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명]코로나19 시대, 한국의 ‘뉴노멀’은 디지털 감시국가인가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도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어제(5월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유흥시설 등 집합 제한 명령 대상 시설을 대상으로 「전자출입명부(QR코드)」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누가 어떠한 시설에 출입했는지를 전자적으로 기록해 놓겠다는 것이다. 현재 노래방, 클럽 등의 시설에서는 서면으로 출입자 명단을 작성하고 출입자 신원에 대한 기록을 수기로 받아 왔다. 그런데 출입자 기록이 부정확하다는 이유로 전자적인 방식의 기록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은 개인들의 신원정보와 시설 출입기록을 분리해서 보관하겠다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국가가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개인들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국민들은 언제든지 국가가 감시할 수 있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방역을 명분으로 정부가 갈수록 보다 완벽한 감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시설에의 출입 기록을 남겨야 하는 사람들은 감염병 환자도, 감염병 의심자도 아니다. 혹여나 발생할 수 있는 집단 감염에 대한 대응을 목적으로 한다고 하지만, 아무런 구체적인 맥락도 없이 만일을 위해 개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의무적으로’ 수집한다면, 그것이 바로 감시국가로 진입하는 길이다. 사생활의 보호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우리나라 헌법과 국제규범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이다. 유엔 사무총장 역시 2020년 5월 1일 에서 “긴급 대응 기간동안 지금은 정당화되는 사항들이 위기 이후에도 표준화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모든 대책은 유의미한 개인정보 보호 장치를 반영해야 하고 합법적이고 불가피하며, 균등해야”한다고 하였다. 비록 공중보건 목적으로 일정하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시설 출입기록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비례성의 원칙을 훨씬 벗어난다. K방역이 기본권을 제한하고 통제와 처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희생하는 조건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더구나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을 포함하여 시설 출입기록의 의무적 보관은 법적인 근거도 없다. 정부가 출입기록 수집의 근거로 이용자의 ‘동의’를 들먹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진정한 동의는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고 동의하지 않아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 동의를 하지 않으면 시설에 출입할 수 없으니 애초에 동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용자들은 전자적으로 기록하지 않을 ‘선택의 자유’(?)만 있을 뿐이다.

한국이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확진자 동선 추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검사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휴대전화 실명제, 일상화된 신용카드와 실명 교통카드의 사용, 곳곳에 설치된 CCTV 등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제든 10분 이내에 추적될 수 있는 전자감시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공적인 방역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중요한 가치와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찬사에 도취된 것인지, 더욱 완벽한 방역을 위한 통제 수단의 강화에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도입한 전자팔찌가 그렇고, 온라인 실명제를 넘어 오프라인 실명제를 시행하려는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이 그렇고, 이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대책이 그렇다.

코로나19 시대, 한국의 ‘뉴노멀’은 디지털 감시국가인가. 전자출입명부 시스템 도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2020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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