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자유무역협정(FTA)과 국제 공중보건운동

첨부파일

이슈페이퍼_자유무역협정과공중보건.pdf (919.78 KB)

한미FTA 날치기 통과 후 FTA 체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한미 FTA 뿐 아니라 자유무역협정 일반이 갖는 문제점을 국제 공중보건운동 관점에서 변혜진 연구위원이 정리하였다. 공중보건의 관점에서, 건강권 일반의 관점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어떠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일독을 권한다.

———————————————————————————-

2011년 11월 22일 한국의 국회에서 한미 FTA 협정이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강행 처리되었다. 한미 FTA 내용 중 사람들의 공분을 불러내고 있는 사안 중 대표적인 것은 미국식 의료제도의 한국으로의 이식으로 인한 건강보험 위축과 의료비 폭등 문제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FTA 통과 이후 괴담으로 언급한 것이 의료비 폭등과 약값 상승 문제 하나였던 것에서도 드러난다.
1994년에 체결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그 기원으로 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은 세계무역기구의 도하개발아젠다(WTO DDA) 협상이 추구했던 바와 같이 관세장벽보다는 이른바 비관세장벽(non-tariff barrier)을 주요 무역장벽으로 보고, 이를 제거하는 데 주요 목적을 둔 협정이다. 즉 FTA는 자본이 공공서비스 분야에 대한 사유화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 그 주요 목적이 있다.
공중보건은 19세기 이후 노동자투쟁과 사회혁명을 통해, 국가에 의한 의료보장, 노동자권리의 보호 등 사회가 최소한의 권리로서 보장해야 하는, 공적서비스의 대표적인 분야로 자리잡았다. 이것이 각국의 의료보장제도 및 산재보장 제도이고 또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제반조치들이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자본의 수익률이 감소하자 선진국에서조차 의료보장의 축소와 사유화 경향이 강력하게 대두되었고 이러한 움직임은 전지구적으로 국제무역협정으로도 추구되었다. 특히 2003년 이후 WTO의 DDA 협상이 사실상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다자간 협정보다는 양자간 또는 지역적 자유무역협정을 자신의 전략으로 택했다. 이른바 경쟁적 자유화(competitive liberalization) 전략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이 자유무역협정을 맺을 때의 공격대상은 타국의 공공영역이 되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공공적 영역인 공중보건을 위한 제도와 조처들이 항상 그 첫 번째 공격대상이 되었다. 미국의 상무성은 자유무역협정추진에 있어 타국의 약가통제정책을 무역장벽으로 지목했는데, OECD 국가들 중 부국들이 특허의약품에 대한 가격통제를 제거할 경우 2003년 기준으로 특허약품에 대해 연 약 260억 달러의 예산이 더 책정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그림1> 참고).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속해 있는 10여개의 다국적 제약기업 중 부동의 1위인 화이자(Pfizer)를 비롯하여 머크(Merck), 애보트(Abbot) 등 반수 이상을 점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각국의 의약품 가격통제장치를 제거하는 것이 곧 의약품 수출을 대폭 늘리는 것이고, 따라서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에서 가장 큰 목표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각국의 의료비중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7.7%(한국은 24%)로 각국의 의료보장 예산의 평균 약 24%를 차지한다(한국은 29.5%). 이 때문에 의약품 문제 하나만으로도 자유무역협정은 각국의 의료제도를 뒤흔들 수 있다.
문제는 자유무역협정이 의약품으로만 한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공적 의료서비스제도의 국가의 책임비중이 높고 가격통제가 클수록 의료보험회사나 영리병원의 수익률이 줄어든다. 또한 노동자의 건강에 대한 보호조처가 강력하고 환경에 대한 보호조처가 강력할수록 기업의 노동자건강이나 환경보호를 위한 추가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자유무역협정이 거대 기업들의 이윤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협정인 이상, 모든 각국의 사회보장 장치는 다국적 기업들에게는 그들의 수익률을 저해하는 무역장벽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협정은 각국의 공중보건을 공격하게 된다.
이 글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에 반대하는 공중보건(및 보건의료) 분야 활동가들의 운동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연합 중심의 공격적인 자유무역협정이 어떻게 전 세계 평범한 대다수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2009년 미국이 참여하면서 가장 거대한 자유무역으로 협상이 진행 중인 TPP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공중보건의 문제들을 살펴봄으로서 새롭게 건설되고 있는 국제 공중보건 운동의 상황도 살펴보고자 한다.

이슈페이퍼_자유무역협정과공중보건.pdf

연구원 | 변혜진

건강과대안 상임연구위원 사회학 박사 수료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다음의 HTML 태그와 속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