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식량 마피아’의 밥상 폭격이 시작됐다”

 

한·미 FTA 깃발 들고 밥상 점령하려는 식량마피아 카길



한·미 FTA 비준을 코앞에 두고 우리의 밥상을 점령하려는 1% 부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싸움의 상대는 국내 재벌기업인 CJ제일제당과 세계 최대의 식량 마피아 카길. 99% 민중들이 밥상의 안전 따윈 관심두지 말고 격투기 K-1 관람하듯 구경만하고 있으면 ‘값싸고 질 좋은’ 식사를 할 수 있을까?



카길은 현재 국내 곡물 및 사료시장 점유율 1위, 미국산 수입 쇠고기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카길은 국내 종자시장 1위 업체인 몬산토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그런데 최근 카길은 충청남도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충남에 대형 곡물 저장고, 사료공장, 대두가공공장을 지을 예정이란다. 앞으로 카길은 유전자조작 콩을 대량으로 싼 값에 들여와 창고에 보관한 후 콩기름을 짜고, 그 찌꺼기로 다시 사료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만든 사료를 국내 한우, 젖소, 양돈, 양계 농가에 팔아서 돈을 벌고, 국내 축산업이 위축될 경우 미국산 쇠고기를 수출하여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꽃놀이패’를 쥐게 되었다.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깃털까지 뽑아 모자를 만들어 팔아먹을 수 있는 카길의 오랜 숙원이 해결된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6공화국 시절에 해표식용유를 생산하는 자신의 사돈 기업 동방유량을 고려해 카길의 콩 장사를 막았다고 전해진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서 콩을 수입하여 콩기름을 만들어 파는 기업은 CJ제일제당과 사조해표 2곳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16개 품목을 선정할 때도 콩을 원료로 사용하는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은 모두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포함되었지만 식용유는 제외되었다.



카길이 점령한 식탁의 미래, 미국산 쇠고기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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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길의 작업장에서 수입제한물품이 발견된 사례들. ⓒ박상표



그렇다면, 카길이 점령한 우리 식탁의 미래는 어떨까? 그것이 궁금하다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을 꼼꼼히 돌이켜보자.



한·미 FTA의 4대 선결조건으로 광우병 발생으로 수입이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게 된 배후엔 카길이 있었다. 또한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기 직전에 발표되어 촛불시위를 불러온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의 배후에도 카길이 있었다.



당시 한국으로 쇠고기를 수출하는 카길의 작업장은 모두 5곳이었다. 그런데 5곳의 사업장 중에서 4군데에서 우리나라로 수출한 쇠고기에서 갈비통뼈와 등뼈가 적발되었다. 86E와 86K 2곳의 작업장은 2회 이상 연속 위반이 적발되었는데, 특히 86E 사업장은 광우병 위험물질(SRM)으로 분류된 등뼈가 적발되어 미국산 쇠고기 수출 선적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였다.



카길 등 미국 축산업계는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에 로비를 하여 한국의 쇠고기 검역기준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뼛조각, 갈비통뼈, 등뼈 따위가 적발되더라도 아무 문제없도록, 30개월 이하이건 30개월 이상이건 따질 필요도 없도록 쇠고기 수입조건을 바꿔버린 것이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쇠고기 협상과 촛불의 진실



미국 농무부와 무역대표부는 한·미 FTA 미국 의회 비준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꺼내 들었다. 한·미 FTA를 하려면 쇠고기라는 통행료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2008년 1월 16일 미 상원의원 2명과 주한미대사를 만나 “기자들이 없으니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다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좋고 싸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자리에서 이명박 당선인은 쇠고기 문제가 FTA 비준 등 한미간 제반 현안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쇠고기 시장 개방이 조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08SEOUL102.html)



주한미대사관이 2008년 1월 17일자로 작성한 3급 비밀문서를 보면, 현인택 전 장관이 버시바우 주한미대사와 이명박 당선인의 방미순방을 논의하면서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면서 “이당선인이 쇠고기 이슈에 대한 정치적 민감성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미국 방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시장에 개방될 것”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08SEOUL102.html)



버시바우 대사도 2008년 3월 25일자 2급 비밀문서를 통해 “이대통령이 4월 16일 한미정상회담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에 쇠고기 시장 전면 재개방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라이스 국무장관에게 보고했다. 또한 이대통령 참모진은 4월 9일 총선 전까지 협상타결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미 대사에게 밝혔다. 이 문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의 통상팀은 이대통령 방미까지 미국측 요구에 맞춰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협상을 물밑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보고한 대목이다. 또한 주한 미대사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비준을 위해 필수적으로 쇠고기 시장을 재개방해야 한다고 정당화시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했다.(08SEOUL5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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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시장 점령은 이미 현실이다. 한미FTA 이후에는 SRM이 포함된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도 한국의 밥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사진은 본문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한미FTA 비준 이후 30개월 이상 쇠고기 전면개방은 시간문제일 뿐



2010년 8월 4일 미국 상원 농림식량위 청문회에서 맥스 보커스 재무위원장은 한미FTA와 관련해 “한국은 월령과 부위에 상관없이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청문회에 출석한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 대표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수출은 “한미FTA의 2가지 핵심쟁점(자동차, 쇠고기)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또한 커크는 한·미 FTA 발효 이후 한국 측과 쇠고기 시장 개방 협의에 나서겠다고 확언한 바 있다.



그런데 2008년 한국의 촛불시위에 놀란 미 축산업계와 행정부는 한미FTA 미국 의회 비준의 선결조건으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요구를 하는 것은 득보다는 실(失)이 많을 수도 있다면서 맥스 보커스 의원을 설득하여 우선순위를 바꾸었다. 다시 말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이후 한미FTA 비준에서 한미FTA 비준 이후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으로 순서만 바꾼 것이다.



따라서 2011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순방에 맞춰 미국 의회에서 한미FTA를 비준하고, 이후 한국 국회에서 날치기나 야합을 통해서 한미FTA가 비준된다면 그 다음 순서는 바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개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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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이 국회 앞에서 릴레이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미FTA저지 범국본



이렇게 되면 최근 광우병으로 수입이 중단되었다가 30개월 미만, 내장 제외 등을 조건으로 수입이 재개된 캐나다도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요구할 것이다. 만일 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캐나다는 다시 한 번 WTO에 제소를 하거나, 한-캐나다 FTA 결렬을 위협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말 이명박 정부는 한-호주FTA 협상의 진전을 위해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를 단계적으로 전면 철폐하겠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한-EU FTA가 타결됨에 따라 조만간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EU 국가들도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은 기준으로 유럽산 쇠고기를 수입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결국 한·미 FTA로 시작되어 촛불을 거쳐 한미FTA로 끝난 미국산 쇠고기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독화살이 되어 우리를 덮치게 될 것이다. 이제 1% 부자들의 싸움에 우리의 밥상을 맡길 것인지는 99% 민중들의 손에 달려 있다.

 



박상표 (건강과대안 운영위원,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 이 글은 2011년 10월13일자로 프레시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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