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후위기 대책을 촉구하는 보건의료인 400인 선언

기후 위기는 건강의 위기!
정부는 실질적 온실가스 배출제로 계획을 수립하라!

기후 변화는 현 시기의 가장 큰 건강 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생명과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이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 해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 총회에서 세계각국 수백 명의 과학자들은 피해와 재앙을 최소화 위해서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자본주의 산업화 이래로 이미 지구 온도가 약 1℃ 상승돼 단 0.5℃만이 남았으며, 이를 억제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절반을 줄이고 2050년까지 배출 순제로(0)를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과학자들은 온도 상승 마지노선인 1.5℃까지 인간이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약 10년 정도 뿐이라고도 밝혔다.

이런 상황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멸종 저항’, ‘기후 학교 파업’ 시위 등 저항의 목소리가 등장해 왔다. 그리고 오는 9월에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각국 지도자들과 석탄·석유 등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변화를 촉구하고 기후정의를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올 예정이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이 전 세계적 저항 행동에 함께할 것임을 선언한다. 기후변화가 우리 모두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도록 그대로 방치한다면, 모든 이의 건강을 지키려 해온 보건의료인들이 달성해온 지금까지의 성과가 무로 돌아갈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는 건강의 위기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사망과 질병 발생이 알려지고 있듯 기온상승은 일사병과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 온열 질환의 원인이다. 고온에 장기간 노출은 심혈관계, 신장, 호흡기 질환도 악화시킨다. 온실가스 상승은 비단 폭염 뿐 아니라 예기치 못한 한파나 홍수, 태풍, 폭우, 푹설, 가뭄의 원인이 되고 앞으로 이는 더욱 심각한 질병과 부상, 사망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 200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 상황이 46%나 증가했다.

기후변화는 대기오염을 악화시키는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최근의 고농도 미세먼지와 지층 오존 등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더해 기후변화가 일으킨 대기정체가 원인이다. 또 화석연료 자체가 온실가스인 동시에 대기오염물질이므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 세계 700만 명이 매년 대기오염으로 인해 사망한다. 대기오염은 전세계 비전염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두 번째 주요 원인이다.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26%,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의 24%,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43%, 폐암으로 인한 사망의 29%가 대기오염 때문이다.

기후변화는 쯔쯔가무시, 말라리아, 뎅기열 등 모기, 진드기, 벼룩 등이 옮기는 벡터 매개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키거나 발병 양상을 변화시킨다. 수온과 강수량에 영향을 줘 박테리아, 바이러스, 원생동물 같은 병원균에 의한 수인성 질병도 증가시킨다. 기후변화가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많다. 기온상승은 불안, 우울, 외상후 스트레스, 자살 가능성을 높인다.

질병 뿐 아니라 기후변화는 가까운 미래에 기아, 파괴, 이주, 전쟁, 식량난과 물 부족도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세계에서 인간의 건강을 말할 수는 없다.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과 생존에 명백한 위협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각국 정부가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이유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낮아지는 기술수준에 도달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화석연료를 생산·소비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이윤을 내고 있는 기업들은 에너지 전환을 원치 않고, 그들의 후원을 받는 트럼프 같은 정치인들은 아예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기후 변화를 주도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기와 열을 생산하기 위한 에너지 부문에서 34.6%, 농업 및 토지 이용에서 24%, 산업 부문에서 21%, 운송에서 14%를 차지한다. 즉 석탄, 석유, 가스, 자동차 기업 등과 각국 정부에 맞서 재생에너지 전환과 제조업 생산방식 규제 등을 강제할 전 세계적 운동이 필요하다. 결코 평범한 사람들이 희생하거나 생활수준을 낮춰 해결할 과제가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다.

기후 변화의 영향은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큰 피해를 입는다. 저개발국은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적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국가 국민들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선진국이라 할지라도 국가 내 불평등 문제가 발생한다. 가난하고 영양이 부족하고 이미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안전하지 않은 주택에서 살거나, 훼손된 토지를 일구거나, 안전하지 않은 조건에서 노동하거나, 충분히 교육받지 못하거나, 권리가 박탈되었거나, 의료 시스템이 열악한 곳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더 쉽게 고통과 피해에 노출될 것이다. 기후 변화의 결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 노인 등 인구학적 요인과 젠더 요인 역시 기후 변화로 인한 건강 영향을 고려할 때 중요한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런 현실에 저항하는 전세계적 물결에 함께할 것이다. 그리고 특히 한국정부의 태도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 한국은 세계 7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가장 빠르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이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해 ‘기후악당 국가’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지금도 정부는 이전 정부가 승인한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에 석탄발전소를 투자해 대기오염과 기후위기를 수출하는 국가다.

우리는 한국정부가 기후위기 비상을 선언하고, 1.5℃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 배출제로 목표를 수립할 것을 촉구한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를 재생에너지로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결코 핵발전(원자력발전) 같은 위험천만한 에너지 생산방식을 대안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보건의료인들은 이러한 요구를 내걸고 싸우는 시민들의 저항 행동에 함께할 것이며, 9월 21일 전 지구적 기후 파업의 일환으로 벌어지는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참여할 것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가 인류의 마지막 건강문제가 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19년 9월 19일
보건의료인 선언자 일동

❐ 보건의료인 선언자 명단

< 간호사> 38명
강경화, 강수경, 강한별, 권오숙, 김경희, 김민정, 김수련, 김은지, 김지현, 박계리, 박미혜, 박소윤, 박희정, 배향미, 백선희, 변혜련, 선우상, 안은영, 오수연, 우지영, 유혜린, 이나연, 이미자, 이민화, 이아름, 이정연, 이희진, 조명진, 조은주, 차진, 최원영, 최은영, 최정화, 최혜원, 하보애, 현정희, 황지수, 황호현

< 약사> 83명
강경연, 강봉주, 권연미, 김경모, 김경숙, 김기숙, 김동훈, 김명주, 김보철, 김선영, 김수진, 김승욱, 김승자, 김연희, 김유진, 김진숙, 김현정, 김현주, 김희선, 나미경, 류수경, 류영순, 류진경, 리병도, 문경희, 문종훈, 박기호, 박미란, 박민철, 박소연, 박정희, 박진희, 박현옥, 박혜경, 배상수, 백용욱, 부안리, 서은정, 서혜숙, 석동현, 송미옥, 송해진, 신형근, 안인숙, 양연준, 양효정, 엄경자, 여윤정, 오민우, 우경아, 유경숙, 유대형, 유정태, 윤미현, 윤영철, 윤외현, 이권의, 이규화, 이기원, 이동근, 이미진, 이수정, 이진영, 장정인, 정경이, 정동만, 정서윤, 정진호, 조수월, 주형식, 진규엽, 천문호, 최선화, 최익준, 최화녕, 추경화, 한미영, 한송희, 한정우, 허증희, 허진경, 황재영, 황해평

< 의사> 117명
강석웅, 고경심, 고한석, 김건엽, 김건우, 김경아, 김관욱, 김광수, 김규연, 김나연, 김대중, 김동길, 김동은, 김명희, 김미정, 김민지, 김삼용, 김서현, 김선희, 김성아, 김수영, 김신애, 김영수, 김은정, 김정득, 김정민, 김정범, 김종명, 김종목, 김주연, 김준석, 김지영, 김진석, 김진우, 김철주, 김한슬, 김해룡, 김호영, 노동현, 노순기, 문강, 문영길, 박경남, 박기수, 박세현, 박승만, 박일성, 박종화, 박지선, 박지영, 박지현, 박현주, 백남순, 백재중, 백한주, 서백경, 손경민, 송관욱, 송지훈, 송홍석, 신우성, 신지은, 신현정, 심재식, 안영섭, 양동석, 양영모, 오수지, 오정원, 오현석, 옥민수, 우석균, 유영진, 윤정원, 이귀숙, 이문희, 이미라, 이보라, 이상윤, 이세영, 이세일, 이승홍, 이영수, 이윤한, 이의철, 이인동, 이정만, 이종우, 이진욱, 이충현, 이현석1, 이현석2, 이형근, 임승관, 임정균, 임종한, 장은지, 장효범, 전진한, 전희선, 정선화, 정신석, 정영진, 정운용, 정일용, 정형준, 조계성, 조규석, 조동신, 조선희, 조수근, 조혜영, 채윤태, 최규진, 최용준, 한승관, 홍종원

< 치과의사> 73명
김기현, 강동진, 고영훈, 공형찬, 곽성순, 구준회, 김광진, 김규탁, 김명규, 김병재, 김영옥, 김용진, 김유성, 김유성, 김의동, 김한일, 김형성, 김효정, 남상범, 문경환, 박근표, 박길용, 박상태, 박성표, 박영규, 박영준, 박준철, 박지혜, 박태식, 박한종, 방경환, 배석기, 변하연, 서대선, 신운, 심영주, 양민철, 오민제, 위유민, 윤은미, 이금호, 이상복, 이원준, 이재용, 이준용, 이중희, 이충엽, 이현중, 이흥수, 이희원, 임명섭, 장용진, 장인호, 전민용, 전성원, 전양호, 정갑천, 정경숙, 정성국, 정성훈, 정세환, 정정헌, 조남억, 조병준, 조성현, 채민석, 최광식, 최철용, 최훈, 하충식, 한기훈, 현석환, 홍수연

< 한의사> 31명
강처럼, 고선애, 곽희용, 권혜인, 길호식, 김성은, 김이종, 김지민, 노경호, 문수영, 박송이, 박용, 신진서, 심희준, 안아영, 안중선, 안철호, 옥소윤, 윤영주, 이상재, 이선미, 이하윤, 임재현, 전은영, 정혜진, 조한철, 차명수, 채진호, 최문석, 최전돈, 허우영

< 보건의료노동자> 6명
김기태, 김민정, 김성련, 김지은, 서영환, 조아라

< 보건의료학생> 30명
강연우, 고은산, 공보혜, 김광현, 김도윤, 김지석, 김지연, 김태희, 문진원, 민명기, 박수진, 박주석, 박효경, 베경문, 서은솔, 신유경, 양신영, 오규희, 유형섭, 이서영, 이유진, 이지연, 전푸름, 조건희, 주장욱, 최혜린, 편주현, 하정은, 하준범, 한정화

< 보건의료연구자> 3명
김청아, 서상희, 이도연

< 보건의료활동가> 19명
권은혜, 김선주, 나지희, 박건, 박준환, 방은숙, 변혜진, 손선영, 안은선, 유철수, 이경란, 이은진, 이재호, 이주연, 이효직, 조영, 조은숙, 최경수, 홍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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