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부가 말하지 않는 원격진료의 부작용

원격진료 허용에 목매는 정부, 의도는 따로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0월 29일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법률을 입법예고 했다. 이로써 원격진료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고 영상, 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진료하고 처방하는 게 원격진료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법으로 허용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일부 환자와 계층에 한정하긴 했지만 이를 허용하겠다는 게 이번 법의 골자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려는 정부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관련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키려 했다. 하지만 시민사회, 의료계의 반대가 심해 해당 법은 폐기되었다. 당시 반대 목소리가 컸던 이유는, 원격진료에 대한 이용자의 편익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작용 가능성이 큰 데다 비용 부담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사코 ‘원격진료’ 추진하려는 이유

그렇다면 이젠 문제가 다 해결됐을까? 그건 아니다. 그럼 도대체 정부는 왜 이렇게 논란이 많은 정책을 한사코 추진하려는 것일까?

정부는 고혈압, 당뇨 환자 등 같은 약을 계속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와야 하는 환자들을 예로 들며 원격진료가 좋은 것이라 말한다. 어차피 처방전 받으러 병원에 오는 것인데, 병원에 직접 오지 않아도 처방전을 받아서 약을 먹을 수 있으면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리고 거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들이 병원에 오지 않고도 진료를 받을 수 있으면 의료 접근성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부의 논리에 솔깃한 국민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는 현재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환자들이 병원 진료에 가지고 있는 불만을 교묘히 이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환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차피 병원 가봤자 의사가 환자 얼굴도 안 보고 컴퓨터 모니터 보며 진료하며 처방전만 똑같이 주는데 그럴 거면 병원 가는 시간이라도 줄여주는 게 낫다는 것이다. 말 한마디 들어주지도 않고 야단만 치는 의사 만나러 가느니 의사 안 만나고 약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이 되면 기분 나쁠 일도 없이 편하고 좋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환자들의 이러한 생각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한국의 현재 의사-환자 관계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단순히 약 먹는 것 이상의 만성질환 관리 체계를 정착시키지 못한 까닭이다. 노인,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들이 편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도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원격진료로 해결할 수는 없다. 바람직한 의사-환자 관계를 만들기 어려우니 아예 환자가 의사 만날 일을 줄여주는 게 올바른 문제 해결의 방향일까? 어차피 약만 타서 먹을 환자들이니 상담, 교육, 합병증 예방관리 등 만성질환 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는 포기하자는 게 바람직한 것일까? 어차피 의료인 만나기 어려운 계층이니 직접적인 대면 진료는 포기하고 영상이나 통신으로 의료인 얼굴이나 보고 목소리라도 들으라는 게 적절한 대책일까?

원격진료를 허용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덮겠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며 환자들의 1차적인 불만만 해소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방향으로 가면 진정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더욱 어렵게 된다. 속에서 곪고 있는 상처에 소독약 바르고 반창고만 붙여준다고 상처가 낫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격진료, 한국 의료문제 해결은 커녕 자체로도 문제 많다

원격진료는 현재 한국의 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지만, 그 자체로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원격진료는 국민 건강 증진 효과가 없다. 원격진료를 한다고 해서 고혈압, 당뇨 환자가 더 잘 관리된다거나 사망률이 줄어든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 의료 부문에서 새로운 치료 약이나 기술이 도입될 때는 그것이 이전 방식보다 더 낫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이전 방식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합병증 발생률이나 사망률 등이 줄어든다는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야 한다. 이는 의료가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 엄격한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격진료는 다른 방식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는 연구가 있을 뿐이다.

그래도 어떤 이들은 비슷한 정도의 효과를 낸다면 허용하는 게 낫지 않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효과는 비슷할 수도 있지만 부작용이 더 크다는 점이다. 원격진료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 측정기 기계 이상으로 인한 측정 오류나 영상, 음성, 처방전 전송 오류 등이 발생하면, 그것으로 인한 결과는 되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

정보 전송 및 집적 과정에서 다양한 제3자가 개입하게 되므로 개인 건강 및 생체 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문제다. 기계 구입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저소득층이나 기계 이용이 익숙하지 않는 노인 등은 오히려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할 수도 있다.

효과는 미지수인데 부작용은 많은 데다 돈도 많이 든다. 원격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환자들도 단말기를 구입해야 한다. 병원은 장비를 구입했고 이것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들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환자에게 이용료를 받을 것이다.

이 이용료를 100% 환자에게 부담시켜도 문제고 건강보험을 적용해도 문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 이용료는 병원 방문 진찰료보다 더 비쌀 것이다. 이용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면 효과도 부작용도 비용 편익도 검증되지 않은 진료 행위에 국민의 보험료를 낭비하는 꼴이 된다.

보건복지부는 대놓고 그런 말은 못하고 있지만 정부내 경제 부처나 일부 언론은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서 이 법안이 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참 위험한 발상이다. 아무리 경제 발전이 중요하기로서니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을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문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관련된 산업 발전 전망이라는 것도 불확실한 예측에 근거해 뻥튀기 되었다는 것이다. 관련 업계는 이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향후 몇 천억 달러 시장 규모가 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이는 과장이다. 냉정한 전문가들은 수익 모델이 불확실하고 기술 발전 속도가 더디며 정보 및 기술의 호환성 문제가 걸려 있어 산업 발전 전망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원격진료 허용에 목매는 정부, 찜찜하다

상황이 이와 같은데 도대체 왜 정부는 원격진료 허용에 목을 매고 있는가? 이는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일부 기업과 자본이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업체들은 그간 고속 인터넷이나 개인 휴대폰 시장으로 돈을 벌어왔다. 그런데 이러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업체간 고객 쟁탈전이 극에 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결책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그것도 되도록 많은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개인 소비 시장을 뚫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보통신업체들이 눈독 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의료 혹은 건강관리 영역이다. 건강과 질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용해 돈을 벌어보자는 것이다. 의료기기 회사들도 마찬가지다. 병원을 구매자로 하는 한 방향 시장을 넘어서, 환자 혹은 건강을 관리하고자 하는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쌍방향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면 이익이 배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원격진료 허용 법안은 국민 건강을 위한 법이 아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거시적 국가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법이 아니다. 철저히 일부 관련 기업의 이해를 충족시켜 주기 위한 법이다. 원격진료 허용 정책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비교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 오마이뉴스 11월 3일자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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