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료 민영화 안한다’는 문형표 장관, 응답하라!

‘의료 민영화 안한다’는 문형표 장관, 응답하라!
[기고] 국민이 반대하는 민영화, 정부도 반대한다고요?

“대한민국 모두가 반대하는 의료 민영화 정부도 반대한다”는 보건복지부 입장이 나왔네요. 게다가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에 “정부는 절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알바’로 추정되는 댓글까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목은 ‘의료 민영화 없다’이지만 그 내용은 변함없이 ‘민영화하겠다’입니다. 복지부에 반드시 응답할 것을 요구하며 묻겠습니다. 응답하십시오. 문형표 장관님.

먼저 “원격 의료는 섬이나 산골마을 사시는 분들, 장애인 분들을 위해서 스마트 폰이랑 컴퓨터로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거”라고요? “환자들이 잘 모르는 선생님을 만날까 봐, 제대로 봐주지 못 할까 봐 걱정돼서” 하신다고요?

이제야 국민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듯은 하시는군요. 맞습니다. 지금 국민들은 병원 가서 궁금한 게 많아도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합니다. 의사들은 1분 만나면 다행이고, 뭐 좀 질문하는 환자는 ‘꼴통 환자’ 취급받습니다. 이게 다 왜 그런 겁니까?

우리나라 의료 인력은 의사 인력을 포함해 OECD 평균 절반도 안 됩니다. 간호 인력은 또 어떤가요? 다른 나라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됩니다. 병원은 24시간 고가 검사기계 들여다 놓고 종일 환자들 몸 후려쳐가며 찍어대는데 병원 인력은 그렇게 적으니, 환자들은 짐짝 취급받고 병원에서 일하는 수련의나 노동자들은 죽도록 일하는 겁니다. 서로 얼굴 보고 웃을 시간이나 따스한 말 한마디나 할 시간을 병원 자본이 허용합니까?

그나마 서로 얼굴 보며 말로 전하던 진료 관행도, ERP(기업 내 통합 정보 시스템)나 EMR(전자 의무 기록 시스템) 등으로 다 전자기계와 노동 감시 시스템으로 일원화한 게 누굽니까? 분당 환자 한 명 더 보라고 쪼면서 일 시킨 게 누굽니까? 그리고 그런 수익성과 영리성으로 ‘병원 경영 인증 평가’ 제도를 도입해서 매일 최우수니, 우수니 수여한 게 누굽니까? 바로 보건복지부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나마 사람 대 사람이 하던 진료마저 IT 재벌 그룹들과 짝짝꿍돼서 겉만 번지르르한 ‘원격 의료’를 허용하겠다고요? 정신 차리십시오. ‘원격’이라고 붙이면 국민이 속을 줄 알았습니까? 원격 의료 허용한다면서 건강보험 수가는 또 얼마나 높이 매기시려고요? 의사들 달래기로 ‘원격 의료 받으면 수가 올려줄게’ 그러시려고요? 환자들은 봉입니까?

두 번째,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과 인수 합병 허용은 동네 병의원이 문 닫지 않게 하려는 게 목적”이시라고요? 병원들이 힘들어졌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근데 뭐 좋습니다. 일단 그렇다고 칩시다. 근데 병원들이 문 닫지 않게 하는데 왜 국민들 주머니에서 돈을 더 뜯어서 하겠다는 겁니까? 지금 동네 병의원 살림살이가, 의사들 살림살이가 환자들, 국민들보다 어렵습니까?

경제 위기 때마다 과잉 투자로 자기 무덤 팠던 기업들에 공적 자금 지원으로, 국민 세금으로 국고 지원해서 살리더니, 이제는 병원들과 의사들 먹여 살리자고 환자들 대상으로 돈벌이를 내놓고 하는 영리 기업을 하도록 해주겠다는 게 복지부가 할 소리입니까? 정말 막장 정부, 막장 부처의 대답 아닙니까? 올해까지 건강보험 6조 원 흑자가 난다지요? 흑자가 난다는 건요. 사람들이요, 국민들이요, 아파도 참고 있단 겁니다. 병원 가면 내야 하는 돈이 너무 많아서 무서워 병원 안 가고 끙끙 혼자 앓고 있다는 겁니다. 복지부는 이런 사실이 가슴이 아프지 않으십니까?

하나만 물어봅시다. 국민 주머니 털어 병원 살림 모금 활동에 나서기 전에 망하는 병원이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부터 따져봐야 하니까요. 얼마 전 2013년 OECD 통계를 보니 34개 회원국 중에서 오직 딱 한 나라, 대한민국만 병원 병상수가 늘었더군요. 병상수는 10년 동안 마구 늘어 이제는 OECD 인구 당 평균 병상수보다 두 배나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들이 지금까지 별로 형편도 어려워지지 않았다면 이거야말로 놀랄 일이죠. 그 사이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의료비를 지출해야 했을까요? 정부가 병상 규제라는 걸 해 본 적이 있습니까? 무한 경쟁에 내맡기고 국민들이 낸 보험료와 환자 본인 부담이 이 무규제를 메워 와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그리고 정말로 갈 병원이 없는 지역과 농촌에는 정부가 돈을 내서 공공 병원을 세워야지요. 뭐 잘 있던 공공 병원인 진주의료원도 1년에 20억 원이 아깝다고 문을 닫게 두는 박근혜 정부가 무슨 문 닫는 병원을 위해 자회사 설립을 운운하십니까? 있는 공공 병원도 수익을 위해 환자 내쫓고 노동자 내쫓으면서 문을 닫으시면서요!

진짜 궁금해서 하나 더 묻습니다. 동네 병의원을 그렇게 걱정하시면서 올해까지 남는다는 건강보험 재정 6조 원은 왜 쓰지 않고 쌓아 두시는 겁니까? 경제가 어려워 국민들이 아파도 참으며 ‘절약’해준 돈인데 말입니다.

우리나라 의료비 공적 자금 지출비중은 OECD 국가 평균 75%에 턱없이 못 미치는 55%입니다. 정부가 세금 걷어 기업에게 돈 대주는 일은 해도 국민들 치료와 복지에는 안 쓴다는 겁니다. 제발 기본이나 지키세요.

그리고 건강보험은 지키겠다고요? 참 다행입니다. 그나마 노동자가 농민이 평범한 시민들이 20년 전부터 건강보험 통합하고 지켜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지난 이명박 정부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조차 없애겠다고 난리쳐서 전 국민이 촛불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거 하나는 정권 날아가는 아킬레스건인 거 아셨나 봅니다. 그런데 복지부 장관 이하 관료 양반님들 제대로 말을 하려면 바르게 하십시오.

지금 복지부가 허용하겠다는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과 인수 합병 허용’이 바로 건강보험을 무너뜨리는 직격탄입니다. 국민들한테 이실직고하지 않으시니, 제가 다시 한 번 짚어 드리지요.

환자 치료에 쓰이는 의료기기와 의료용품, 의료기관 임대업(병실료로 돈 벌겠다는 것)이 허용되면 그 부담은 죄다 엄한 건강보험 재정이 감당해야 합니다. 환자 호주머니에서 직접도 최대로 뜯어내겠지만, 과잉 검사와 과잉 진료는 결국 건강보험으로 돈을 버는 병원들의 배를 터지게 해줄지언정 국민들이 생활비 아껴가며 내는 건강보험료를 다 말아 드시는 겁니다. 그런데 어떻게 건강보험은 지킨다고 장담하십니까? 국고 지원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시고 계신 양반들이요. 새로 장관되신 문형표 복지부 장관께서는 국고에서 건강보험 지원을 좀 많이 하시려는 모종의 마음가짐이라도 가지신 겁니까?

또 한 가지, 병원 인수 합병 허용이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산업진흥원은 2009년 개인 병원 5%가 영리 병원으로 전환되면 연 1조 원의 의료비가 상승하고 50~100개의 병원이 없어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복지부가 주장하는 병원의 인수 합병이 허용되고 자회사를 통한 영리 병원을 추진하면 의료비는 폭등하게 됩니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과 건강보험 체계 자체에 대한 위협이 되는 것입니다.

약국에 대해서도 한 마디 드리지요. ‘법인(기업) 약국을 허용하면 약국 서비스가 좋아진다’고요?

‘약사’ 혼자 하는 것보다 ‘약사들’이 하니까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건데, 그럼 대학 앞에 약사 많은 대형 약국은 서비스가 더 좋나요?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마세요. 약사가 어디 약국만 합니까. 약대 졸업해 약사 자격증 따고 약국만 가나요? 제약회사, 병원, 약국 도매상, 건강식품 회사, 화장품 회사, 의약품 영업 사원까지 정말 다양하게 갑니다. 여기 지금 나열한 것들이 바로 정부가 병원 부대사업 자회사로 해주겠다는 거지요? 이러면 정부 꼼수가 뭔지 다 보이는 것 같은데요. 국민들, 환자들, 약국 서비스 개선을 위해 ‘기업 체인형 약국’을 허용하겠다는 건 대형쇼핑몰이나 기업들에 약국도 하게 해주겠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제약회사까지 약국을 가질 수 있다는 이야깁니다. 제약회사 사장이 약사 면허증 갖고 있으면 되는 거니까요.

“우리의 생활이 편리해진다”고요? 국민 건강 책임지라고 있는 복지부 장관으로 처음 임명돼 의료 민영화 방침이나 발표하다니요. 더는 국민들에게 거짓을 유포하지 마세요. 그만하세요. 참 요즘은 새삼스레 국가기구가 도대체 누굴 대변하는 기관인지 삶으로 매일 매일 학습하고 체험하는 중입니다. 지금은 하루가 여러분들 세상 같겠지만,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이런 ‘거짓 유포죄’는 곧 심판받는 날이 올 겁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요. 이건 만고의 진립니다.

자, 문 장관님 이하 글 올리고 계신 분들, 이제 제 글에 “응답하세요!”

- 변혜진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이 글은 변혜진 건강과대안 운영위원이자 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이 12월 19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출처는 아래를 링크하시면 볼 수 있습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30131219181609&section=03&t1=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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