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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윤리]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1) ― 줄잇는 논문 스캔들

[죄의식 없는 '표절 대한민국'] (1) ― 줄잇는 논문 스캔들

"碩士(석사)논문쯤은 좀 베껴도…" 학생도 교수도 표절 불감증

조선일보
| 양승식 기자 | 입력 2013.03.20 03:18 | 수정 2013.03.20 10:23
http://media.daum.net/society/newsview?newsid=20130320031807553

정치인·교수·목사 등 유명인의 논문 표절은 이미 일상적인 일이 됐다. 지난해엔 문대성(37) 국회의원이 논문 표절 의혹 때문에 새누리당을 떠났다. 최근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용찬 교수가 논문 표절이 드러나 서울대 사상 처음으로 사퇴하기도 했다. 또 지난 2월엔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 내정자가 박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논란이 됐으며,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도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 사회가 양심을 파는 부정행위인 논문 표절에 대해 불감증에 빠져 있는 것이다.




↑ [조선일보]




↑ [조선일보]일러스트=이철원 기자

논문 표절이 드러난 김미경씨는 석사 학위 취득자 사이에 널리 퍼진 전형적인 방법으로 논문을 표절했다. 비슷한 주제로 쓴 2~4년 전 논문의 문장과 문단 중 오래된 논문을 인용한 부분을 그대로 베낌으로써 마치 오래된 논문을 직접 참고해 쓴 것처럼 위장한 것이다. 직접 표절 대상인 중간 단계 논문의 존재를 알지 못하면 해당 논문은 옛 논문을 참고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작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간 단계 논문의 문장·각주·인용까지 그대로 베낀 것이기 때문에 이 논문은 명백한 표절이다. 김씨는 한 지방대학 교수의 1995년 연구 논문을 베끼는 동시에 해당 논문을 인용한 2003년·2004년 석사 학위 논문도 그대로 복사해 사용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설문조사, 통계 등 데이터만 슬쩍 바꾸고 여러 논문을 정교하게 짜깁기하는 수법은 주로 대필 업체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면서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학원을 다니는 경우 일종의 ‘논문 복사 공장’인 대필 업체에 논문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필 사설업체와는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접촉할 수 있었다. 19일 포털 사이트에서 ‘논문 대필’ ‘논문 대행’ ‘논문 컨설팅’ ‘논문 도우미’ 등으로 검색해보니 관련 업체 수십 곳이 나왔다. 한 업체는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나 바쁜 일정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는 분들을 위해 논문 작성을 체계적으로 지도한다”면서 학위 논문, 학술 논문, 연구 논문이 모두 지도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한 업체는 “고객님의 연구 목적에 맞는 주제 선정에서부터 논문 편집 및 교정까지 책임져 드린다. 제출 기관 양식에 맞추어 구성해드리고 목차부터 각주, 참고 문헌까지 ‘종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다. 사실상 대필을 해준다는 말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까지 진행 상황을 메일로 보내주면 맞춰서 논문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석사 학위 논문 대필해주는 업체도 있나 보네요. 돈 없는 내가 병X’이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여기엔 ‘대행 퀄리티에 따라 100만~300만원까지 다양하다’ ‘대필하는 학생이나 그 논문 통과시켜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하는 교수나 (한심하다)’ ‘담당 교수 아니더라도 1심·2심·최종심 때 다른 교수들도 다 눈치 챈다’ 등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석사 정도는 논문을 대필하거나 표절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박사과정 학생은 “박사야 그렇다 쳐도 석사야 교수들이 대충 형식만 보는 식이라 논문을 꼼꼼히 안 쓴다”면서 “대충 베껴서 내도 안 걸리니 힘 빼지 말자는 말도 많다”고 했다. 10여년 전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한 직장인은 “어느 날 내 논문을 검색해보니 5명이 그대로 베껴 석사 학위를 딴 것을 보고 경악했다”고 했다. 한 대학교수는 “일반 대학원이 아닌 특수 대학원은 원래 돈 주고 학위를 주는 곳인데 새삼스럽게 왜 그러느냐”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는 “정치외교학부 김용찬 교수 논문 표절 사건이 터지자 서울대를 중심으로 대학 본부 차원에서의 전반적인 논문 검증 강화안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면서 “지금으로선 학자와 학생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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