진실’이라는 특집 기사에서 신종플루 사망자 수가 계절 독감으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 수(30만명)에 훨씬 못 미친다며 “지금도 말라리아는 거의 모든 이들의 무관심 속에 100만명씩 희생자를 내고 있다”라고 대조했다.

연간 사망자 100만명이라는 수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것이다. 말라리아 감염자 수는 연 250만~400만명 정도다. 반면 신종플루의 경우 WHO에 따르면 4월19일부터 8월23일까지 감염자 20만여 명에 사망자가 2185명이다. 4개월간 수치만 따져봐도 말라리아 사망자 수가 신종플루 사망자 수보다 100배 더 많다.

매일 3000명, 말라리아로 사망


전 세계 인구의 절반 가까운 인구가 말라리아 위험 지역에 산다. 그중 사망자의 90%는 아프리카 어린이다. WHO와 국제연합 아동기금(UNICEF)은 “30초마다 1명씩, 매일 아프리카 어린이 3000여 명이 말라리아로 목숨을 잃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제3세계 운동가들은 이를 ‘말라리아 학살’이라고 부른다.

물론 H1N1 바이러스는 새로 출현한 질병인 만큼 오랜 인류의 숙적이었던 말라리아보다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가능하다. 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이나 중세 시대 페스트는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된다. 하지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기고한 드니 뒤클로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변형 생체가 우발적으로 퍼지더라도 증식에 불리한 환경 속에서 소멸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밝힌다.

질병관리본부 말라리아 기생충과 김정연 박사는 “H1N1 바이러스가 주로 공기로 쉽게 전파되는 반면, 말라리아는 모기가 물어야 감염된다는 점에서 전파력의 차이가 있는 것은 맞다. 말라리아는 특정 모기가 감염자 피를 빨아서 다른 사람을 또 물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설사 감염자를 물었다 하더라도 2차 전파가 되려면 모기 몸속에 10~14일간 발육시켜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말라리아는 예방 백신이 없는 데다 계속 내성 말라리아가 생기고 있고, 주로 의료 후진국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피해 규모는 말라리아가 더 크다.

엄청나게 많은 사망자를 내는 말라리아보다 신종플루가 더 유명해진 까닭은 지구적 빈부 격차가 원인이다. 말라리아 발생국은 한국을 빼면 거의 후진국에 퍼져 있다. 반면 신종플루는 발생 초기부터 미국 바로 아래 멕시코여서 주목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로 세계 여론을 주도하는 북반구를 중심으로 유행했다.
신종플루와 말라리아의 차이 가운데는 제약 산업 구조의 차이도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는 돈방석에 앉았다. 우리 정부는 타미플루 1인분 가격을 7000원으로 잡았다가 구매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타미플루 1인분(캡슐 10개) 가격은 2만5000~3만8000원이며 그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반면 말라리아의 경우는 잘나간다는 신약 치료제 ACT가 1인당(3일치) 2500원 정도고 그보다 낮은 품질의 치료제는 1000원가량이다. 말라리아 치료제가 필요한 나라는 비싼 돈을 주고 약품을 구입할 경제력이 없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매길 수 없다. 실제 말라리아 약품의 주 구매자는 국제 자선단체이며 WHO는 줄기차게 말라리아 치료제 가격 인하를 요구해왔다. 한 국내 제약사 임원은  “노바티스 같은 다국적 기업도 말라리아 치료제를 팔긴 하지만 이윤을 남길 기대는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이런 산업 구조의 차이는 기업이 신종플루 백신 개발에 더 열중하도록 만든다.

현재 북반구 선진국은 올해 말까지 타미플루 10억 개를 주문해놓은 상태다. 대부분 한 번도 쓰지도 못하고 유효기간 만료로 버려질 가능성이 높다. 이 타미플루 구입액의 10분의 1만 말라리아 치료제를 사는 데 써도 모든 아프리카인(약 10억명)에게 치료약을 배포할 수 있다. 국제사회가 말라리아 치료에 아주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1998년 유엔개발계획, UNICEF, 세계은행, WHO 등이 나서서 말라리아 퇴치운동(RBM)을 벌여왔다. 자선단체 더글로벌 재단은 지금까지 말라리아 치료제 7400만 개를 아프리카에 배포했다. 하지만 이런 운동은 대개 주류 언론의 관심에서 비켜나 있다.

말라리아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형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라고 해서 치사율이 아프리카 말라리아에 비해 높지는 않지만, 휴전선 부근을 중심으로 여전히 기승이다. 올해 감염자가 300여 명에 이른다고 보고되었다.

9월8일 세계경제포럼(WEF)은 2009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한국을 6계단 하락한 19위에 올렸다. WEF 발표는 언제나 논란이 되지만 이번 발표에서 말라리아 발병률(낮은 순위)이 72위에서 80위로 나빠진 점이 눈에 띈다. 신종플루보다 말라리아가 더 국가경쟁력에 영향을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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