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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돼지 독감 유행의 정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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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4일, Margaret Chan WHO 사무총장은 돼지독감(신종플루) 대유행 2차 파고(swine flu pandemic’s second wave)를 경고했다. 국내에서도 9월 2일 4번째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대중들의 공포가 점점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규명된 사실은 이번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원인이 ‘Swine Influenza H1N1 virus’라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돼지의 바이러스가 어떤 경로를 통해 종간장벽을 뛰어 넘어 인체에 전염된 후 인간 대 인간(person-to-person) 전염능력을 획득하여 대유행(pandemic)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확실히 규명하지 못한 상황이다.
2009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전염병의 의학·수의학적 배경뿐만 아니라 정치경제학적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2009년 돼지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 대유행의 원인과 명명법을 둘러싼 암투, 그리고 이러한 암투의 정치경제학적 배경 및 그 대응에 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명칭을 둘러싼 암투 : 돼지독감 → 멕시코독감 → 신종플루

 
2009년 돼지독감 대유행 바이러스의 기원은 아직도 미궁 속에 빠져 있는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불완전하나마 재구성을 해보면 다음과 같다.
Swine Influenza Virus (H1N1)는 최소한 1998년 이후부터 10년 이상 북미대륙의 돼지농장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다가 2009년 2월 멕시코의 베라크루스주 라글로리아 지역에서 집단적인 감기 및 발열 증상이 발생했다. 멕시코 보건당국은 3월 23일 라글로리아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으며, 4월 13일 38세 멕시코인이 처음으로 사망했다.
3월 15일~4월 19일 멕시코시티에서 산발적인 감염자가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간 대 인간 전염능력을 유지하게 되었다. 4월 5일~29일 때마침 부활절 연휴 기간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휴가에서 돌아온 이후 감염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최근 북미지역의 돼지 인플루엔자 초기 감염에 관한 통계역학 연구결과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모든 사람은 기침이나 고열, 그 밖의 다른  증상이 나타나기 전 3일 동안 다른 1.5명의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이번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1957년 독감이나 1968년 독감, 또는 2003년  사스(Sudden Acute Respiratory Syndrome) 만큼이나 전염속도가 빠르다고 볼 수 있다.
비슷한 시기 미국에서도 돼지독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3월 28일~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고 지역에서 10세 소년과 9세 소녀가 심한 기침과 고열 증상을 보였다.
따라서 멕시코와 미국 중 어디에서 먼저 돼지독감 환자가 발생했는지 논란이 될 수 있으며, 미국 정부와 멕시코 정부 사이에 최초 발생지를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 CDC가 Swine Influenza Virus (H1N1) 환자를 공식 확인한 것은 지난 4월 15일이다. 당연히 바이러스 명칭도 돼지 인플루엔자(Swine Influenza)라고 불렀으며, 언론들은 이를 줄여서 돼지독감(Swine Flu)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미국 축산업계와 농무부 등이 경제적 이유 때문에 명칭의 변경을 요구했다.
축산업계와 미 농무부 등의 이해를 대변한 국제수역사무국(OIE)도 4월 28일 “A형(고병원성) H1N1 혈청형 돼지독감의 인간발병에 대해 식품을 통한 바이러스의 전염 사례가 없으며, 동물로부터 바이러스의 검출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돼지독감(swine influenza)로 부르지 말아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OIE의 이러한 발 빠른 대응은 역사적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이 유행할 때도 미군 병사들의 발병원인이 돼지 농장으로 지목되자 양돈업자들이 국제수역사무국(OIE) 성명서 내용과 유사한 주장을 한 바 있다.
한국정부 내에서도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Swine Influenza(SI)라 명명했고, 농식품부는 Mexico Flu(MI)라고 명칭을 바꾸기도 했다.
미국 정부, OIE, 세계식량기구(FAO) 등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WHO는 4월 30일 Swine Influenza라는 명칭을 Influenza A(H1N1)로 바꿨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신종 플루’라고 명칭을 바꾸고 혼선을 빚었던 정부 부처 간 이견을 해소했다. 사실 ‘신종 플루’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정부는 1997년 이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조류독감(Avian influenza A H5N1) 유행으로 사람 간 전파능력 획득도 시간문제라고 예측하고 대유행에 대비하여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 대응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WHO가 정치적 결정을 통해 명칭을 바꾼 바로 그 시점에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을 통해 돼지 독감(Swine influenza) 바이러스임을 확인하였다. 과학잡지 《사이언스》의 홈페이지에는 이러한 상황을 “돼지독감의 명명법이 돼지독감 그 자체보다도 더 빨리 진화했다”고 조롱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현재 WHO와 각국 정부가 공식 채택하고 있는 ‘신종플루’ 또는 ‘Influenza A(H1N1)’는 돼지의 호흡기 상피세포에 사람, 돼지, 조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돼지를 바이러스의 혼합 도가니(mixing vessel)라고 부르고 있으며,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돼지는 3개월 간 무증상 상태에서 carrier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조류는 3~4주 동안 분변에서 바이러스를 배설하고, 혈액이나 비장, 신장, 내장 등에서 바이러스가 분리되며, 표층수를 통한 분변-구강 감염 경로를 통해 전염이 된다. 다행이 돼지는 호흡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다른 장기나 기관에서 바이러스가 분리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돼지가 혼합 도가니의 역할을 함으로써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인체 혹은 조류에서 적응(adaptation)하는 능력을 충분히 획득한다면 강력한 병원성을 지닌 돌연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다. 이 돌연변이 바이러스는 종간장벽을 뛰어넘어 수많은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대유행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존재한다.
3중 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는 1998~2009년 사이에 종간 장벽을 뛰어넘어 사람에게 산발적으로 전염되었는데, 감염자들은 모두 돼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3중 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의 인체 전염이 처음 보고된 것은 2005년 위스콘신 주의 도축장에서 돼지에게 노출된 17세 소년이었다. ‘Swine influenza A/Wisconsin/87/2005 (H1N1)’로 명명된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년은 두통, 설사, 허리 통증, 기침 등의 증상을 보였으나 열은 높지 않았다. 그는 11월 11일 불활성 독감 예방주사를 비강으로 접종받았으나 12월 7일 독감 증상이 나타났고, 12월 8일 신속검사키트를 이용하여 인플루엔자 A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후 2005년~2009년 동안 3중 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11건 보고되었으며, 이 환자들은 모두 돼지에 노출된 적이 있었다. 이렇듯 역사적 관점에서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의 진화 과정을 고찰해 보았을 때, 2009년 돼지 독감 바이러스는 돼지에게서 인간에게 전염된 것이다.
돼지농장의 노동자들, 돼지 도축장의 노동자들, 농장주들과 그 가족들뿐만 아니라 돼지의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수의사들도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전염원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5월, 아이오와대학 연구팀은 수의사들이 동물로부터 바이러스나 세균에 감염된 후 동물 병원체를 인체로 옮겨지는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수의사협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WHO, OIE, FAO 등 국제기구들과 축산업계 및 각국 정부들은 의도적인지 비의도적인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2009년 돼지 독감 대유행의 원인으로서 돼지를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양돈 산업의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돼지 농장의 역학조사가 광범위하게 실시되지 못했으며, 질병의 명칭까지도 돼지독감에서 신종플루라고 바꿔서 부르게 되었다.
지난 6월, 멕시코의 Gerardo Nava 교수팀은 2009 대유행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단백질의 혈청분석(Protein homology analysis)과 계통발생적 분석(Phylogenetic analysis) 등의 분석을 통하여 이 바이러스의 기원이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임을 밝혀냈다. 연구를 주도한 멕시코의 Gerardo Nava 교수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결과는 북미의 양돈이 이번 바이러스를 발생시키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2009 대유행 돼지 독감 바이러스는 지난 20년 동안 북미대륙에서 돌연변이를 거듭하면서 진화해왔다. 특히 미국, 캐나다, 멕시코의 공장형 돼지농장에서 지속적으로 돌연변이를 거듭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돈업계에서는 돼지들에서 병원성이 약하거나 불현성 감염이 일어나는 등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감시 및 방역활동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측면이 있다. 그 사이 돼지 독감 바이러스는 공장형 돼지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농장주, 수의사, 도축장 노동자들과의 접촉을 통하여 인체에 전염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했으며, 그 가족들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역학조사 등 과학적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어떻게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인간 대 인간 전염능력을 획득하여 지역사회에 전염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스미스필드, 타이슨푸드, 카길, 스위프트 등 초국적 거대 축산기업의 돼지농장에 대한 역학조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2. 2009 돼지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원인

 
멕시코와 미국에서 발생하여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간 독감의 원인체가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되었다. 그런데 과학자들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존재한다.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같은 의학저널을 보더라도 사람, 돼지, 조류의 3중 조합 바이러스(triple-reassortant swine influenza A (H1) viruses)임을 강조하는 입장이 있으며, 최근 사람 사이의 전염이 되고 있는 신종 바이러스(Novel Swine-Origin Influenza A (H1N1) Virus ; S-OIV)임을 강조하는 입장도 있었다. 3중 조합을 강조하는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이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대유행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으로 해석할 수 있고, S-OIV를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대유행에 더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여러 대륙에서 광범위한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남에 따라 WHO가 대유행 6단계를 발표함으로써 원인에 대한 과학적 논쟁은 뒤로 미루어진 상태다. 현재는 항바이러스제 투여를 통한 치료대책이나 백신을 이용한 예방대책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치료약 다량 비축을 위한 강제실시 가능 여부 논쟁, 거점병원 지정 및 격리병동 마련 등 진료체계 구축, 백신 우선 접종대상자 선정 등의 현안에 대처하기 바쁜 상황이다.

 
1) 미 CDC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 결과

 
지난 4월 30일 미 콜럼비아대학의 Raul Rabadan 박사팀은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킨 최근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의 기원”이라는 긴급 분석결과를 《Eurosurveillance》에 발표했다.
미국 CDC가 의뢰한 연구를 수행한 라마단 박사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에 문제가 된 바이러스는 모든 유전자 조각들이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밀접한 유사성을 포함하고 있다. 8개의 유전자 조각 가운데 6개는 북미지역에서 발생했던 돼지독감으로부터 유래한 것이고, 나머지 2개(NA and M)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발원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였다.
북미 지역에서 발생했던 돼지독감으로부터 유래한 6개의 유전적 조각은 1998년 이후 북미지역에서 분리된 H1N2형과  H3N2형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관련이 있으며, 특히 1998년에 분리된 swine H3N2는 조류와 돼지와 인간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3중 조합으로 확인되었다.
미 CDC에서 real-time RT-PCR assays를 통해 진단한 642명의 환자 샘플을 제공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A/California/04/2009 환자의 샘플은 북미지역에서 유행하였던 삼중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6개 유전자 조각(PB2, PB1, PA, HA, NP, and NS)이 유사하며, 유라시아 유래의 2개 유전자(NA,M)도 유사함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그동안 북미지역에서 유행했던 삼중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HA, NP, NA, M, NS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PB2와 PA는 북미의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래였으며,  PB1은 인간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유래였다. 이번에 확인된 H1N1 S-OIV와는 유전적 구성에서 차이가 있으며, 예전에 확인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유라시아 유래의 유전자는 A/swine/Belgium/1/83 H1N1와 유사하지만 이번 삼중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북미 돼지 유래의 NA를 가지고 있는 점이 특이했다. NA의 아미노산을 비교해 보았을 때 북미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라시아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77개의 차이가 존재한다. 환자 1과 2의 가검물로부터 분리된 바이러스는 2개의 nucleotides와 1개의 아미노산의 차이가 확인되었다.
또한 M gene of A/California/04/2009도 유라시아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유사성이 확인되었다.
1998년 북미대륙에서 확인된 H1N1 subtype은 classical SIV X triple reassortant로 밝혀졌다. 당시 학자들은 돌연변이가 일어난 바이러스가 언젠가는 다시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인간에게 분리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 subtype은 1976년 뉴저지, 1979년 텍사스, 1980년 텍사스, 1982년 네바다, 1988년 위스콘신, 1991년 메릴랜드, 1995년 미네소타, 1997년 위스콘신에서 임상발병 사례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2) 신종 돼지-기원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조사팀의 연구 결과

 
신종 돼지-기원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조사팀은 5월 7일자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이번에 문제가 된 바이러스를 ‘인간, 돼지, 조류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유전자를 포함하고 있는 삼중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Triple-reassortant swine influenza viruses, which contain genes from human, swine, and avian influenza A viruses)라고 밝히면서, 이번 독감바이러스를 ’돼지 유래 인플루엔자 A(H1N1) 바이러스(swine-origin influenza A (H1N1) virus (S-OIV))라고 명명했다.
 

3) 영국 국립의학연구소의 연구 결과

 
WHO의 협력실험실인 영국의 국립의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는 이번 바이러스는 북미와 유라시아 지역에서 유래한 돼지 인플루엔자 A(H1N1)과 관련이 있으며, 6개의 유전자는 북미의 3중 조합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triple reassortant” swine viruses)와 유사하고, 2개의 유전자는 유라시아 돼지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밝혔다.
영국 국립의학연구소 책임자인 Alan Hay박사는 미국 CDC의 바이러스 유전자 분석결과를 전하면서 “swine-like human influenza A H1N1″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4) 돌연변이 및 내성 감시 : 2차 대유행 가능성을 주시해야

 
현재까지 미국, 캐나다, 덴마크, 홍콩, 일본 등에서 타미플루 내성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 지난 8월 21일에는 칠레에서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종간장벽을 뛰어넘어 조류에게 전염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칠레의 보건당국은 산티아고 북서쪽 140Km 지점에 있는 항구도시 발파라이소(Valparaiso) 외곽에 있는 2곳의 칠면조 농장에서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칠면조를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정 진단하였다.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칠면조들은 가벼운 임상증상만을 보였으며, 아직까지는 야생 조류에 바이러스가 전염되었다거나 치명적인 돌연변이가 발생했다는 징후는 없다.
미국 CDC의 항바이러스제 내성검사 결과를 보더라도 아직까지 타미플루 내성 바이러스가 널리 퍼졌다고 보기 힘들다. 미 CDC는 2008년 10월부터 최근까지 계절성 인플루엔자 A (H1N1) 바이러스 1,148건, 안풀루엔자 A (H3N2) 바이러스 253건, 인플루엔자 B 바이러스 651건, 2009 돼지독감 A(H1N1) 바이러스 1,022건에 대해 타미플루 및 릴렌자 내성검사를 실시했다.

계절성 독감 A (H1N1) 바이러스는 검사 샘플의 99.6%에서 타미플루 내성을 보였으며,  2009 돼지독감 A(H1N1) 바이러스의 타미플루 내성률은 0.6%로 나타났다. 반면 릴렌자는 아직까지 내성 바이러스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편 프랑스 연구팀은 최근《Eurosurveillance》에 「2009 H1N1 인플루엔자 관련 사망 사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7월 16일까지 28개국 돼지 독감 바이러스 사망자 574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보고된 사례 당 사망자수(치명율)는 0.6%이며, 사망자가 발생한 국가별 치명율은 0.1%~ 5.1%였다. 성별 사망자 수는 남성 257명, 여성 246명으로 거의 비슷했는데, 남성이 약간 높았다. 20~49세 젊은 층에서 사망자의 51%가 발생했으며, 60세 이상 사망자는 12%로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망자의 50% 이상은 다른 질병에 걸린 상태였으며, 임산부, 대사성 질환자, 비만한 사람 등이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까지의 과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2009년 돼지독감은 20세기에 세 차례 발생한 인플루엔자 대유행보다 치명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918~19년 인플루엔자 대유행 당시 치명율은 2~3%로 아주 높았으며, 건강한 젊은 성인층의 희생자가 많았다.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의 경우는 2009 돼지독감 바이러스보다 치명율은 낮거나 비슷하다. 그러나 계절성 독감으로 인해 매년 300만~500만 명이 고열, 인후통, 폐렴 등의 심한 임상증상으로 진행되는 등 이환율이 아주 높고,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25만~5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
한편 2008년 한국의 총 사망자 수는 24만6천113명이었는데, 이를 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인 조사망률로 환산하면 498.2명이다. 총 사망자 중 70.4%는 악성신생물(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 고의적 자해(자살), 당뇨병, 만성하기도 질환, 운수 사고, 간 질환, 폐렴, 고혈압성 질환으로 사망했다. 이 중 폐렴은 9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망원인으로 조사망률은 11.1명이었다. 2008년 폐렴 사망자는 5434명으로 2005년 4186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매년 6만여 명이 폐렴으로 사망하고 있다.
미 CDC 및 하버드-매사추세츠대 공동 연구팀이 지난 7월 《사이언스》에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의 표면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인간의 호흡기 상피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는 능력이 별로 뛰어나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페릿과 생쥐를 이용하여 실험한 결과,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폐와 위에 감염이 일어났다. 반면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는 폐에만 감염이 일어났다. 따라서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인체 전염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전파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다만 연구팀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돌연변이가 빠른데다 이번 바이러스는 위장 내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는 특성이 있어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를 늦추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메릴랜드대 연구팀도 미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가능성에 대한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페릿을 실험동물로 이용하여 돼지독감 바이러스와 계절성 독감 바이러스를 동시에 감염시킨 실험을 실시한 결과, 두 바이러스의 strains이 서로 원활하게 조합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실험결과도 이번 겨울에 돌연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현재까지 나타난 2009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그 위험성이 약간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돼지독감 백신 생산에 지나치게 치중하다 계절성 독감 백신 생산량이 줄어들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009 돼지독감 대유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결과를 명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사전 예방의 원칙에 따라서 돌연변이에 의한 2차 대유행 가능성에 대비하여 백신과 치료제를 확보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3. 돼지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정치경제학

 
1) 공장식 축산과 북미자유무역협정 독감(NAFTA Flu)

 
돼지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부터 독감사태의 진정한 배후는 신자유주의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지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로버트 윌리스는 4월 29일 독립언론 《지금 민주주의를》과 대담에서 이번 돼지독감 바이러스 유행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인플루엔자”로 명명했다. 그는 소농이 몰락하고 기업형(공장형) 축산으로 집중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서구화와 대형화를 통한 신자유주의 농업방식으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전염병도 세계화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금류와 양돈이 크게 변화했다. 축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미국의 남동쪽 몇 개 주에 축산도시가 생겨났다. 축사의 규모는 더욱 대형화되어 한꺼번에 3만 마리까지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공장식 축산업은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미국 주도 신자유주의 정책의 힘을 빌려 3세계로 전파되었으며, 인플루엔자의 돌연변이와 전염마저도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윌리스 교수는 미국이 주도한 IMF와 세계은행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구조조정 정책이 농축산업 분야를 포함한 제3세계의 시장과 투자를 개방하는 데로 유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난한 국가의 농축산업은 다국적 거대기업의 먹잇감이 돼 값싼 노동력이나 땅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타이슨 푸드는 닭고기 부문 매출 1위, 쇠고기 부문 매출 1위, 돼지고기 부문 매출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 최대의 육류업체이다. 카길과 스위프트는 쇠고기 부문의 2위와 3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서 미국 제4위의 육류가공업체가 스미스필드 푸드이다.

 

현재 미국의 돼지고기 시장은 상위 5개 업체가 7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2006년 기준으로 스미스필드는 26.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타이슨 푸드가 17.4%, 스위프트가 10.9%, 카길이 8.7%, 호멜이 8.4%를 점유하고 있다.
1년 매출이 11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양돈산업 1위 업체인 스미스필드는 미국 26개 주와 전 세계 9개국에 작업장을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57,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또한 스미스필드는 매년 1400만 두의 돼지를 직접 사육하고 있으며, 연간 2700만 두의 돼지를 도축하고 있다. 1년 동안 스미스필드가 생산하는 돼지고기는 무려 59억 파운드에 이른다. 또한 50개 이상 브랜드의 돼지고기 및 칠면조 고기 제품과 200개 이상의 고급 음식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최초로 독감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베라크루스 주의 라 글로리아(La Gloria) 마을 근처에도 세계 최대의 다국적 양돈기업인 스미스필드의 돼지농장이 자리 잡고 있다. 스미스필드는 지난 2000년 돼지 분뇨를 농장 근처의 강에 불법으로 배출한 사실이 적발돼 미 대법원에서 1260만$의 벌금을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라 글로리아 주민들은 “돼지농장에서 나오는 배설물과 파리 떼가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톰 필포트가 지난 4월 28일 “돼지독감 발생이 스미스 필드의 공장식 양돈농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글을 발표함으로써 널리 알려졌다.

공장식 양돈농장은 ‘과학축산’이라는 허울을 쓰고 좀 더 빨리 살을 찌우거나 더 많은 새끼 돼지를 생산하여 이윤 극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악명 높다. 공장형 양돈농장에서 돼지의 평균 수명은 160~180일에 불과하다. 공장식 양돈농장에서 돼지는 가장 육질이 좋은 110kg으로 5~6개월 동안 비육하여 도축되며, 어미 돼지는 6~7차례 출산 후 번식 능력이 퇴화되는 3~4년에 도축이 된다. 현대 공장형 양돈업은 그 이상 돼지를 기르는 것은 사료비, 약값, 난방비,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 경제적인 낭비로 간주한다.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좁은 공간에 돼지를 밀집 사육하며, 감옥의 독방이나 다름없는 스톨(stall)에 가두어 놓는다. 특히 새끼에게 젖을 먹이는 어미돼지는 엎드린 자세에서 일어나 앉는 정도의 움직임만 가능하며, 사지를 쭉 펴고 눕거나 그 자리에 서서 한 바퀴 도는 정도의 기본적인 움직임조차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어미 돼지의 유방을 보호하고 새끼 돼지들 사이의 싸움으로 부상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송곳니를 자르며, 갇혀서 사육당하는 스트레스로 인한 공격성의 표출로 꼬리를 물어뜯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꼬리를 자른다.
그리고 공장식 양돈농장은 밀집사육으로 인한 질병예방을 목적으로 다량의 항생제를 사료에 섞어서 먹이거나 질병치료를 목적으로 항생제를 빈번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항생제 오남용 및 내성균 문제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고 있다. 게다가 공장식 양돈농장의 분뇨 문제는 심각한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돼지 5만두를 사육하는 농장에서 하루 배출되는 분뇨양은 무려 227톤에 이른다. 양돈농장은 저절로 코를 막게 만드는 지독한 냄새, 구역질나는 구더기와 파리들, 농장주변의 하천, 우물, 바다, 토지를 오염시킴으로써 초래되는 엄청난 환경재앙 등으로 사회적 지탄을 받아 왔다.
올 2월 독감 유행 당시 스미스필드 양돈농장 인근의 라 글로리아 마을 주민 1800명 중 60% 가량이 독감에 감염되었으며, 3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스미스필드나 베라크루스 주 당국은 그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 5월 4일 돼지독감에 감염된 미국 내 거주 미국인 가운데 최초로 사망한  Judy Dominguez Trunnell의 남편인 Steven Trunnell은 텍사스주 정부에 미국 버지니아에서 본사를 둔 세계 최대의 다국적 양돈기업인 스미스필드 푸즈를 조사해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했다. 그의 부인은 33세로 특수학교 교사였다. 그녀는 임신 8개월에 돼지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했다. 스티븐 트루넬씨는 스미스필드 농장에서 최초로 돼지 인플루엔자 감염증이 발병했으며, 이 양돈농장의 ‘끔찍하게 비위생적인’ 조건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발병의 원인이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례는 사법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스티븐 트루넬씨의 이번 법적 조치가 텍사스 주 정부당국에 의해 받아들여진다면 비의도적이고 부주의한 전염병 창출에 대해 기업의 책임을 따져 묻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다.

 
2) 치료제와 백신 : 누가 얼마나 이윤을 가져가나?

 
2009년 돼지독감 대유행의 최대 수혜자는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릴렌자)와 백신을 생산하는 거대 제약회사와 WHO라고 할 수 있다. 제약회사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냈으며, WHO는 국제기구로서 자신의 존재감과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과학계는 1990년 초까지 인플루엔자 대유행과 관련된 연구를 거의 하지 않았으나, 1992년부터 특허와 관련 연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길리어드가 타미플루의 원료인 오셀타미비르(Oseltamivir)의 특허를 신청한 것은 1996년이다. 오셀타미바르는 중국의 토착 향료식물인 ‘스타아니스(staranise)’란 나무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개발되었다. 길리어드는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 로슈에 특허사용권을 판매했으며, 로슈는 판매액의 14~22%를 길리어드에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럼스펠드(Rumsfeld)는 1988년부터 길리어드 이사로 재직했으며, 1997년부터는 길리어드의 회장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되었다. 2001년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맡은 후 길리어드 회장에서 물러났지만 대주주 지위는 그대로 유지했다. 2005년 연방 고위공무원 재산공개 당시 그가 보유하고 있던 길리어드의 주식 가치는 최저 5백만$에서 최고 2500만$에 이르렀다.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냈던 조지 슐츠와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피트 윌슨의 부인도 길리어드의 이사 출신이었다.
그런데 2005년 7월 미 국방부는 전 세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응급 시에 투약할 목적으로 5800백만 $어치를 주문했다. 미 국방부의 대량주문으로 로슈는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에 2억 5800만$에 불과하던 타미플루 매출액은 2005년에 10억$로 치솟았다. 당연히 럼스펠트와 조지 슐츠 전임 미 국무장관은 주식 부자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슐츠는 2005년에만 7백만$ 이상의 길리어드 주식을 팔아치워 엄청난 수익을 남겼다.

 

물론 길리어드로부터 독점 생산 및 판매권을 사들인 로슈도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타미플루는 정부 비축용 항바이러스제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으며, 2007년 22억$어치가 팔렸다. 로슈는 2004년 191억$의 매출을 올려 세계 제약시장의 제7위였으나 올 3월에 바이오 제약업체의 선두주자 제넨텍를 인수하여 세계 제약시장의 제2위로 도약했다. 제넨텍은 유전자 조작(GM) 기술을 이용해 각종 약물을 생산하는 회사로 1978년 최초로 대장균에서 인슐린을 합성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유명하다.
로슈는 2009년 돼지독감 유행으로 상반기에만 9억 3800만$ 어치의 타미플루를 판매했으며, 정부와 기업에 비축용으로 판매한 타미플루 판매액이 6억 1250만 $에 이르렀다. 로슈의 타미플루 판매는 2008년에 비해 2009년 상반기에 203% 성장했다. 타미플루의 엄청난 판매에 힘입어 로슈그룹 전체 판매액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무려 9.0% 성장을 기록했다. 돼지독감이 전 세계적으로 더욱 확산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타미플루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이므로 그 판매액도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슈는 2010년까지 매년 현재 생산량의 약 4배 수준인 4억 팩을 생산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얼마 전 연간 1억 9천만 팩까지 릴렌자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증설을 발표했다. 2004년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제2위의 제약회사인 GSK는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릴렌자(자나미미르)를 독점 생산하고 있으며, 인플루엔자 백신도 생산하고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은 2007년부터 연평균 8.2%의 성장률 기록했다. 세계 7개 주요시장에서 계절성 독감 백신을 포함한 인플루엔자 백신 시장은 2006년에 약 22억 달러에 불과했다. Frost&Sullivan이 최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2007년 백신시장 매출액은 45억 달러를 기록 했는데 2014년에는 98억 5천만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2009년 돼지독감의 대유행은 이러한 예상을 뛰어 남는 전망들이 쏟아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판데믹 백신 시장이 약 100억 달러 이상의 시장 규모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독감 피해 예측을 과장하여 제약회사에 황금알을 낳아 줄 거위라고 할 수 있는 백신정책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며, 돼지독감 바이러스가 실험실 사고에 의해 누출되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캔버라에 소재한 호주국립대학교(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에서 39년간 바이러스를 연구하다가 은퇴한 애드리언 깁스(Adrian Gibbs, 75세) 교수는 2009 돼지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하여 추적해본 결과, 유정란을 이용하여 백신을 만드는 제약회사의 실험실에서 바이러스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슈의 타미플루를 개발하는데 공동연구자로 일했으며, 250편이 넘는 바이러스 연구 논문을 발표한 원로 과학자로 유명하다. 따라서 그의 이러한 주장은 아마추어의 단순한 음모론으로 무시할 수 없었다. 급기야 후쿠다 게이지 WHO 사무차장이 직접 나서서 “돼지독감 바이러스는 실험실 사고와 무관하다.”는 해명 기자회견까지 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깁스 교수가 WHO 제출한 문서와 그에 대한 반론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 공간을 통하여 다양한 내용의 음모론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음모론은 돼지독감 대유행 전부터 벌써 유행하기 시작했다. 4월 28일, 시티 파딜라 수파리(Siti Fadilah Supari) 인도네시아 보건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100% 확신할 순 없지만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선진국 제약회사들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였다. 그는 올해 봄 『세계가 바뀌어야 할 때: 조류독감 뒤의 신의 손』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여 조류 독감 바이러스 샘플을 공유하지 않는 미국 등을 비판하며 백신 개발 배후에 숨겨져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등 강대국의 음모론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물론 음모론은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곤란하며, 구체적 근거를 통해 그러한 주장이 사실로 입증된 적도 거의 없다.
이러한 음모론이 돼지 독감 바이러스보다 더 빨리 퍼져 나가는 동안 국내의 백신시장은 더욱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돼지독감(신종플루) 백신 단가를 현재 독감백신 단가 대비 약 1.5~2.5배의 가격으로 가정할 경우 창출될 수 있는 시장 규모는 약 750억~126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 네덜란드, 캐나다, 이스라엘 등은 전 국민이 2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확보했다. 독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전체 인구의 30∼78%에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의 백신을 주문했다. 반면 한국의 백신 비축량은 현재 전 국민 대비 약 0.08%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명박 정부는 올 11월~12월에 GSK 캐나다 제조시설로부터 300만 도즈의 돼지독감 백신을 수입하기로 했으며, 녹십자 전남 화순 공장에서 700만 도즈를 연내에 생산할 계획이다. 그런데 보건당국이 발표한 우선 접종 대상자만 1336만 명(인구의 27%)에 이르기 때문에 우선 접종 대상자에게 기본 2회 투여할 백신은 2672만 도즈에 달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당국은 녹십자가 내년 2월까지 추가 생산 가능한 백신 500만 도즈에 항원보강제를 사용하여 백신 항원의 양과 접종 횟수를 2회에서 1회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항원보강제 사용은 백신 부작용 등의 안전성 문제와 백신의 효과가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에 현재 논란이 일고 있다.
한편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 검사를 대폭 생략하고 직접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하듯이 긴급하게 돼지 독감 백신을 주사할 경우 1970년대 말 미국에서처럼 임신한 여성이나 어린이에게서 길렝-바레 증후군(Guillain–Barré Syndrome) 같은 부작용이 발생하여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불행한 사태가 일어날 위험도 있다. 1976년 미국 정부는 4500만 명의 국민들에게 돼지독감 예방주사를 접종했다. 그런데 그 중 500명에게서 말초신경 장애를 초래하는 드문 질환인 길렝-바레 증후군이 나타났다. 결국 25명이 호흡과 관련된 흉부근육이 마비되어 산소부족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미국에서 돼지독감으로 사망한 사람은 1명에 불과했지만, 돼지독감 예방주사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25명이나 되었다.

박상표(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건강과대안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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