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불평등을 완화해야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속할 수 있다

코로나 19 유행은 현재 진행형이다. 효과적인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유일하고도 효과적인 방역 대책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표현되는 다양한 밀접 접촉 기회 줄이기뿐이다. 세계적으로 진행된 1차 유행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방역 효과는 증명되었다. 효과적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루어지면 감염 유행의 속도는 늦춰졌고 의료기관이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감염 발생은 관리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희생과 권리 제약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강제적인 수단이 동원되기도 했다. 어떤 계층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 대책이 더 큰 건강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코로나 19 방역대책으로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 부작용도 함께 고려하며 균형감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큰 부작용은 경제 활동도 함께 얼어붙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일부 계층에게는 사회적 고립감의 증가, 가족관계의 상실, 건강 관련 생활습관 유지의 어려움, 필수서비스에 대한 접근 문제 발생, 교육 기회 박탈, 대중교통과 녹지에 대한 접근 문제 발생 등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독거 노인의 경우 코로나 19 감염의 위험도 크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부작용도 클 수 있다. 온라인 의사소통 방식에 익숙지 않아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학교, 보육, 사회서비스 등 사회적 돌봄 제도가 잘 작동되지 않으면서 돌봄 노동 부담이 증가하면서 소득 감소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가정 폭력의 희생자가 될 가능성도 증가한다.

만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경우 사회적 고립감으로 인한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장애인 역시 활동보조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생기면서 사회적 지지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숙인들은 자가 격리를 할 공간도 없기에 감염 가능성도 커지고, 노숙인을 위한 다양한 사회서비스도 중단될 가능성이 많아 필수서비스 이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교정시설에 있는 이들의 경우도 자가 격리가 불가능한 상황이고 면회가 금지되거나 줄어들면서 고립감이 커질 수 있다. 요양시설 등에서 생활하는 노인이나 환자들 역시 자의 반 타의 반 시설에 갇히게 되면서 다양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안정 노동계층과 서비스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큰 경제적 타격이 된다. 일자리를 잃거나 심각한 소득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 계층이기 때문에 소득 감소는 주거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월세 등을 부담하기 어려워지면서 노숙 상황으로 몰릴 수도 있다.

저소득 가정과 한부모 가정에게 학교 폐쇄는 돌봄 부담의 증가와 학교 급식 이용 제약으로 이어져 특별히 어려운 상황을 겪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시 저소득, 불안정 노동계층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필수적인 사회정책이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되어 긴 시간 자가 격리를 해야 하는 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하다. 자가 격리 기간이 길수록,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클수록, 지루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정보와 필수재의 공급이 부족할수록, 경제적 손실이 크고 낙인이 발생할수록 이들의 정신 건강 문제는 더 심각할 수 있다. 자가 격리자에 대한 적절한 배려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로 고립감이 커질 가능성이 많은 독거노인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철저히 더 오래 지속될수록 가정폭력, 아동폭력 등에 노출되는 여성, 아동이 많아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철저한 모니터링과 관련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코로나 19 감염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간접적 피해 역시 소득과 사회적 자원, 네트워크가 적은 계층에게 더 집중적으로 부가되어 기존에 존재하던 불평등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방역 대책 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역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이나 전국민 고용보험제도와 같은 소득보전 대책과 더불어 이들 계층에게 특별히 필요한 다양한 사회서비스, 사회안전망 제공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올 여름 폭염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예보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 19 방역과 폭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 예방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19 방역 대책과 폭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 예방 대책은 상호 모순되는 대책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건복지 현장 인력과 정책 담당자에게 곤혹스러운 문제다.

예를 들어 폭염기에는 냉방이 되지 않는 주거공간에서 무더위 쉼터로 이동할 것을 권고해야 하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상황이다. 독거노인, 만성질환자, 장애인 등 폭염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방문이 주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요구되는데 이 역시 감염 위험 때문에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스러운 상황이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 증상과 코로나 19 감염으로 인한 증상이 많은 부분 닮아 있는데, 폭염으로 인한 건강 증상 발생 시에는 시급히 병원에 와야 하지만, 코로나 19 감염이 의심되는 증상 발생 시에는 최대한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면서 병원 방문을 자제하도록 권고해야 한다는 점도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그러므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위험 평가와 폭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 발생의 위험 평가를 하여 적절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폭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도 함께 관리할 수 있는 지혜를 짜 내야 한다.

무더위 쉼터 등은 적절히 운영하면서 그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 문제는 조기에 증상을 인지하여 빠르게 대처하면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폭염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정보 전달을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이들의 상황을 정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역사회 지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무더위 쉼터는 에어컨을 켠 상태에서 실내 공기가 순환되고 주기적으로 환기되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공원, 쉼터 등에 더위를 식히기 위한 시설을 마련하고 제공하는 것에 대해서도 무조건 폐쇄할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운영할 방안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코로나 19 방역에는 성공했지만 기존의 사회 불평등을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19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사회 문제 해결 모두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감소시켜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보건복지인사이트 vol.4 7월호 / 이상윤(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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