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월례포럼]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일차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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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월례포럼으로는, 고려대 정혜주 선생님의 발제로 쿠바와 베네수엘라의 일차의료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 [또하나의 혁명, 쿠바 일차의료]라는 제목으로 혁명이후 쿠바의 일차의료시스템을 개괄하는 번역서가 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포럼은 차베스 집권 이후 베네수엘라의  Mission Barrio adentro을 개괄하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역사적 배경

베네수엘라는 1945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후 민주행동당과 기독사회당의 연정 민주정부가 집권하다가 1989년 이후부터는 Perez  정권이 신자유주의 정책들을 전격 수용하기 시작합니다.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들이 봉기한 El Caracazo(1989.2)가 페레즈 정권의 무자비한 탄압과 학살로 실패한 이후, 1992년 당시 중령이었던 Chavez가 군사쿠데타를 시도하였다 실패, 1998년 Bolivarian 혁명으로 그해 말 집권에 성공합니다. 이후 내각과 의회를 다시 꾸리고 헌법을 개혁하여 집권의 기틀을 다진 후 1999년부터 Plan Bolivar 2000 , 49개의 개혁입법(석유 국유화, 토지국유화 등) 등 친서민 사회주의 정책들을 펴기 시작합니다.

높아진 민중의 정치의식, 참여의식을 토대로 교육, 의료, 주택, 유통 등 각종 영역에 걸친 개혁 프로그램, Mission이 시행됩니다. 문맹퇴치를 목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Mission Robinson, 13,000여명의 쿠바의사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무상, 일차의료 미션인 Mission Barrio Adentro, 민중들이 싸고 편하게 식료품을 살 수 있는 Mission Mercal 등이 대표적인 미션들입니다. 이를 통해 1998년 문맹률 7%에서 현재는 문맹 없는 나라로 선포되었고, 시중보다 30-35% 저렴한 민중상점인 메르칼은 전국적으로 14000여개 이상의 체인이 영업중입니다. 초기모델들은 점점 발전하여, 현재 교육 프로그램의 경우는 Robinson 1(문맹퇴치) –> Ribinson 2(초등교육) –> Ribas(고등교육) –> sucre(대학교육) 까지 무상으로 커버하고 있으며, Mission Vuelvan Caras의 취업교육, Mission Habitat 의 공공주택지구(교육과 의료를 포함한) 등이 커뮤니티에 통합적, 통시적인 복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의 안전망/울타리 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Barrio Adentro입니다. 

Mission Barrio Adentro(이웃 곁으로)

혁명 이전의 베네수엘라 보건의료는, 80년대 이후 공공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민간영역에 맡겨집니다. 사설병원, 군병원 등이 있었지만 사유화되고 통합적이지 않아 서민, 빈민 들의 의료접근권이 형편없이 낮았고, 치료의학 중심인데다가 일차의료가 부실하여 전달체계 역시 체계적이지 않았습니다.
2002년부터 카라카스시를 중심으로 Plan Bolivar 2000에 따라 일차의료시스템을 도입하려 하였지만, 의사협회의 반발과 의사들의 낮은 자원율(총 20명, 그것도 모두 전문의) 때문에,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에서 양성되어 남미지역에서 널리 활동하는 쿠바 의사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게 됩니다. 2003. 4월 58명의 쿠바의사들이 카라카스 최빈곤지역에 입주하고, 2003년 말에는 1만명 이상의 쿠바 의사가 활동하게 됩니다. 쿠바 의사 협회나 기존의 사설의료시설들이 처음에는 의뢰를 잘 받아주지 않으며 약국에서는 처방전을 받아주지 않는 등 초기에는 반발이 거세었습니다. (Don’t cubanizing medicine이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하지만 초창기 빈민가 보건지소들을 시작으로 현재는 Barrio adentro  시스템 내에 2차, 3차병원까지 있어 의료전달체계가 잘 작동중이며, 기존 시스템과의 협업도 원활하다고 합니다. 혁명 전 전국민의 70%가 의료사각지대에 있었으나 현재는 이 중 70% 가 무상으로 Barrio 를 통해 의료를 제공받고 있으며, 현재 쿠바 의료진 15300명 + 베네수엘라 의료진 1200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보건지출도 꾸준히 늘어나 초기의 6%에서 현재는 25%대에 이르며, 각종 의료지표들 – 모성사망/영아사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유소아 설사/폐렴 진단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습니다. Mission Milagro(기적 프로젝트) 를 통해 개안수술을 받은 사람들은 150만명에 이릅니다. 

oil money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냐(중요한 것은 무슨 돈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는 거겠지요..), 자국의 의료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베네수엘라에도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이 문을 열어, 이곳에서 활동하는 쿠바의사들이 지역기반 의료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미 간호사는 현지인력으로 거의 교체되었습니다) 등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라틴아메리카지역의 의료진 양성의 핵심, 라틴A의과대학의 이야기를 끝으로 포럼을 마무리했습니다. 라틴A의과대학에서는 졸업 후 2년간의 지역의무근무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석졸업자를 산간오지에, 하위권 학생들을 대도시에 파견한다고 합니다. 아무 도움이 없는 곳에서 혼자 practice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인정받는것이 하나의 영예로 주어지며, 능력이 없는 졸업생은 계속적으로 교수나 동료들에게 지도를 받을 수 있는 곳에서 교육과 실습을 병행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경제적인 동기가 아니라 사회적 존경이나 명예와 같은 가치들이 동기이자 incentive로 작동하는 사회가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21세기 사회주의라 불리는 베네수엘라의 의료시스템을 아주 잠시, 개괄적으로 들여다 본 시간이었지만,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는 희망을 가진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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