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자료

[논평]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 발의를 환영한다/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10문10답

[논평]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 발의를 환영한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이 발의(진선미의원 대표발의, 발의 김광진, 김재연, 김제남, 박원석, 배재정, 은수미, 이상규, 장하나, 정진후 의원)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번 입법 발의는 심각한 인권침해 논란이 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의 실질적인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 수많은 시민들도 이미 한목소리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남인순 의원의 군형법 일부법률개정안과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요구하는 5,687명의 입법청원서가 이미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황이므로 국회가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논쟁의 종지부를 찍을 때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추행’은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동성 간 성적 접촉을 의미한다.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반인권, 차별법으로 손꼽혀왔다. 또한 사회적 편견에 기대 동성애에 대한 혐오를 유지・강화하고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률로 평가받아왔다. 이미 폐지되었어야 할 법률이 유지되어온 현실은 반인권적이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면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을 처벌하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왜곡이다. 군형법(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 등 다른 법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민사회의 목소리와 UN국가별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 국가인권위원회의 폐지 권고 역시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면 군대 내 동성애가 허용되고 성적 문란으로 군 기강이 흔들린다는 비합리적인 주장 앞에 무시되어 왔다. 문제는 폭력적이지도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은 동성 간 성행위를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이고, 실증적 근거 없이 폐지를 반대하는 억지주장에 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법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성소수자 개인에게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이 계속 유지된다면 군대 내 차별상황과 인권침해적 환경이 개선되기는커녕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 법률은 성소수자 전체에게 낙인을 가하고 차별과 혐오에 정당성을 부여해 우리 사회의 인권과 평등, 조화와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한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신장하는 출발이다. 이번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 입법 발의를 통해 군대 내 성소수자 인권을 고려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군형법 개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 국회가 적극 나서서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군 특수성을 핑계 삼아서는 안 된다.

2014년 3월 17일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동성애자인권연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한국성폭력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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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10문10답

1. 군형법 제92조의6의 내용은 무엇이고 왜 폐지되어야 하는가.

군형법 제92조의6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처벌하고 있는 조항이다. ‘추행’이라는 표현 때문에 많은 혼란을 주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폭행이나 협박 등 강제력의 행사 없이 행위자 상호 간의 합의에 의한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유일한 조항이다(민간인의 동성 간 성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조항은 동성애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 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기에 반드시 폐지하여야 한다. 그동안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UN 국가별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 등 국제사회에서도 꾸준히 폐지권고를 받아왔다.

 

2.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자는 말은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을 처벌하지 말자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군대 내 성폭력은 군형법(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형법과 성폭력특별법에 의해서도 처벌할 수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합의에 의한 강제성과 공연성(불특정 또는 다수의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이 없는 성적 접촉을 처벌하는 법조항이다.

3. 군대라는 환경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적 행위 역시 형사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기본적인 인권으로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며, 군대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 또한, 개인 간의 성적 행위가 군대라는 환경상 어느 정도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 제한이 반드시 형사처벌일 필요는 없다. 예컨대, 군대 내에서의 성적 행위가 문제되는 것은 남성 간 성행위뿐만 아니라, 이성 간, 여성 간 성행위도 동일한데, 현재 군대 내 이성 간 합의하의 성행위 중 군기강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군인사법상의 징계처분이나 전역조치 등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여성 간의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즉 군형법 제92조의6은 징계처분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행위를 형사처벌로 규제하고 있어 과잉입법이며, 동성 간 성행위를 이성 간 행위와는 달리 대우하고 있기 때문에 차별적인 법 규정이다.

4. 그렇더라도 남성 간에는 성적 교섭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군형법 제92조의6이 필요하지 않나.

외국의 사례나 연구를 보더라도 동성 간 성행위를 형사처벌하는 조항을 없앨 경우 그 행위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인식은 편견일 뿐이며, 아무런 실증적 근거가 없다. 이 조항이 없더라도 동성 간 성폭력은 여전히 형사처벌을 할 수 있으며, 그 외의 문제적 행위들은 징계로 규제할 수 있다. 또한, 군형법 제92조의6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남성은 성욕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잘못된 통념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통념은 잘못된 것으로서 오히려 남성이 타인의 성에 폭력을 행사하고 성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

 

5. 합의하의 비강제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동성 군인 간의 성적 행위는 군 기강과 군 전투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가.

실질적으로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를 살펴보면, 합의하의 동성 간 성행위로 인해 부대 업무에 차질이 생겼거나 명령 체계에 문제가 생겼거나 부대의 기강이 약화되고 전투력 보존의 위해가 발생하였는지의 여부는 판단하지 않는다. 오로지 동성 간 성행위 자체만을 문제 삼아 동성 간 성행위 자체에 대해 비난과 혐오만이 표출된다. 폭력적이지 않고 일방적이지도 않은 동성 간 성행위를 ‘비정상’이라고 바라보는 차별적인 관점이 문제이다. 예컨대, 엄격한 군 기강이 요구되는 파병부대의 사무실에서 이성군인간의 성행위가 있었던 사례에서는 군 기강이 크게 침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만으로 그쳤다. 반면, 원래부터 아는 사이인 서로 다른 부대의 두 병사가 휴가 중 집에서 성행위를 한 사례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6. 이미 헌법재판소는 2002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하지 않았나.

합헌 결정이 있었다고 이 조항이 항상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헌재는 위헌성을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에는 위헌의견이 2명, 2011년에는 위헌의견이 4명(한정위헌 의견 포함) 있었다.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을 하였더라도 소수의견인 위헌의견을 존중하여 입법적으로 법을 개정한 사례도 있다. 합헌 결정은 ‘위헌이 아니다’라는 의미만 있을 뿐, 해당 법내용이 정당하거나 최선의 내용이라는 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합헌결정에도 불구하고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7. 2013년 개정으로 ‘계간’이라는 차별적인 용어가 ‘항문성교’로 바뀌어 문제가 해결된 것 아닌가.

‘계간’이라는 용어 자체가 비하적이고 차별적인 의미를 담고 있어 문제가 있었지만, 이를 ‘항문성교’라는 용어로 바뀌었다고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본질적인 내용이 바뀐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남성간의 성행위를 비하하는 말이었던 ‘계간’이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상관없이 적용되는 ‘항문성교’라는 용어로 대체됨으로써 조항의 적용대상이 더 모호해졌다(즉, 이성간의 항문성교도 처벌대상이 되는지가 불분명하다). ‘항문성교’라는 용어를 쓰더라도 합의한 성관계를 처벌하는 이상, 개정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폐지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

 

8. 미국도 통일군사법전(The Uniform Code of Military Justice, UCMJ)에서 군인의 항문성교를 처벌하고 있지 않나.

아니다. 이 조항은 폐지되었다. 이미 2003년 미국연방대법원이 로렌스 대 텍사스 사건에서 이른바 ‘소도미법’이 위헌이라고 선고한 이후, UCMJ상의 소도미조항 제125조는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해서는 적용이 실질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다. UCMJ 제125조는 군인에 대하여 수간 등 비자연적인 성적 교섭을 금지하는 조항으로, 2013년 통과된 국방수권법(NDAA)에서는 UCMJ 제125조 중 합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금지하는 내용을 삭제했다. 오히려 미군은 ‘성정체성을 묻지도 말하지도 말라’라는 “Don’t Ask, Don’t Tell” 정책을 폐지하고 군인 동성(결혼)커플에게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등 성소수자 인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9. 우리나라에서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가 시기상조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인권증진을 위해 조속히 추진해야 할 과제이다. 이미 2002년 헌법재판소 결정(2001헌바70)에서 2인의 재판관이 군형법 제92조의6 위헌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또한 2008년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직권 제청하고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위헌의견을 냈으며, 201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3인의 재판관이 “강제에 의한 행위와 합의에 의한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함으로써 가벌성이 현저히 다른 행위를 대등하게 처벌하게 하고, 자기책임주의원칙에 반하고,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과 재판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초래한다”고 위헌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12년 UN 국가별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에서도 이 조항의 폐지를 권고했다. 현재도 이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 등으로 거의 실질적인 처벌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10. 군형법 제92조의6이 폐지되면 군대 내 동성애자를 허용하고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가 만연해 에이즈 감염이 퍼지는 것은 아닌가.

지나치게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현재 군인사법 등 관련 법령상 동성애자의 군복무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은 없고 오히려 국방부 훈령인 「부대관리훈령」 에서는 동성애자 병사의 인권을 보호하고 다른 병사들과 마찬가지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군형법 제92조의 6 폐지는 동성애자 군복무 허용과 무관하다. 이 조항이 폐지되면 군대에서 성적으로 문란한 행위가 만연해 에이즈 감염이 퍼질 것이라는 주장 역시 잘못된 것이다.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무시하면서 동성애가 성적 문란이라는 편견을 깊숙이 심어주고 있다. 오히려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문화 속에서 동성애자 병사들은 자신의 존재를 숨겨야 하고 합의에 의하더라도 성적 접촉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 에이즈 감염이 퍼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질병에 대한 기초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나올 수 없는 주장이다. HIV/AIDS는 충분히 예방 가능한 질병이고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걸리는 질병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성적 문란과 에이즈 공포를 연결시켜 사람들로 하여금 군형법 제92조의6 존치의 비합리적 근거로 삼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 이러한 차별과 편견에 기반한 비합리적인 혐오와 공포를 넘어서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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