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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서 본 인공임신중절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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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절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사실 이는 오래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일찌기 미국 등 서구에서 여성운동이 활발해질 때, 역으로 보수주의가 기승을 부릴 때 사회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제기되고 활용되어온 주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그간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확한 현실 인식과 이데올로기적 상황 분석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보다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에 대한 논의의 시초로 건강과대안 회원이자 메이산부인과 원장으로 계신 고경심 회원이 글을 보내주어 게재한다. 이는 글로컬페미니즘 학교의 가나다 토론회에서 발표된 것이다.
20100305임신중절실태.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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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결론 부분

8.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 나라에서 여성의 출산권, 또는 출산하지 않을 권리가 여성에게 있지 않고 국가에 귀속되어온 역사가 있었으며, 이제 와서도 이명박 정부의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하는 신고센터 운영 등의 일방적인 방법으로 국가가 여성의 선택권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고 하고 있다.
필자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여성민우회 등 여성단체에서 여성 건강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모두가 쉬쉬하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 문제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으며, 임신중절 합법화 운동을 여성운동단체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곤 하였다. 그러나 여성단체에서 <생명에 반하는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왠지 떳떳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종교단체를 비롯한 사회적 여론이 생명을 경시한다는 뭇매를 맞을 우려 때문에 이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서기를 꺼리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제부터 여성의 임신중절권(낙태란 말보다는 임신중절권이 더 적절한 용어라 생각함)은 여성의 자기 몸 결정권의 차원에서 보아야 한다고 본다.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의 선택은 가정, 남편 또는 남자 파트너, 또는 사회나 국가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해야 한다는 논리를 좀 더 정교하게 펼칠 필요를 느낀다.
보통 프로라이프 단체나 가톨릭 종교단체의 주장에는 수태된 때부터 생명이 시작된다고 주장하지만,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발전된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생명>에 대한 논의의 지평이 달라졌다.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의 생존권이 과연 현재 숨 쉬고 살고 있는 여성의 선택권보다 앞선 것인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윤리적 성찰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이렇게 현 수준의 낙태금지가 지속된다면, 그 누구보다도 고통을 당하는 계급은 노동계급과 중산층 이하에서 빈곤계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여성들의,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을 포함하는 노동조합이나 사회복지를 생각하는 그룹에서도 자신들의 과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사회경제적 이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이며, 실제 시행되어온 현 시점에서 국민들의 요구를 정치권에서도 받아들여서 선거공약에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에게서 임신중절권 합법화를 쟁취하는 데, 여성운동의 성과와 선거운동에서의 진보적인 그룹들의 연대가 큰 역할을 하였다.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임신중절을 시행했던 의사 중 일부가 프로라이프 단체 회원에 의해 총격으로 살인당하는 예가 미국에서 있었지만, 의사단체에서 나서서 임신중절을 허용해야한다고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따라서 오늘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과거회귀적인 국가권력의 개입을 극대화하는 낙태반대조치는 마땅히 거부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번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연대하여 새로운 목소리를 낸 것이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며, 여기에 노동단체와 진보적인 단체들의 협력과 연대가 함께 할 때 그 변화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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