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책]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 / 생명공학 소비시대, 소비자의 ‘알고 선택할 권리’

한겨레신문에서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김현정, 느리게 읽기)라는 책을 아주 크게
소개하는 기사를 냈네요. 연세대 의대 출신 정형외과 전문의, 미국 코넬대학병원,
아주대 의대 교수, 화이자제약 의학부장, 존슨앤존슨메디칼드퓌사업부 아태총괄 의학감독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서울시립동부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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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수술 안 받는 이유가…



한겨레 등록 : 2013.01.11 09:49 수정 : 2013.01.11 09:50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69264.html








지난 1월2일 오후 서울시립동부병원 정형외과 진료실에서 전문의 김현정 박사가 진료를 하고 있다. 그녀가 펴낸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는 현직 의사가 환자들을 위해 쓴 친절한 의료 사용 가이드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2013 만인보]의료 상업화 꼬집은 책 펴낸 정형외과 전문의 김현정
탈자본 의료 대안으로 환자의 힘 키우는


“57세 남자.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massive rotator cuff tear). 작년에 산악자전거 타다 세게 넘어졌다. 얼마 전 할리 데이비슨 동호인들끼리 간 미국 대륙 횡단 여행에서 또 한 번 모지게 넘어졌다. 그때부터 팔을 못 든다. 스포츠 애호가.



57세 남자. 광범위 회전근개 파열(massive rotator cuff tear). 작년에 아는 형한테 몹시 맞았다. 얼마 전 시설에 사는 사람들한테 또 모지게 맞았다. 그때부터 팔을 못 든다. 알코올 애호가.”



최초의 여자 정형외과 전문의 1호



같은 병을 앓고 있지만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사람. 서울시립동부병원의 정형외과 전문의 김현정(46) 박사는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 성남 ‘분당’과 서울 ‘용두동’에서 진료를 한 적이 있었다. 대리석과 붉은 카펫이 깔린 주상복합건물의 전문 클리닉과 소독약 냄새와 취객의 욕설이 뒤섞인 공공병원을 오가며 그는 ‘두 병원에서 보는’ 삶의 간극이 30년쯤 벌어졌다고 느꼈다. 그는 최근 펴낸 <의사는 수술받지 않는다>(느리게읽기 펴냄)에서 이때를 이렇게 적었다.



“용두동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아직 1970년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근대인으로 살기는 어렵지 않다. 르네상스인으로 살기도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동시대인으로 사는 일이다.” ‘동시대인’으로 살기 위함일까. 그녀는 용두동(서울시립동부병원)에 남았다.



사실 그녀의 이력은 메이저 대학병원에 더 잘 어울린다. 세브란스병원이 배출한 최초의 여자 정형외과 전문의 1호인 김 박사는 2001년 미국 코넬대학병원 근무 당시 박태준 전 총리의 뉴욕 자문의로서 수술 전후와 회복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고, 2002년부터 4년 동안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를 지냈다. 또 2008년부터 2010년까지는 화이자제약 의학부장 및 존슨앤존슨메디칼드퓌사업부 아태총괄 의학감독을 역임했다. 그런 그녀가 왜 의사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공공병원 의사를 자처했을까.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공공병원이 좀더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서 오게 됐어요. 물론 대학병원에도 소명 의식을 가진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많이 계시지만 제 나름대로 이게 맞다 싶어 왔죠.” 소신도 좋지만 벌이나 이름값을 생각하면 아쉽지 않을까. “큰 병원일수록 의사들이 자유롭지 않아요. 대학병원에서는 진료 실적과 연구비 유치 실적으로 의사를 평가하죠. 예전에는 의사가 갑이었는데 이제는 의사가 제약회사에 가서 연구비를 달라고 고개를 숙이기도 하거든요. 그런 실적들로 인센티브를 주고요. 안타까운 일이죠.” 결국 ‘자유’에는 ‘희생’이 따르는 셈인가.



의사들은 검진도 수술도 잘 받지 않아



하긴 그녀의 삶에서 자유는 잊혀질 만하면 찾아오는 ‘신열’과도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레지던트 시절인 1995년 가족과 주변의 만류에도 홀로 아프리카로 날아가 케냐 키쿠유 지역에서 3개월 동안 의료 활동을 펼친 것이나, 2005년 잘나가던 대학병원 교수직을 그만두고 2년 동안 놀다 2007년 인도 고대의학인 아유르베다를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훌쩍 떠난 것도 그녀의 자유인 기질이 낳은 기행일 터. 아유르베다는 병의 원인을 환부만이 아닌 인간의 몸 전체로 바라보는 전인치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보통 정신과에서 마음치료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의료의 모든 분야에서 환자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치료가 전제돼야 해요.”



스스로 이상주의자라고 밝힌 그녀가 마냥 낙천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책에서 동종 업계에서 ‘따’당할 각오를 하고 상업화에 눈먼 한국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최근 나온 ‘의료 비즈니스 혁신 모델’에는 기본 전제부터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환자를 의료 주체로 보는 게 아니라 싼 가격과 편리함만 좇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는 철학의 부재가 깔려 있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불안을 조장하는 악당이 많다. ‘겁나시지요? 검사받으세요. 수술받으세요. 새로 나온 신약이에요. 외국에서 물 건너온 기가 막힌 제품이에요. 걱정되시지요? 보험에 드세요, 아주 쌉니다….’ 이런 의료 상술에 카운터펀치를 먹이고 싶었다.” 온화한 외모와 달리 글이 맵다.



대학병원들이 신수종사업으로 여긴다는 건강검진센터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보탠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고 검진해서 이상 안 나오는 사람 없다. 찾으면 찾을수록 나온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못 찾고 대수롭지 않은 것만 찾아내는 경우도 허다하다.” 검진이 모든 병을 밝혀내는 요술망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들은 자신의 건강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할까? “의사들은 정작 건강검진을 잘 안 받는다. 인공관절·척추·백내장·스텐트·치아임플란트 등 그 흔한 수술도, 항암치료 참여율도 낮다. 마치 손님들에겐 매일 기름진 진수성찬을 차려내는 요리사가 정작 자신은 풀만 먹고 사는 꼴이다.”



왜 그럴까? 김 박사에게 직접 물었다. “첫째, 잘 알기 때문이죠. 의료란 양날의 칼과 같거든요. 혜택뿐만 아니라 한계와 허상도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섣불리 몸을 맡기지 않는 거죠. 둘째는 기다리기 때문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아픈 것을 참지 않잖아요. 되도록 빨리, 당장 낫게 해주기를 바라죠. 하지만 근원적인 치료는 자신이 하는 것이며 여기엔 시간이 걸리거든요. 셋째,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의료에는 정답이 없는 사례가 허다해요. 그러나 정부의 진료 지침, 학회 권장 가이드, 병원 경영 지침, 보험회사 수급 기준, 명예욕 등의 장치와 압력 때문에 무리한 처방을 하게 되죠. 의사들은 자신에 대한 처방 때 비로소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거든요.” 김 박사는 자신의 이야기가 결코 의료 무용론은 아니라며 꼭 필요한 검진과 수술도 있다고 누누이 덧붙였지만, 그녀의 선의를 오해하긴 어려웠다.



의료 현실에 대한 날선 비판이 들어 있다고 이 책이 딱딱하고 차가운 사회비평서는 아니다. 저자의 표현대로 이 책은 부드럽고 따뜻한 자전적 에세이로 읽힌다. 김수영·이상의 시를 인용하고 슘페터·토크빌을 언급하며 자신이 직접 그린 정감 어린 일러스트까지 넣은 재미있는 이 책의 해법은, 7가지 ‘영(0)차 의료’. 1·2·3차 의료기관을 찾기 전 순서상 0순위인 환자 스스로가 ‘자신의 힘과 역할을 찾고 키우자’는 것이다. 7가지는 이렇다. “마음의 힘을 키운다. 몸을 많이 움직인다. 인공에 반대한다. 경증에 지혜롭게 대처한다. 미니멀리즘(최소주의) 의료를 실천한다. 보험을 남용하지 않는다. 느리게 산다.”



의료인들 각성 촉구하는 다음 책 준비



지혜와 영감을 주는 남편 다음으로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의료인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의료 에세이 2탄을 준비하고 있다. 부모 뜻에 따라 의대를 진학했지만, 문과대에 가서 글을 쓰고 싶었던 소녀의 꿈이 여전히 녹슬지 않은 덕이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실천을 즐겁게 해나가고 있는 착한 이상주의자 의사를 보며, “의학은 넓은 의미의 사회과학이고, 사회과학은 넓은 의미의 의학”이라는 독일의 세포병리학자 루돌프 비르히의 말뜻이 새삼스러웠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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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한국인 식탁에 등장하는 GMO와 복제 쇠고기를 둘러싼 쟁점


김훈기 지음

출판사

동아시아 | 2013.01.24


저자 : 김훈기
저자 김훈기는 서울대학교 동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학위(과학사), 고려대학교 과학기술학 협동과정에서 박사학위(과학관리학)을 받았다. 동아사이언스가 발행하는 월간 《과학동아》의 기자 및 편집장, 동아일보 과학면 팀장, 인터넷 과학 신문 《더 사이언스》의 초대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과학 저널리즘 분야에서 13년간 활동했다. 2012년 텃밭보급소가 운영하는 과천도시농부학교 1기를 수료했고, 한살림 모심과살림연구소에 연구기획위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전임대우 강의교수로 ‘과학과 기술 글쓰기’ 교과목을 맡고 있다. 저서로 《시간여행》, 《유전자가 세상을 바꾼다》, 《생명공학과 정치》, 《물리학자와 함께 떠나는 몸속 기氣 여행》, 《합성생명》 등이 있다.





1부 GM 농산물과 국내 소비자

1장 16년간 우리 식탁에 오른 GM 농산물
방울토마토와 씨 없는 수박은 GMO일까
국산 GM 농산물이 있을까
외국의 GM 농산물 종자는 국내에서 자라고 있을까
한국인은 언제부터 GM 식품을 먹었을까
한국, GM 농산물 수입국 세계 2위
한국에 수입되는 식용 콩의 75%가 GM 콩
GM 옥수수와 콩은 어떤 모습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을까
한국은 왜 GM 농산물을 수입해왔을까
그 많은 GMO가 왜 한국 소비자 눈에는 잘 안 보일까

2장 GM 농산물 어떻게 만들까
재료 준비
운반체 준비
숙주에 구조유전자 끼워 넣기
위해성 판단과 시험 재배
상업적 재배 승인 신청, 그리고 특허등록

3장 안정성의 근거인 ‘실질적 동등성’의 원리와 심사 내용

4장 GM 농산물 수입국의 쟁점
청사진
적신호
ㆍ예상치 못한 인체 위해성
ㆍGMO의 생태계 유출과 오염
ㆍ수입 전후 안정성 검토의 공정성 문제
ㆍ표시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

5장 GM 농산물 수출국 또는 재배국의 쟁점
청사진
적신호
ㆍ재배 승인을 둘러싼 논란
ㆍ슈퍼잡초, 슈퍼버그의 등장

2부 복제 소 살코기와 우유의 유통

1장 시장에 진출한 복제 동물 식품

2장 복제 생명체 어떻게 만들까

3장 복제 쇠고기는 GMO보다 안전한가

4장 청사진

5장 적신호
인체 위해성
동물 복제 자체에 대한 거부감
표시제, 정말 필요 없을까

3부 새로운 생명공학 소비시대에 직면한 소비자

1장 GM 동물 식품, 슈퍼연어 출현 임박

2장 신기술로 무장한 GM 농산물
소비자가 선호할 만한 2세대 GMO의 등장
GMO의 진화와 GMO를 넘어선 새로운 생명공학 기술

《부록》 합의회의 시민 패널 보고서 서문과 요약문
《참고 문헌》


생명공학 소비시대, 소비자의 ‘알고 선택할 권리’




오철우 2013. 0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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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
김훈기 지음 | 동아시아


GM 작물에 이어 GM 연어도 식탁에 오를 것이다. 다른 GM 동물도 식품으로 등장할 것이다. 복제동물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식품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언젠가 우리 식탁에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 식품에 관한 논란은 이어질 것이다. 알고서 선택할 수 있게 보장하는 투명한 정보공개는 생명공학 소비시대에 소비자한테 필요한 권리가 돼야 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바이다.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는 식용 옥수수 가운데 몇 퍼센트 정도가 GM[유전자 변형] 옥수수일까? 2011년에는 절반이 GM 옥수수에 해당했다. 2011년 기준으로 수입된 식용 옥수수 208만3000 톤 가운데 GM 옥수수는 102만5000 톤으로 집계됐다. 수입되는 식용 콩 가운데 GM 콩은 4분의 3을 차지하고 있다. 2011년 식용 콩은 112만7000 톤 수입됐으며, 이 가운데 85만 톤이 GM 콩이었다.”(26~27쪽)




농산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는 식용 GM 농산물이 오늘날 대량 수입되고 있지만, 정작 GM 농산물이 소비자의 관심과 눈에 잘 들지 않는 이유는 뭘까? 대부분이 가공되어 식품 재료로 쓰이기 때문이다. 주요한 수입 작물인 GM 옥수수는 대부분이 전분이나 전분으로 만든 감미료(과당, 물엿, 올리고당)로 사용되며 GM 콩은 거의 모두 콩기름 제조에 쓰인다. 또 GMO 표시제가 시행되고는 있지만 가공식품 가운데에는 ‘표시 면제’ 대상이 많다. 김훈기 서울대 교수(기초교육원)가 낸 새 책 <생명공학 소비시대 알 권리 선택할 권리>를 보면, 우리는 이미 생명공학 식품을 소비하는 시대에 깊숙이 들어와 살고 있으면서도 그런 소비생활의 변화를 제대로 실감하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한국 GMO 승인 세계5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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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 소비시대>는 식품 소비생활에서 중요한 이슈이지만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별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생명공학 식품, 특히 GMO와 복제동물 식품에 관해 최근의 연구 동향과 시장 상황, 그리고 안정성 논란과 쟁점을 소비자의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연구개발 단계의 관심사인 유전자 변형 작물과 동물복제의 기술적인 내용과 연구개발의 흐름을 풀어쓰고, 소비자의 인식에 관한 여러 조사 결과와 생산과 소비의 최근 시장 동향을 정리하며,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생명공학 식품 논쟁의 갖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지은이는 발품과 손품을 팔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갖가지 관련 정보들을 꼼꼼하게 모았으며, 특히 잘 얘기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에 관해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자세하게 담았다. 한국에서 GM 식품은 얼마나 어떻게 소비되고 있을까? 책의 내용을 간추려 본다.




‘국내 소비자들은 아마도 1996년 무렵부터 GM 식품을 먹기 시작했을 것이며, 지금은 한국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GM 농산물 승인 건수가 많은 나라이며 GM 농산물 재배국을 빼면 그 순위는 세계 2위이다. 콩, 옥수수, 면화 등이 식용 또는 사료용으로 수입되는데, 식용 옥수수와 콩의 경우에는 GM 농산물이 대량으로 수입되고 있다. 이런 식용 GM 농산물은 주로 식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사료용 GM 농산물은 훨씬 더 많아, 사료용 옥수수의 거의 100%가 GM 옥수수이다. 이런 높은 수입률은 농산물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 어쩔 수 없이 농산물을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 겹쳐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GM 농산물 관리는 투명해야 하나 그렇지는 못하다. 2009년에는 수입된 GM 옥수수가 유통 과정에서 유출돼 야생에서 GM 옥수수가 자라고 있는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있었으나 관련 정보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국은 GM 농산물 수입국이었으나 재배국, 수출국이 되기 위한 연구개발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지난 2011년 12월 한국 정부도 경쟁력 높은 GM 종자를 개발해 반도체 같은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계획(종자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정보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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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농산물 소비시대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이거나 남의 나라 얘기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사실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알고 보면 이미 생명공학 식품을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에서는 관련 정보가 남의 일처럼 다뤄지고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2012년 8월 중국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황금미(비타민A 기능을 높였다는 GM 쌀의 한 품목)의 기능을 확인하는 생체 실험을 거쳐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안전성 판정이 나기도 전에 유례없이 인체 실험이 이뤄졌다는 사실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프랑스 연구진이 장기간의 동물실험 결과 GMO가 인체에 위험할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반박 역시 과학기술계에서  즉각 이뤄져 한동안 논란이 계속도리 전망이지만, GMO의 안전성을 판단할 때 지금보다 엄격한 실험 결과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 사건이었다. [...]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소식이 매스컴을 통해 잠깐 전해졌을 뿐 이내 묻혀 버렸다. 한국 소비자와 별로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8쪽)



국내 매체에서는 외신 보도로 다루는 건도 사실 따지고 보면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프랑스 연구진이 실험한 GMO 품목인 ‘엔케이603(NK603)’은 한국인이 지금 식용으로 소비하고 있는 품목이며, ‘황금미’를 비롯해 GM 쌀의 개발 연구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이뤄지며 연구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GMO를 해외의 논쟁 정도로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무심함을 보면서, 지은이는 국내에서도 GM 작물에 관한 진지한 관심과 논의가 일어나길 바라며 이 책을 썼을 것이다. 또한 책에서는 GMO에 관한 정보의 불균형을 줄여보려고 애쓰는 지은이의 뜻도 읽을 수 있다. 사실 그동안 GMO에 관해서는 주로 연구개발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관련 산업계가 제공하는 정보와 소식이 권위 있게 받아들여진 데 비해, 이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의 정보나 주장은 잘 다뤄지지 못했다. 연구비 부족 때문에 GMO에 관한 문제제기를 본격 검증하려는 연구는 진행하기 힘든 게 현실이어서, 연구 결과물도 GMO를 지지하는 쪽에서 대부분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니 GMO에 관한 동향과 논쟁을 충분히 파악하려면 잘 들리지 않는 정보들까지 모으고 주시하려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과학기자 출신의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정보의 균형을 위해 지구촌의 심각한 식량문제에 GM 작물이 기여하는 바를 강조하는 GMO 산업계와 연구자들의 자료뿐 아니라, 그동안 제기된 안전성 논쟁과 관련 사건들에 관한 자료도 한데 모았다. 한국에서 이뤄지는 GM 작물의 수입 승인 절차와 심사 과정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한국에서 수입되어 가공되는 식품의 현황, 사료용 작물의 사용 현황, 그리고 국내에서 한창 개발되고 있는 GMO의 현황에 대한 정보과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여러 우려와 문제제기도 함께 다뤘다. 일반 소비자들은 알 듯 모를 듯한 영문약자 GMO가 대체 유전자 안에서, 세포 안에서, 개체 안에서, 그리고 식품 안에서, 더 나아가 식량과 농업 체제에서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지 조금이나마 더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GMO에 대해서도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다.






산업, 연구자, 농부,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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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농산물 이야기는 이제 과학 뉴스보다는 경제 뉴스나 사회논쟁 뉴스에서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많은 경우에 기초연구를 넘어서서 실제 산업에 응용, 생산되는 제품이 되어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냐 어떤 유통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힐 것이냐 하는 실험실 너머의 이해관계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연구개발자한테서 나오는 뉴스 말고도 산업체에서, 농업생산자한테서, 소비자한테서 나오는 뉴스가 많아진다. 점점 비중이 커지는 GM 농산물은 과학기술의 이슈일 뿐이 아니라, 오히려 그보다는 여러 다른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치며 또한 다른 분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GM 작물의 성공이 단지 산업계와 연구소의 희망대로 이뤄지는 게 아님을 여러 사례에서 보여준다. 농업생산자한테 생산성과 소득 증대를 보장해주어야 하며, 안전성과 기능식품을 요구하는 소비자 기호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그러면서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는 시장전략이 통해야 한다. “한 종류의 GMO가 제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년이고, 비용은 1000만~1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34쪽). 최초로 상업 재배한 GM 토마토가 결국에 시장에서 실패한 것처럼 많은 GM 작물들이 여러 요인들에 의해 실패하기도 했다.   



GMO를 연구하는 연구자의 대부분은 GM 작물을 개발하는 분야에서 일한다. 비교적 충분한 연구비를 받으며 연구하는 GMO 연구개발자에 비하면 GMO의 위험 가능성을 따져보려는 연구자들한테는 상대적으로 연구비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GMO의 잠재적 위험에 관한 연구는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이 책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듯이, 게중에는 GM 농산물의 위험 가능성을 알리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파문을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최근인 지난해에는 프랑스 연구진이 암수 100마리씩 모두 200마리의 실험쥐를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 2년 동안 GM 콩(NK603)을 먹은 쥐와 그렇지 않은 쥐들의 건강 상태를 살폈더니 GM 콩을 먹은 쥐 집단에서 건강 위해성의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해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학계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실험 과정과 결과를 자세히 소개한 지은이는 책에서 “그동안의 많은 사례가 그랬듯 찬반 논란이 지속되면서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GMO의 안전성을 좀 더 명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장기적인 생체 실험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부도 GM 농산물의 중요한 이해관계자이다. GM 작물은 농업생산자한테 농업생산성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혜택을 안겨준다고 얘기되지만, 농업생산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 따라서 GM 농산물은 이익을 가져다 주기도 하지만 손해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는 점이 그동안 얘기돼 왔다. 지은이는 GM 작물은 제초제 사용이 줄고 병충해나 가뭄 피해가 줄어들면서 생산성 증가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종자산업의 독점에 대한 농부의 종속을 키워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익과 위험에 관한 견해는 소비 단계에서도 둘 다 상존한다. 소비가격이 떨어지고 건강증진 식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한테 이익을 제공한다는 견해와 여전히 건강 위험 가능성은 불확실하게 남아 있으며 환경 생태계의 교란 위험도 있다는 견해는 맞서고 있다 (이 책 119쪽, ‘표- GM 농산물에 대한 농업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과 위험’). 이 책이 GM 식품과 동물복제 식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과정을, 연구소에서 재배시험장, 그리고 제품생산 단계까지 자세하게 다루면서도 한편으로 농업생산자의 이해관계, 법정 소송의 논쟁, 소비자의 인식까지 다룬 것은, 이처럼 GM 작물과 복제동물 식품이 이제는 생명공학 기술 하나만으로 이해될 수 없는 다차원적인 산물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알고 선택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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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서 나와 이제 제품이 되어 식탁에 오른 생명공학. 연구소에서는 연구개발자의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했다면, 생명공학 소비시대에서는 소비자의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기초연구의 산물이 응용기술로 개발되어 생산과 유통에 이르는 단계가 되었다면, 이제는 소비자에 더욱 귀를 기울여야 한다. 책 제목처럼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를 존중한다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알 권리도 소비자한테 보장해야 한다. 




이 책이 얘기하듯이, GM 농산물의 역사와 여러 논쟁의 사례들을 되돌아보아도 GMO 찬반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궁극적인 단 하나의 결론’을 얻기는 사실 불가능하다. 대체로 이런 점은 GMO를 개발하는 여러 연구자들도 이해하는 바이며 GMO에 문제를 제기하는 환경과 소비자 분야의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이해하는 바이다(참조: 사이언스온의 GMO 특집). GM 농산물이 기대했던 이익과 혜택을 충분히 가져다줄 것인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며, GM 농산물이 종국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위험을 초래할 것인지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익과 위험이 둘 다 상존한다면 이익과 위험에 관한 연구활동은 될수록 함께 이뤄질 수 있어야 하고 이에 관한 정보는 될수록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소비자는 충분히 알고서 선택할 수 있다.




생명공학 식품의 영역은 앞으로도 넓어질 것이다. 농업생산성 증대를 강조하는 GM 작물에 이어 소비 취향과 건강 증진에 맞춘 기능성 작물이 개발되고 있으며, GM 식물에 이어 미국에서 개발되는 GM 연어도 조만간 식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전에 없던 새로운 GM 동물이 식품으로서 등장할 것이다. 복제동물은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식품으로서 유통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창 개발되고 있는 복제 소들이 우리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면서 생명공학 식품의 안전성 논란도 뒤따라 이어질 것이다. 쉽게 결론을 내리기 힘들 정도로 복잡하고도 전문적인 생명공학 논쟁이 ‘소비자를 위한 논쟁’이 되게 하려면, 이제 소비자의 ‘알고서 선택할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려는 노력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정보 공개와 투명성은 그런 권리의 필수 요소이다. 이 책에서 그런 목소리를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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