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재인 정부 ‘박근혜정신’ 이어가나? 병원 영리기업화, 의료기기 안전 심사 규제 완화 중단해야

또이또이

문재인 정부 의료기기 안전 심사 규제 완화, 병원 영리기업화 추진 규탄

- 박근혜 정부의 의료적폐, 의료민영화 재추진 중단하라

박근혜표 의료적폐가 재추진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8일 부처 합동으로 ‘의료기기 허가 심사 규제 완화’와 ‘병원 기술지주회사 허용’ 등 의료기술 특허 강화를 위한 연구의사 양성 등의 내용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추진 전략은 박근혜 정부가 내놓았던 의료민영화를 위한 투자활성화 방안과 동일하다. 박근혜 정권 심판을 통해 탄생한 새 정부가 14개월 만에 부정· 부패 정권의 적폐정책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시민사회는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는 재벌과 업계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환자 생명과 안전조차 ‘혁신’의 대상이라는 ‘박근혜 정신’을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는 한, 문재인 정부 역시 국민에 의한 ‘혁신’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이번 발표의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1. 병원 의료기술지주회사 설립 허용은 영리병원 허용과 다를 바 없다.

정부는 기존 ‘산학협력단’과 별도로 병원과 기업이나 투자자의 특수 이해관계를 허용하는 ‘산병협력단’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병원들이 의료기술지주회사를 설립, 영리기업으로 운영하도록 해주겠다는 방침이다.

이 방침은 박근혜 정부가 발표했던 ‘6차 투자활성화’ 방안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안이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의료기술의 특허를 활성화하고 ‘상업화’를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병원 기술지주회사로서 의약품·의료기기 자회사가 허용된다면 병원은 자회사의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더 많이 처방 판매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연구개발 중인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에 대한 임상시험을 손쉽게 비용도 들이지도 않고 환자에게 할 수 있는 루트가 허용된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에게는 인체시험에 해당하는 수십억의 비용절감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기업과 병원의 수익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런 제도의 이면은, 곧 환자에게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기술의 위험성과 비용을 전가하고 건강보험 재정 약탈로 이어지게 된다. 뿐만 아니라 병원 의사들의 진료행위나 기술을 독점 특허로 부여하겠다는 이번 정책 방향은 환자들의 치료접근권의 문턱을 높이는 장벽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

박근혜 정권조차 이런 사회적 비난 때문에 병원의 기술지주회사와 병원과 기업간 직접적인 산병협력 정책은 추진하지 못했던 것이다. 병원을 테스트베드화 하고 진료 영역의 일부가 또 다시 이윤창출 분야로 왜곡되고, 병원으로 귀속되어야 할 수익이 기술지주회사로 이전될 수 있는 이런 기형적 구조는 사실상 영리병원 허용과 다를 바 없다는 거센 비난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도 사실상 규제장치가 없어 대학병원 의사들이 관련 기업들의 이해당사자로 묶여 있는 경우가 있거니와, 의사들에게 스톡옵션이 제공되는 구조도 허용돼 이는 진료 왜곡과 치료과정에서의 부정 부패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삼성은 의료기기 사업이 병원 등 대상간 사업이라는 이유로 디지털 엑스레이, 모바일, CT, 체외진단기기 등을 생산하는 의료기기사업부를 독립해 별도 사업 확장을 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삼성은 자회사 삼성메디슨과 함께 삼성 의료기기사업부를 삼성의 신성장 동력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병원의 의료기술지주회사 허용은 ‘삼성헬스케어’에서 추진하고 있는 ‘삼성의료원-삼성의료기기자회사-삼성메디슨’이 자회사로 연결되는 구조를 허용해주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삼성 ‘HT보고서’의 충실한 이행이다. 삼성과 한 몸이던 박근혜조차 추진을 중단한 병원 의료기술지주회사 허용을 문재인 정부가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은 청산은커녕 명백한 의료적폐 계승이다.

 

 

2. 의료기기 허가 및 평가 절차에 이해당사자 로비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투명성’ 강화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공익을 훼손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의료기기 규제 진행과정을 기업에게 전면 개방해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 정책의 실내용은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되어야만 하는 의료기기 허가 심사 절차에 의료기기협회와 이해당사자의 로비를 정당화하는 절차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적으로 심사되는 의료기기 규제 심의 과정에 의료기기 업체의 참여 기회를 보장한다는 것이 어떻게 투명성 확보인가?

정부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신개발 제품의 경우, 허가심사 전에 개발자가 식약처 심사관에게 직접 설명하는 기회 부여’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의료기기업계가 자신의 상품에 대해 허가 심사를 맡게 되는 심사관에게 로비를 하도록 허용한다는 말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추진하겠다고 밝힌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과 심사를 위한 블라인드(Blind) 방침과 위배된다.

이러한 공익과 공정성을 거스르는 의료기기 허가 심사 기준 규제완화는 정부 여당의 법안 추진을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은 ‘의료기기산업 육성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 법안은 ‘의료기기산업 육성 지원위원회’를 설치, 의료기기기업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조세감면, 연구시설 건축 특례, 부담금 면제, 건강보험 급여 등재의 우대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법안을 적극적으로 로비하고 있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건강보험 급여 대상 여부 우선권뿐만 아니라 가격 결정의 우대조치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이러한 의료기기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방향의 정책 추진은 식약처의 의료기기 허가 심사뿐만 아니라 신의료기술평가 심의 평가에도 이해당사자의 입김을 강화하는 법제도 개악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미 정부 보도자료에는 관련 업계의 추천을 받은 전문가들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와 소위원회, 보험등재 여부를 심의하는 전문평가위원회 등에 위촉하겠다는 방침을 내 놓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의 경우 정부 통계로도 한 해 신청 건의 절반 이상이 기존 기술과 다를 바 없는 기술로, 혹은 의료현장에서 사용되었을 시 그 안전성과 효과성에 우려가 표명돼 탈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환자 치료 현장에서 불필요한 의료기기들을 걸러내고 임상 안전성과 효과성을 평가해야 할 공공기구에 기업 입김을 강화시키고 그 절차를 축소시키는 것은 국민 안전을 내버리고 불필요한 의료기기를 허가하여 건강보험 재정 낭비 구조를 합법화하는 것과 바 없다.

 

 

3. 의료기기 안전 검증 절차 간소화와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완화는 의료 참사를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보건의료 ‘규제 혁신 대책’의 가장 큰 의미는 ‘의료기기 규제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의 규제개혁 방향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는 ‘사전 사용 – 사후 규제’ 방식이다. 하지만 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의료기기나 의약품에 대한 규제는 그 자체로 사전 규제가 아닌 이상 그 의미가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사후 규제’란 이미 누군가의 건강이나 생명에 위해가 발생한 이후라는 말이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가 박근혜가 말하던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려 필요한 규제만 살리겠다”고 한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품목 허가가 나더라도 이를 다시 심평원이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이하 NECA, 네카)에서 실제 환자 치료에 사용해도 되는지 여부, 품목 허가된 신의료기술을 실제 임상에서 사용했을 시 의료행위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필요한 이유는 그 대상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말하는 의료기기 ‘시장’ 진입 간소화 방침에서 그 시장은 곧 ‘진료 현장’이기도 하다. 현재 심평원-NECA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으로 평균 한해 50% 이상이 신의료기술에서 탈락된다. 이 기기들을 사후 평가하자는 것은 결국 국민들을 임상시험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의 경우 기존 문헌 검토가 어려워 일단 임상 사용을 먼저 해 사후 평가를 하겠다고 그럴싸한 핑계를 대지만, 이는 그간 신의료기술평가로 쉽게 진료현장 진입이 규제당한 의료기기업계의 민원사항을 그대로 옮겨온 것뿐이다. 역으로 심평원-NECA 신의료기술평가가 생략된다면, 통제되지 않은 조건에서의 의료기술 사용은 그 자체로 사후 평가가 아예 어렵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부작용이 나타나도 ‘통제되지 않은 조건’에서 사용은 그 부작용의 단일 요인으로의 평가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후평가 및 퇴출도 쉽지 않다. 민간의료기관이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현실에서는 그 부작용 보고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비급여일 경우 음성적 사용을 제대로 단속할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한 번 의료현장 사용이 허가된 경우 퇴출시킬 근거를 마련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 간과되어선 안된다. 이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지향하며 건강보험 보장성을 높이겠다는 ‘문재인케어’의 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결국 이번 조치는 의료기기기업계가 통제되고 정제된 조건에서의 임상시험 결과를 내지도 않고, 관련 부작용 보고서는 삭제하고 제출해도 되는 현행 업계 이해당사자 요구가 충실하게 반영된 식약처 허가 구조를 진료현장까지 ‘원스톱’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정부의 이런 정책이 소위 ‘첨단·혁신의료기술’이라며 인공지능 방식의 진료나 검증되지 않는 로봇 수술, 그리고 신체 내 장기를 3D프린트로 제조해 사용하는 의료기술을 임상현장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스럽다. 첨단기술의 경우, 그 말이 가진 의미처럼 조기 기술이거나 아직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지만, 상업성은 높은 기술을 의미한다. 고위험이기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는 이런 신산업의 경우 대부분 기업은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고자 하고 그 위험도 사회화시키려 한다. 문재인 정부의 이번 규제완화 정책에 별도로 ‘병원 테스트베드 지원’ 사업이 명시된 이유다. 체외진단기기의 경우 안전하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그러나 그 측정치가 정확한가의 여부는 임상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어떤 체외진단기기도 진료 현장으로 이어질 경우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검증과정은 필수적이다.

다른 한 축으로 정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성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언급했듯이 ‘의료정보화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원격의료와 빅데이터에 대한 규제를 풀고자 한다. 정부는 의료기기와 기술에 대한 규제완화를 한 편에서, 그리고 이에 대한 부작용을 모니터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성화를 요구할 것이다. 규제완화로 인한 문제를 또 다른 규제완화로 해결하려는 정부 정책 방향은 개인질병정보와 건강정보의 민영화로 제약기업이나 의료기기업계는 3상 임상시험에 대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시민사회는 무덤 속에서 다시 꺼내진 이번 보건의료의 대대적인 규제완화 정책이 박근혜가 추진하던 의료민영화와 거의 동일하다는 것에 분노함과 동시에 그 시기보다 더 노골적이라는 점에 대해 경악한다.

지난 7월 9일 인도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만난 문재인 대통령이 무엇을 버린 것일까? 단언컨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내다버리고 얻을 ‘혁신’은 없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삼겠다는 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문재인 정부 스스로가 머지않아 국민의 혁신 대상이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8년 7월 24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과대안,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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