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광우병/ 칼럼] 국가의 조폭인사 (우희종 | 서울대 교수)

[시론]국가의 조폭인사


 우희종 | 서울대 교수·수의면역학






2008년도 촛불시위를 유발시킨 미국과의 졸속 협상 주역인 민동석씨가 차관으로 지명됐다. 당시 그가 타결한 쇠고기 수입 조건은 미국의 이웃나라이자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어 있는 멕시코가 최근 맺은 협상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은, 국제적으로도 유례 없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타결한 수입조건을 ‘미국의 선물’이라고까지 말했고, 문제를 지적한 국민들을 모두 일개 방송의 선동에 휩쓸린 생각 없는 이들로 치부했다. 심지어 잘못된 협상을 보도한 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1심 무죄판결이 나오자 사법부마저 탄핵 소추하겠다며 비난했던 이다.

그는 그동안 피눈물을 흘렸다면서 “지금 와서 봐라. 미국 쇠고기 먹고 광우병 걸린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면서 “결국 광우병 파동이라는 것은 정치적 공격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이 말이야말로 그가 협상 대표로서 자신이 다루었던 쇠고기 문제에 얼마나 문외한이었으며, 사실을 왜곡시키고 있는지 말해준다.

식품을 통해 전파되는 법정전염병인 광우병은 사람에게 그 잠복기가 10년에서 50년도 된다. 그런데 만 3년도 안되어 인간광우병 환자가 없으니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강변하는 무지함엔 놀라게 된다. 더욱이 방역이나 검역에서 중요한 것은 현재 발병숫자라는 사실적 위험이 아니라 장차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잠재적 위험성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의 논리라면 국가의 많은 예방차원의 보건 정책은 모두 허위에 찬 것이 된다. 20년이 넘도록 국내 발생이 없는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여전히 실시하고 있는 이유를 그는 알지 못한다.

그의 차관 임명을 보면서 2년 전 정부가 주장했던 내용 중에 어디 하나 사실로 밝혀진 것이 있는가 되묻게 된다. 회원국 간의 통상 중 생길 수 있는 동물 질병 확산 방지를 위해 만들어진 OIE가 다양한 회원국에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제시한 최소한의 권고사항을 마치 질병 확산 방지에 충분한 기준처럼 국민을 속였다. 그 결과 당시 정부 주장과는 달리 한국의 수입조건보다 훨씬 엄격한 수입조건을 유지하며 OIE의 취지에 부합하고 있는 우리 주변국은 어느 한 나라도 WTO에 피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미국 선물이라면서 과학마저 왜곡하며 미국에 수입 확대를 한 한국은 캐나다로부터 WTO에 제소당했다.

민동석씨가 체결한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이 없었다면 WTO 피소가 없었을 것이다. 그나마 촛불시위 덕분에 한시적으로 30개월 미만의 미국 쇠고기가 수입되는 현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그는 여전히 책임져야할 당사자이며, 국민에게 새삼 사과하고 감사해야 할 당사자이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상황이 정부 주장의 잘못을 밝혀주고 있음에도 책임은커녕 오히려 뻔뻔스럽게 당시 국민의 요구를 잘못된 것으로 왜곡하고 졸속 협상의 주역을 소신을 지켰다는 명분으로 차관에 임명했다.

국가에 피해를 준 이의 잘못된 소신을 단지 소신이라는 명분으로 배려해서 기용한다면 현 정권의 행정부 인사는 의리를 주장하는 조폭 수준의 인사에 불과하다.

잘못된 말로 국민을 속인 사람이나 국민에게 사과하는 행위로 국민을 속인 사람이나 어찌 이리 위아래가 똑같은지 유유상종 아닌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촛불시위 2년이 훨씬 지났다. 많은 정부 주장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공무원과 지식인,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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