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월례포럼]메르스 유행과 관련된 내러티브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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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_내러티브_건강과대안.pdf (460.74 KB)

메르스 유행이 종식되어 가는 즈음, 메르스와 관련된 논의가 방역과 관련된 전문주의적, 관료주의적 논의로 급격히 협소되어 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메르스라는 신종 감염병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내러티브, 프레이밍 등을 분석하기 위한 초벌 논의 성격의 포럼을 진행했습니다.

이상윤 연구위원은 메르스라는 바이러스가 가지는 특수성, 그리고 신종 감염병이 가지는 일반성이 함께 작용하여, 한국 사회의 메르스 관련 논의는 “Outbreak Narrative”라고 불리는 전문주의적, 관료주의적 프레이밍에 갇히게 되었고, 이러한 압도적 프레이밍, 내러티브 속에서 인권, 노동, 환경, 생태, 불평등, 사회정의 등 신종 감염병과 관련된 다른 영역과 관련된 논의는 주변화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러한 프레이밍 속에서 논의를 진행하는 이상, 그 결과는 현재와 같이 전문주의적, 관료주의적 논의로 협소화되는 것은 필연적이며, 그러므로 향후에는 다른 영역의 논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른 내러티브, 프레이밍을 개발하고 의식적으로 이를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프레임/내러티브에 갖힌 결과는 메르스 유행 와중이나 이후에 감염내과, 역학, 미생물학, 통계학 등 특정 학문 분야의 전문주의가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고, 해결에 있어서도 전문주의적, 관료주의적 해결이 유일한 해결책인 양 제시되고 있는데, 사회문화경제적 컨텍스트를 고려한 다양한 영역의 ‘참여적’ 문제 해결 방식이 전문주의/관료주의적 해결방식과 ‘더불어’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은유로서의 질병’의 관점에서 볼 때, 이번 메르스는 “질병과의 전쟁’, “흑사병(페스트)” 등의 낙인을 동반하는 이미지보다는 “맹수와 살인자” 이미지, “재난” 이미지로 언론에 묘사되면서, 상대적으로 낙인 효과나 배제 효과는 덜 했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한편,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들의 ‘희생’과 그들의 ‘영웅적’ 이미지가 메르스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에 비해 더 빈번히 언론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이 아직 국가주의적, 권위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진보 언론은 메르스를 ‘재난’ 이미지로 그려낸 경향이 있었는데, 보수 언론은 상대적으로 애써 그러한 이미지를 거부하고 ‘질병과의 전투’ 이미지로 형상화하였는데, 이는 한국이 겪은 ‘세월호’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참여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메르스와 관련된 한국 사회의 논의가 특정 프레임, 내러티브에 갖혔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었고, 압도적 프레임, 내러티브가 있었지만, 그러한 프레임과 내러티브가 그 이후의 논의과 정책 결정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과도한 “프레임/내러티브 결정론”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번 사태 진행 중에 인권, 노동, 환경, 생태, 불평등, 사회정의와 관련된 논의가 부족했고, 이러한 논의를 활성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문제 해결 방식에 있어서는 전문주의적/관료주의적 해결 방식과 ‘참여적’ 해결 방식이 상호 충돌하는 경쟁적 관계가 아님을 지적하면서, 어느 하나는 오류이고 다른 하나는 참이니, 그러한 방향으로만 문제 해결을 시도하며 다른 방식을 의미 없는 것,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하는 방식은 좋지 않고, 다양한 접근 방식간의 ‘열린 대화’와 ‘융합’을 지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메르스의 낙인 이미지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에이즈나 결핵 같이 만성화된 감염병이나 감염 경로와 관련해 낙인 효과가 발생하기 쉬운 감염병에 비해, 급격히 진행되다 사라지는 메르스의 특성상 낙인 효과가 적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것이 없지는 않았으며, ‘중동’이라는 지역과 관련된 배제 효과, 더불어 외부에서 이입된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외국인에 대한 배제 효과는 분명히 있었으며, 언론에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형태라 하더라도 메르스의 낙인이나 배제 효과 역시 만만치 않았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한편, 발제자가 주장한 내용은 ‘인상’이나 ‘이미지’ 등 질적 측면의 파악이기에 담론 분석 등을 통해 ‘양적 데이터’로 근거가 보강되어야 좀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참여자들은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 유행시 대응 매뉴얼 개선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 대안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의 매뉴얼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모아보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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