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여성의 육아휴직기간은 근무경력 제외?라는 법제처 결정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에서 관련되어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습니다. 
근무경력에 육아휴직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육아휴직 기간은 ~ 업무에 ‘전임’으로 종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결정에 대한 반박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노동하는 여성, 어머니의 ‘모성권’에 대한 처우의 현주소가 이렇습니다… 

[성명서]
 

법제처는 즉각 여성의 육아휴직기간을

근무경력 제외한 해석을 철회하라!

대한민국에서 일하는 여성과 어머니라는 두 가지 지위는 병행할 수 없는 것인가? 오늘 법제처의 어이없는 결정에 우리는 다시 한번 좌절한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도서관 1급 정사서가 되기 위한 심사 시 필요한 근무경력에 육아휴직 기간이 포함되는지 유권해석을 의뢰했고, 법제처는 내부논의를 거쳐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2급정사서에서 1급정사서로 자격이 바뀌는 것은 승진의 개념이 아니다”라며 “도서관법 시행령에는 ‘도서관 등 근무경력’으로 도서관 등에서 사서 또는 사서행정 업무를 전임으로 담당해 근무한 경력이라고 되어 있는데, 육아휴직 기간은 실제 이런 업무에 ‘전임’으로 종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법제처의 이번 결정은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이익을 정부가 나서서 정당화한 것에 다름 아니며 다음의 세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 여성의 일·생활균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법제처의 이번 결정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대한민국 여성에게 가정과 직장, 그리고 사회에서의 3중의 외면을 경험하라는 것과 같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산하 9개 고용평등상담실에는 출산과 육아휴직의 사용 및 복귀 후의 어려움에 관한 많은 상담이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에 접수된 모성권 관련 상담만 1,188건으로 전체 상담의 39.7%나 차지한다. 특히 육아휴직은 출산보다 더 강한 퇴사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크게 육아휴직은 퇴사 압박 · 기간 분할 사용 문의· 연차와 퇴직금 ! 계산 ·급여 책정· 휴직 후 복귀의 어려움으로 나뉜다. 어떤 사업장은 출산나 육아휴직대상자를 특별한 사유 없이 정리해고명단 1순위로 올리거나, 근무평점을 낮게 평가해 이를 근거로 해고를 통보하는 사례도 있었다. 육아휴직 때문에 급여 인상에서 제외시키거나, 또한 출산휴가 중에 근로자 몰래 퇴사 처리를 해버린 경우, 출산 사용한다니 연봉을 삭감하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에서 여성노동자들은 이토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할 국가기관, 그것도 법제처에서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한 불이익을 당연시 여기는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은 일하는 여성의 일·생활균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이다.

 

- 심각한 법리적 오류를 포함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의 목적은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이념에 따라 고용에서 남녀의 평등한 기회와 대우를 보장하고 모성보호와 여성고용을 촉진하여 남녀고용평등을 실현함과 아울러 근로자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함으로써 모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이라 적시하고 있다. 법제처는 “이번 해석은 도서관법 및 도서관법 시행령상의 자격제도인 ‘정사서’에 국한된 해석으로서 남녀고용평등법상 승진·보수 등에 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는 자격제도에서의 명백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결과적 차별을 초래한다.

남녀고용평등법의 제19조 4항에서는 육아휴직 기간을 근속기간에 포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속기간을 인정한다 함은 육아휴직을 사용한 노동자가 그 기간 동안 재직하고 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이다. 이 조항은 근무경력과 다르지 않다. 법제처는 이 지독한 꼼수를 통해 여성들을 두 번 울리고 있는 것이다. 또 법제처는 “이번 해석은 도서관 사서의 승진 규정을 담은 도서관법 시행령에 대한 판단이며, 남녀고용평등법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단서를 달았는데 남녀고용평등법 모법에 적시된 내용을 어떻게 시행령에서 위배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강력한 문제제기를 할 수 밖에 없다.

 

- 법제처의 결정이 미칠 엄청난 파급력에 대한 고려가 없다!

법제처 관계자는 “공무원과 직장인의 승진 문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해명을 했다. 그러나 법제처는 자신의 결정이 미칠 전 국가적 파급력에 대한 아무런 고려가 없다. 법제처는 모든 정책을 집행함에 있어 공공의 본보기가 왜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없는가? 생각의 기준은 확산되고 재생산되기 마련이다. 악용과 오용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가뜩이나 여성노동자들의 모성권에 대한 보호가 어려운 현실이다. 이 결정은 여성노동자들에게 이중삼중의 부메랑이 되어 날아갈 수도 있다. 법제처의 결정은 당장 도서관 1급 정사서 취득을 위한 자격요건에 육아휴직 사용 여성에 대한 불이익을 정당화하는 것이며, 나아가 육아휴직을 사용한 다른 공무원, 직장인의 승진에 방해요소로 작용할 심각한 우려가 있다.

 

따라서 법제처의 이번 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일하는 여성이 출산과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한 불이익이 사라질 때 우리 사회의 평등은 한 발짝 진보할 수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에 대한 불이익을 당연시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되짚어 보아야 한다.

 

2012. 1. 12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정문자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황영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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