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업화하는 한국 의료에 방부제 역할을 해야 할 국립대병원

최근 진주의료원 폐쇄 문제 때문에 ‘공공병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다. 진주의료원 등의 지방의료원뿐 아니라 국립대학병원도 공공병원이다. 국립대학병원은 치과병원을 제외하면 전국에 10개가 있다. 인천광역시, 울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충청남도를 제외한 13개 광역자치단체에 분원을 포함한 국립대학병원이 들어서 있다.

국립대학병원은 위와 같은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정부에서 출연금, 경비 등의 명목으로 예산을 지원받는다. 2011년 기준으로 연간 1256억원의 예산이 10개 국립대학병원에 지원되었다. 우리나라 공공병상의 36%가 국립대학병원 병상이다. 병상 규모로 보나 예산 지원 액수로 보나 국립대학병원은 공공병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국립대학병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대학병원이 공공병원의 자존심을 지켜, 날로 상업화하는 한국 의료에 방부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교과서적이고 표준적인 진료를 하고, 과잉진료나 부당진료를 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병원에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대병원 노동자의 23.6%가 비정규직

하지만 현실을 보자. 외래 환자 1인 1일당 진료비는 사립대병원과 큰 차이가 없으며, 환자 1인 1일당 진료비 증가율은 사립대병원에 견줘 더 높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고가의 검사비 등 이른바 건강보험 ‘비급여’ 진료비도 사립대병원에 비해 차이가 없거나 일부 국립대학병원은 오히려 더 높다.

공익적 기능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물론 국립대학병원은 사립대병원에 비해 의료급여 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고, 공공보건의료 전담 부서를 두어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대학병원의 의료급여 환자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공공보건의료사업도 무료진료 사업 외에 효과적인 사업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인력 수준도 문제다. 국립대학병원의 간호사 수는 사립대병원 간호사 수보다 적다. 국립대학병원의 환자 100명당 간호사수가 45.0명인데 견줘 사립대병원의 환자 100명당 간호사수는 50.6명이었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도 높다. 2012년 8월 기준으로 노동자의 23.6%가 비정규직이다. 병원 인력의 수가 적고 고용의 질이 떨어지면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첫째, 국립대학병원이 교육훈련, 연구의 중심으로서 교과서적인 진료의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확산시켜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근거 중심의 진료 지침을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상업적이고 근거가 없는 진료 행태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병원이 되어야 한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고가의 검사비 등 비급여 진료비 부담을 최소화하고, 주차장, 장례식장 등 비의료 부대사업으로 돈을 버는 행태도 최소화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로 국립대학병원 소관 부처 옮겨야

셋째, 국립대학병원이 지역 내에서 공공병원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어 전체 공공병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국립대학병원이 지역내 공공병원간 인적 교류, 교육훈련 기회 제공 등을 기획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지역내 공공병원의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넷째,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인력을 확충하고 정규직 고용을 늘림으로써 이를 달성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무런 정책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 국립대학병원 소관 부처를 옮겨야 한다.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예산을 충분히 지원하면서 위와 같은 방향으로 국립대학병원을 적극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상윤(건강과대안 책임연구원) / 이 글은 내일신문 3월 27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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