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증질환 의료비 책임지겠다던 박근혜 정부, 오히려 의료 민영화 정책 추진하며 국민의 뒤통수 쳐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4대 중증질환 의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전액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왜 4대 중증질환만이냐, 모든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으로 전액보장하라는 비판이 있긴 했으나, 그 공약에 기대를 건 이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기대였다.

정부는 지난 6월 26일 “의료비걱정 4대 중증질환부터 건강보험이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거기에 담겨 있는 내용은 박근혜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과는 거리가 있다.

현재 중증질환으로 병원 입원 치료 등을 받는 환자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큰 부담은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3개다. 4대 중증질환자의 경우 전체 진료비에서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36%에 달한다. 그런데 이 계획에서는 이러한 이른 바 ‘3대 비급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추후에 방안을 내겠다고만 했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그런데 약속을 어긴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의료비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의료 민영화 정책’을 박근혜 정부도 추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다시 추진되는 의료 민영화 정책은 크게 보아 4가지 흐름이다. 첫째는 병원을 환자 진료보다 돈벌이를 최우선에 두는 주식회사로 만들려는 움직임이다.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외국인 ‘영리병원’이 설립되도록 노력하는 것 뿐 아니라, 국내 자본에 의한 국내 영리병원도 허용하려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둘째는 민간보험회사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어 건강보험을 약화시키려는 정책이다. 민간보험회사에 국민의 소중한 개인 건강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민간보험회사가 병원과 직접 계약하여 보험가입자를 특정 병원으로 유인,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대형병원, 병원 네트워크 체인 등이 더욱 돈을 잘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원격진료를 허용해 대형병원이 지방 환자까지 싹쓸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건강생활서비스법’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원래 기본적으로 병원이 제공해야할 건강 상담, 교육, 영양지도, 운동처방 등을 돈을 받고 팔려고 하는 것, 병원이 환자 진료외 호텔업, 온천업 등 다양한 영리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것 등을 추진하고 있다.

넷째는 ‘의료관광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병원이 병원으로서의 기본 성격에 충실하도록 만들어 놓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병원을 관광사업을 위한 부대시설로 만들어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병원과 호텔을 겸업할 수 있도록 하는 ‘메디텔’을 허용해 준다던지, 민간보험회사도 해외환자 유치에 나서서 병원과 계약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제도가 그런 종류의 정책이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참으로 다양하고 많은 의료 민영화 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각각의 정책은 국민의 관심과 반대여론의 강약에 따라 추진 정도가 다르다.

제일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 것은 ‘의료관광 활성화’ 관련 정책이다. 메디텔 관련 법은 이미 입법예고 되었고 국무회의 통과와 공포만을 앞두고 있다. 곧 시행이 될 예정인 것이다. 지금까지 금지되었던 민간보험회사의 해외환자 유치, 알선 행위 허용법안은 정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하여 현재 상임위에 계류되어 있다.

다음은 대형병원 돈벌이 지원 제도들이 뒤를 잇고 있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에 의해 발의되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건강생활서비스법도 곧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고, 병원의 부대사업 범위를 넓히는 작업은 국회를 거칠 필요가 없어서 보건복지부 차원에서 역시 곧 진행될 예정이다.

영리병원과 관련해서는 최근 제주도에 중국기업과 합작하여 미용성형, 줄기세포 전문병원을 표방하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직접적 민간보험회사 활성화 정책은 국민 여론이 좋지 않아 추진 시기를 저울질 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 이 역시 완전히 포기된 것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수많은 의료민영화 정책은 모두 국민 의료비를 비싸게 만드는 반면 의료서비스의 질은 떨어뜨리고, 궁극적으로 공적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정책이기에 국민들에게 해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국민들에게 해로운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민에게는 해가 될지 몰라도 보험회사, 대형병원, 의료기기 회사 등에게는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메디텔이 활성화되면 ‘수(水)’ 치료 등 검증되지도 않은 치료로 관광객을 현혹하는, 병원인지 호텔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시설이 돈벌이 진료를 일삼을 것이다. 민간보험회사가 외국인 환자를 유인, 알선하여 특정 병원으로 호객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것은 곧바로 내국인 환자도 그렇게 하는 유인이 될 것이다. 민간보험회사들이 특정 병원과 직접 계약하여 환자를 유인, 알선할 수 있게 되면, 건강보험이 위협받고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원격 진료가 허용되면, 효과도 아직 입증되지 않은 방식을 ‘신기술’로 명명하여, 비싼 기계 값만 부담하게 되고 실제로 치료에는 도움이 안 될뿐더러, 의료사고의 위험,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까지 있는 ‘애물단지’ 하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병원이 당연히 제공해야 할 건강 상담, 건강 교육, 영양 지도, 운동 처방 등을 따로 돈 받고 파는 상품으로 만들겠다는 ‘건강생활서비스법’이 얼토당토 않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영리병원이 설립되면 병원들이 너도나도 돈벌이 진료에만 나서 의료비가 상승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지며, 건강보험 제도가 위협받는다.

천상 국민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다. 영리병원과 민간보험회사 활성화 정책을 막아내었던 국민들이 나서서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폭주를 막아야 한다. 의료민영화 정책은 포기하고 중증질환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던 약속이나 잘 지키라고 요구해야 하는 것도 국민들이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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