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필라델피아 시 ‘소다세’ 도입의 교훈

미국 필라델피아 시가 지난 6월 16일, 설탕이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에 부과하는 세금인 ‘소다세(Soda Tax)’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설탕이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 1온스(28.35g)당 1.5센트(약 17.5원)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이로써 필라델피아 시는 2014년에 소다세를 도입한 캘리포니아 주 버클리 시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소다세를 부과한 도시가 됐다. 미국에서 인구 규모가 큰 대도시 중에서는 첫 번째다.

미국에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비만, 당뇨 등의 ‘비전염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논의가 활발하다. 설탕과 포화지방산이 덜 들어간 음식을 먹도록 하고, 시민들이 더 많이 움직이게 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연장선상에서 ‘소다세’ 혹은 ‘설탕세’ 도입 논의도 적지 않은데, 이는 설탕이나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나 음식에 세금을 부과하면 그러한 음료나 음식의 소비가 줄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을 실증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는 적지 않은데, 이러한 세금을 도입하면 실제 설탕 소비가 줄고, 이는 저소득층에 더욱 두드러져서 불평등 완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정책으로 얘기되고 있다. 비용-효과 측면에서도 비만 완화를 위한 다른 정책에 비해 투입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담배세와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세금 인상은 어느 나라든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밖에 없는 정치적 문제이고, 현재와 같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세금 인상은 더욱 동의받기 힘들다는 주장이 가장 강력한 반대 논거이다. 세금을 올려도 설탕함유 음료나 식품의 소비 감소 수준은 미미하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설탕 함유 음료는 저소득층이 많이 마시는 음료인데 이들에게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것은 저소득층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미국에서 소다세를 도입하려 시도했던 뉴욕 시와 샌프란시스코 시 등은 이러한 반대 논리로 무장한 식품기업, 음료기업과 세금인상 반대론자들의 반대로 소다세 도입에 실패한 바 있다. 필라델피아 시도 이번에 시 의회에서 통과되기 전까지 현재 시장이 두 번이나 소다세 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대한 국가개입을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뿐 아니라, 소다세라는 부가세 혹은 간접세는 소득역진적 세금이라는 이유로 좌파 세력의 반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는 소다세 도입을 지지했지만, 샌더스는 반대했다. 담배만큼 설탕이 나쁜 것은 아니라는 대중적인 인식도 소다세 도입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소다세 도입을 제안한 필라델피아 시장은 원래 1온스 당 3센트의 소다세를 주장했으나 위와 같은 반대 세력의 비판에 직면해 1온스당 1.5센트로 타협했다. 더불어 세금 부과 대상 음료를 다이어트 음료까지 확대했지만, 과즙이 50% 이상 포함된 주스 음료는 설탕이 첨가되었더라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러한 필라델피아 시의 결정은 조만간 소다세에 대한 시 의회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시, 오클란드 시 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불어 올해 3월 설탕세 도입을 결정한 영국의 행보와 맞물려 다른 나라의 비만, 당뇨병, 치아우식증 예방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시는 저소득층이 많고 상대적으로 세수가 부족했기에 소다세 도입 결정이 가능했다는 필라델피아 시의 특수성을 거론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필라델피아 사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정이기에 소다세 정책 실행의 확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필라델피아 시의 소다세 도입 과정은 건강과 관련된 사회 정책을 도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자, 정책가 및 운동가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건강 정책과 관련된 캠페인 혹은 운동의 방식과 원칙에 대한 것이다.

필라델피아 시 소다세 도입의 과정에서 정치인, 학자, 운동가들은 이전과는 다른 ‘프레임’으로 소다세에 접근했다. 세금 인상에 대한 정치적 반대를 의식한 필라델피아 시장은 소다세의 ‘건강 효과’를 강조하기보다는, 소다세를 걷어 무상보육, 공교육, 도서관, 공원, 복지관 등 공공 프로젝트에 쓰겠다는 것을 홍보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소다세가 도입되면 1년에 약 9천100만 달러(약 1천50억원)의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필라델피아 시장은 소다세로 확보한 재원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어린이집을 확충하고, 시도서관 및 레크리에이션 센터 등을 수리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소다세가 소득역진적이어서 저소득층에게 불리하다는 비판에 대해 이 세금으로 인해 가장 혜택을 입을 계층은 저소득층이라는 전략으로 맞선 것이다.

실제 건강 정책의 도입 과정을 보면 아무리 건강에 좋은 정책이라도 이 정책을 도입하면 건강에 좋다는 얘기만 주야장천 하기보다는 다른 얘기를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앞에 패스트푸드 가게 금지 지역을 설정하려 할 때, 이것의 필요성을 초등학생 비만을 낮추기 위해서라는 건강 정책 측면에서 설득하기 보다는, 이러한 정책이 지역 로컬푸드 음식점의 지역상권에 도움이 되고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접근하는 지역 정책 혹은 환경 정책으로 접근하면 더 쉽게 받아들여진다.

담배세나 설탕세를 도입할 때도 흡연률이나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설명하기보다는 담배기업과 설탕기업의 악행을 폭로하고, 그러한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기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하면 반발이 덜하다.

모유 수유를 강조하는 캠페인이 ‘아이의 건강에 좋다’는 측면으로만 프레임이 짜지면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엄마 개인이 비난을 받게 되는 원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모유 수유 촉진 캠페인은 모유 수유가 직장 맘의 권리임을 지적하고 그러한 권리를 향유하지 못하게 하는 사회 시스템과 직장 문화를 지적하는 방향의 여성 정책 혹은 노동 정책의 일환으로 캠페인이 진행되어야 성과가 있다.

건강을 위한 사회정책을 도입하기 위한 캠페인 혹은 운동의 원칙은 밑바닥, 현장의 얘기를 잘 듣고 그들의 정서를 이해해야 하고, 그들의 동의에 근거한 캠페인과 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교훈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의 시각에서 이들이 동의하는 방식으로 운동이나 캠페인의 슬로건과 방향이 정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자나 책상머리 정책가 입장에서 이 정책은 대중의 건강 보호와 향상에 ‘객관적으로 근거가 충분하며 대중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아무리 설명해 봐야 소용이 없다. 대중에게 ‘건강’이라는 가치가 다른 가치보다 우선하지 않는다고 인식될 때, 그리고 특정 정책이 아무리 과학적으로 근거가 충분해도 대중들 인식 수준에서 정책과 효과의 관련성에 의문이 제기될 때, 그러한 정책의 프레임을 바꾸고 대중들의 눈높이와 대중들의 언어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 건강 정책의 실현을 불평등과 정의의 문제로 접근하여, 그러한 건강 정책이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라는 접근방식이 될 때, 정책에 대한 대중들의 동의수준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 건치신문 2016년 7월 15일

2개의 댓글

  1. 금자

    와! 좋은 글 감사해요. 페북에 공유합니다. 기사ㅕ도 좋지만 이상윤 샘 해제(?)도 참 좋네요.

  2. 이상윤

    감사합니다 미국 활동가들의 논의와 뉴스 기사 요약 정리한 글이라 제 글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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